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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강남 재개발이다

[부동산뱅크 2005/05/25 - 조회:20,715]

‘당장 쓰러질 듯한 허름한 판자집, 서너 발자국만 떼면 금새 등줄기에 땀이 배어 버리는 가파른 언덕길, 차 한대가 지나가기에도 벅찬 비좁은 골목’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강북의 달동네 모습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후 불량주택 촌이 한강 이북에만 몰려 있는 것은 아니다. 수십억 원대 주택이 즐비한 강남권에도 강북의 웬만한 동네가 와서 울고 갈 열악한 주택가들이 널려있다.



고도성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지난 1960~70년대 도심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은 한강 이남에도 터를 잡았다. 그리고 그 ‘터’는 강남 대박신화와 함께 금싸라기 땅으로 변모해 있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규제가 집중되면서 이들 노후주택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강남권 대표적인 낙후 동네로 꼽히는 송파 마천 거여, 서초 방배 2.3동 등은 시가 다음달 확정예정인 3차 뉴타운 개발기대감까지 겹치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이중 삼중의 쇠사슬에 묶여 있는 강남 재건축을 대신할 대규모 주택 공급지라는 점도 강남 ‘판자촌’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송파 거여2구역, 마천지구개발 겹쳐 강세

지난 1960년 대 청계천 복개 공사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주민들이 집단으로 정착한 곳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서하남IC를 이용할 수 있고, 지하철 5호선 거여역이 걸어서 5분 거리다. 최근 국민임대단지로 개발이 확정된 마천지구와도 가깝다. 입지여건은 잠실지구를 시작으로 문정, 장지를 거쳐 마천지구로 이어지는 송파구 주거라인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송파구 거여동 181, 202번지 1만7,724평 일대에 놓여 있으며 7평에서 15평, 25평 규모의 단독주택 831가구가 각각 들어서 있다.





거여2구역 주거환경개선은 이미 30여년 전부터 추진돼 왔다. 그러나 시가 도로 등 기반 편익시설만을 마련해 주고, 주민이 직접 돈을 대 집을 지어야 하는 자력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민간 사업자를 낀 합동재개발을 허용하면서 사업이 물꼬가 트였다. 민간 사업자로는 롯데건설, 동부건설 등이 시공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 초기 대부분 주택이 시유지에 허가 없이 들어선 무허가 판자촌이었지만 지금은 80% 정도가 대지 소유권을 확보해 놓았다. 그러나 주택에 딸린 건물은 아직까지 대부분이 무허가 상태다.



지분 시세는 지난 2003년 송파구가 거여2구역을 비롯한 주변 36만평 일대를 2차 뉴타운 사업지로 신청하면서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다. 거여2구역 주변의 경우 평당 600만~700만 원하던 10평짜리 다세대주택이 1,300만 원까지 뛰어올랐다. 올 들어서는 또다시 3차 뉴타운 지정 발표가 임박하면서 지분시세가 2,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거여2구역 내의 주택은 7평 2000만 원, 15평 1,700만~1,800만 원, 25평 1,500만~1,600만 원선에 각각 형성돼 있다. 2억5,500만 원하는 대로변 15평짜리 주택의 경우 표준지공시지가(평당700만원)를 감안한 예상 감정가는 대략 1억5,000만 원(표준지공시지가 700만원×1.4배×15평)으로 1억 원가량의 웃돈을 얹혀주고 구입하는 꼴이다.



따라서 구역 내 주택 매입은 단기차익보다는 실거주 차원에서의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의 설명이다. 대륙공인 육종호 사장은 “지분 매도호가가 치솟고 있는데도 매수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그러나 “매물이 귀해 거래는 드문 편”이라고 전한다.



