강남아파트 재건축, 리모델링 사이에서 고민 중
[부동산뱅크 2005/05/19 - 조회:17,802]
개발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강화 등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수익성을 노리던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다’는 소문만 무성했지, 정작 리모델링을 실현한 단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입주민들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수익성이 높은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은마아파트 인근 중개업소들은 조용하다. 안전진단 평가 후, 재건축이 불허되자 재건축과 리모델링에 대한 밀고 당기는 싸움이 계속되면서 매물량이나 시세 변동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어느 하나 확실히 결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방향이 구체화돼야 투자 수익성을 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결정이 나면 그 때부터 시장이 활기를 띠지 않겠냐”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아직도 줄다리기
지난 7일 경기여고 대강당에서 열린 은마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설명회. 은마아파트 주민 1,100명 가량이 설명회에 참석했다. 당시 설명회 설문조사에서 리모델링 찬성은 97%, 반대 3%였다. 그러나 전체 4,400여 가구 중 4분의 1밖에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결과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재건축 추진위를 해산시키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전체 입주민의 2분의 1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모델링 추진위 측은 이번 사업설명회 결과에 제법 만족한 눈치다.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김영철 위원장은 “아직 재건축에 미련을 둔 주민들은 리모델링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그렇다”며 “앞으로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수익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알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인쇄물과 지속적인 사업설명회를 통해 리모델링의 수익성을 홍보할 예정이다.
일반 입주민들의 입장은 어떨까? 은마아파트 입주민들은 재건축 추진위를 비롯한 몇몇 주민을 제외하고는 재건축에 대해 유보적이다. 정부의 규제와 개발이익환수제로 인해 재건축을 하더라도 수익성이 워낙 낮기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소형평형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한 입주민 역시 “이제 재건축은 물 건너 간 것 같다. 정부가 꽁꽁 묶어두고 있는데 희망이 없는 것 아니냐”며 단지 내 여론이 리모델링으로 기울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재건축을 하게 되면 소형평형의무비율이나 용적률의 제한으로 일부 입주자들은 34평형보다 적은 평형을 소유하게 된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할 경우 최대 47평형으로 증축할 수 있다”며 “인근 유사한 아파트 평형의 가격과 비교해 보면 약 2억 원 정도 이익이 보장 된다”고 주장했다.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부 양영규 과장 역시 “정확한 수익은 분석을 해 봐야 하지만 결코 재건축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행정절차가 간소하고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또한 5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에 비해 2년 정도면 완공되는 등 기간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비용도 재건축의 60% 정도로 입주민 부담금도 적다.
용강동 시범아파트 18평형 리모델링 후 9000만 원 수익 내
지난 2002년 리모델링을 시공한 마포 용강동 시범아파트가 좋은 예. 낡은 아파트였지만 단지 자체가 작고, 토지 역시 공유지여서 재건축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모두 9개 동 중 리모델링을 선택한 것은 2개 동. 시범아파트는 리모델링 첫 번째 사례였기 때문에 리모델링 후, 수익성과 만족도에 대한 주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파트 시세는 리모델링 전 18평형 기준 7,000만 원 선으로 입주민들은 건축비로 1가구당 5,000만 원(평당 278만 원) 정도 부담했다. 리모델링 후, 아파트 값이 2억 1,000만 원 선으로 올라 약 9,000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 리모델링 후에도 아파트 전용면적은 18평형으로 같았지만, 발코니가 서비스 면적으로 늘면서 입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았다. 한 입주민은 “리모델링 안 된 나머지 동을 볼 때마다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재건축이 승인 나길 기다렸으면 지금까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리모델링 하지 않았던 7개 동은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구성 중이다. 그러나 마포구청 관계자는 “토지 소유권 문제, 단지 면적 등의 문제로 재건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왼편이 용강동 시민아파트 리모델링 전 모습, 오른편이 리모델링 후의 모습> <부동산뱅크 사진 DB>
은마아파트 증축면적, 평형배분이 과제
용강 시범아파트가 리모델링을 쉽게 추진했던데 반해 은마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 선회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은마아파트는 등기부등본과 건축관리대장 상의 전용면적이 다르다. 등기부등본 상 31평형의 전용면적은 23.23평이나 건축물관리대장은 28.79평이다. 이 같은 차이는 리모델링 시 증축되는 면적에 논란이 되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위의 주장은 31평형이 45평, 38평형이 47평형으로 증축이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증축 면적을 등기부등본 상 전용면적으로 계산한다면 31평형은 38평형, 34평형은 41평형에 그친다.
강남구청은 “은마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에서 주장하는 것은 공용면적을 포함한 전유면적”이라며 “증축 면적의 결정은 결국 건교부의 몫이며, 구청은 건교부 결정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리모델링은 아파트 전체 면적으로 증가 면적을 계산하기 때문에 면적 분할 시 비교적 작은 평형(31평형)이 1평 가량 더 이익을 보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큰 평형(34평형)의 입주민들이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리모델링 추진위 김영철 위원장은 “입주민 총회를 열어 평형을 배정하고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치 은마아파트도 ‘2~3년만 기다려 보자’ 라는 의견도 팽배해 있다. 재건축 추진위 측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재건축 규제가 해결될 때까지 더 기다려 보자”는 반응이다.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 관련법도 조금은 느슨해 지지 않겠냐는 반응이다. 이 같은 의견 때문에 쉽게 리모델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눈치다.
도곡 동신 주민간 합의로 리모델링 결정
은마아파트가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는 가운데 도곡동 동신 아파트는 주민 간 합의로 리모델링으로 돌아섰다. 지난 해 말, 리모델링과 재건축간의 결정을 주민들의 자유 투표로 맡겼다. 당시 투표결과, 입주민 84%가 리모델링에 찬성했다.
<도곡동 동신아파트는 지난해말 조합원 84% 지지로 리모델링에 찬성했다. 사진은 도곡동 동신아파트 전경.> <부동산뱅크 사진 DB>
동신아파트는 1978년 건축돼 아파트 시설이 매우 낙후돼 있다. 배관보수 공사와 소음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노후한 아파트에 이골 난 상태. 새 아파트면 어떤 식이든 좋다는 분위기였다.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현 정권에서 재건축으로 수익성을 보장하기는 어렵지만 2~3년 후 규제가 풀릴 것이라며 기다려 보자”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주민들은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의 강화와 개발이익환수제에 따른 수익성 감소로 재건축에 매력을 잃은 상태였다. GS, 쌍용, 삼성 등의 건설사 등을 초청해 리모델링 사업 설명회를 실시, 대다수 주민들이 리모델링으로 돌아섰다.
동신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정용기 조합장은 “정확한 수익률은 후에 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개발이익환수제 등 정부의 규제 때문에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훨씬 수익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 시점에서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수익 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정 조합장은 대치 은마아파트와 관련해 “동신아파트는 470여 가구로 주민의 의견 통합이 비교적 쉬웠으나 은마아파트는 대단지고, 주변 아파트 여론도 무시하기 힘들어 리모델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건설 리모델링팀 임오진 박사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수익성을 비교해 언급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항”이라며 “결국 결정은 입주민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 역시 “리모델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주민들 간의 의견조율”이라며 “입주민간의 의견 차를 좁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뱅크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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