이에 따라 거여2구역 주변 노후 빌라나 단독, 다세대를 찾는 투자자도 늘고 있는 상태다. 어차피 뉴타운으로 지정만 되면 차익을 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특히 국민임대단지인 마천지구와 인접한 성내천 복개로 주변 주택의 거래가 활발하다. 마천지구 개발에 따른 간접 수혜가 기대되는 데다 뉴타운 지정에 대한 기대가 맞물려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마천지구 인근 10평짜리 빌라의 경우 구옥이 평당 1,000만원, 3년 미만 신축주택의 경우는 2,000만 원선을 호가한다. 최근엔 신축주택의 경우 호가가 2,300만 원까지 치솟았다.



마천사거리, 거여역 등 뉴타운 지정 후 중.고밀도 상업시설 개발이 예상되는 준주거지역에 놓인 노후주택도 강보합세다. 거여역 주변 준주거지역에 놓인 30평짜리 상가주택의 경우 4억원 안팎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상가 전세보증금을 안고 실제 구입자금은 2억5,000만 원이 든다. 이런 물건은 매달 일정한 월세수입까지 보장돼 주로 단기보다는 장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주로 찾는 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의 귀띔이다.





서초 방배2.3동, 개발밀도가 관건



지하철2호선 방배역에서 효령로를 따라 가다 보면 왼쪽으로 강북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마치 등산로를 연상시키는 가파른 언덕길과 승용차 한 대가 겨우 빠져 나갈만한 비좁은 길, 허름한 주택들은 강북 달동네를 대표하는 옥수동 일대를 닮았다.



이곳은 서초구가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방배3동으로 30여 년 전 민간 사업자에 의해 산자락에 공급됐다. 입주 초기 단독주택 위주로 들어섰다가 1990년대 중반 다세대로 주택을 개량하면서 입주민이 크게 늘었다.



이지역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단독주택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대가 높아 개발밀도가 제한됨에 따라 번번이 사업이 좌초됐다. 실제 효령로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주택이 허용용적률이 낮은 1종일반주거지역(용적률 150%)으로 묶여 있다. 이처럼 낮은 개발밀도는 이지역 개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제 뉴타운은 방배3동 주거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는 마지막 희망으로 남아 있다.



현재 이지역 평당 지분시세는 35평짜리 단독이 1,000만~1,300만 원, 다세대가 20평 1,600만~1,700만 원, 8평 1,600만~1,800만 원에 각각 형성돼 있다. 8평짜리 소형 빌라의 경우 전세를 안고서 1억 원 정도를 들이면 살 수 있다.



다세대 20평짜리를 얻어 30평형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총 투자비용은 4억5000만~4억7,000만 원(예상 추가분담금 2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주변 새 아파트인 흥화 브라운과 비슷한 수준이다. 뉴타운 지정 등 주거여건 개선에 따른 기대심리가 이미 가격에 반영이 된 것이다.







이수토지구획지구가 일부 포함된 방배2동은 20만평 일대에 8,000여 가구가 들어서 있다. 이곳은 필지가 반듯하고 평지에 들어서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향후 개발밀도를 결정하는 허용 용적률도 높은 편이다. 서리풀 공원 주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주택이 2종일반주거지역(용적률 200%)으로 지정돼 있다. 동작도로변 일부 주택의 경우는 3종일반주거지역(용적률 250%)으로 투자성이 높다는 평가다.



방배2동에서는 960번지 5만 여 평 일대와 침수가 잦은 이수역 주변 재난 관리구역이 이전부터 단독개발을 추진해 왔다. 그러다가 서초구가 방배3동과 함께 뉴타운 추진에 나서면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들 주민들은 3차 뉴타운 사업지에서 탈락하게 될 경우 독자적으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분시세는 방배3동에 비해 평당 400~500만 원 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서초구는 방배 2,3동 30만평일대 를 방배1.2.3구역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임대주택 3,600여 가구를 비롯한 1만1,000여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도 세워 놓았다. 서초구청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서초 방배2,3동 노후주택 촌이 이번 3차 뉴타운 선정에서 제외 되더라도 주거환경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길진홍 기자/ tellme@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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