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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두 달, 내 집 마련은 언제?

[부동산뱅크 2005/12/06 - 조회:25912]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던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8.31 대책을 계기로 기나긴 불황에 접어들 것을 대비하고 있던 수요자와 투자자들은 너무 빠른 회복세에 오히려 당황하는 모습이다.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조사에 의하면 8.31 대책 발표 2주 전부터 본격적인 내리막길에 접어 들었던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이 10월 둘째 주, 7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 후 3 주 연속 0.03%, 0.11%, 0.19%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변동률 폭도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8주간 가격이 떨어졌던 재건축 아파트 역시 10월 넷째 주 0.24% 상승한 것을 시작으로 11월 첫째 주 들어서는 무려 1.18% 상승률을 기록했다. 10월 마지막 주 재건축 아파트의 평당 평균매매가는 2,644만 원이었지만 일주일 사이에 29만 원이 올라 2,495만 원이 된 것이다. 15평형 재건축 아파트를 기준으로 본다면 가구별로 평균 435만 원이 상승한 셈이다.



조사상의 수치 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도 가격의 오름세는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3억 8,000만 원까지 떨어졌던 둔촌동 주공1단지 16평형은 최근 6,000만 원이 오른 4억 4,000만 원에 거래가 됐다. 10월 넷째 주까지 8억 6,000만 원 이하에 시세가 형성돼 있던 개포동 주공1단지 17평형도 지난 월요일 8억 7,000만 원에 계약되며 단숨에 1,000만 원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듯 예상보다 빠른 반등 시기를 두고 잦은 대책으로 인한 내성이 지적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서 발표된 굵직굵직한 대책들만도 7건에 이르러 웬만한 규제로는 집값을 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과거 대책 발표가 있었을 때도 초기 몇 주에 걸쳐서만 가격이 빠지다 결국 규제에 대한 적응 후 빠진 가격 이상으로 회복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급매물이 소진되며 나타나는 일시적인 착시현상이라는 주장이 좀 더 우세하다. 실제 신천동 잠실시영 32평형은 7억 8,000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지만 대책 발표 후 나온 급매물은 6억 2,000만~3,000만 원에 거래가 됐다. 최근에는 이 저가 매물이 모두 처리되고 6억 8,000만 원에 물건이 나와 있다. 하지만 매수세가 없어 매물 가격이 그대로 시세가 돼 버린 상태다. 즉, 급매물이 소진됨으로써 실거래 없이 가격만 올라간 것이다.



강남권 진입 막차를 타기 위한 실수요자들의 분주한 움직임도 가격 상승에 한 몫 하고 있다. 대책 발표 전 강남 아파트 및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자의 입질이 많았다면 대책 후에는 직접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활발한 편이다. 이들은 호가가 떨어진 상황을 기회 삼아 가격이 오르기 전 급매물 위주로 거래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이 오르는 양상을 띠고 있지만, 일정액 이상 매매가격이 올라갈 경우 거래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 더 이상의 가격 상승은 힘들어 보인다.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과연 제대로 반등에 성공한 것인지, 그에 따라 앞으로 하락은 없을지 역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다. 10.29 대책 발표 후에도 6주 간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이후 8주간 상승세로 돌아서며 그 효력이 다 한 듯 보였다. 하지만 논의됐던 법안들의 입법 과정에서 무려 17주나 내림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법안들의 본격적인 입법이 진행될 경우 이번에도 가격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법안이 통과가 안된 상황에서 아직 8.31 대책의 효력은 알 수 없다”며 “내년 이후 법률안이 시행되면 진짜 위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 시장이 이어지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적절한 매도 • 매수타이밍을 재며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언제 부동산을 사야 매수자의 입장에서는 만족할 수가 있을까?



재건축 아파트에 직접 거주를 하려는 실수요자는 내년 상반기 이후로 매수타이밍을 잡는 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가를 기록했던 시점보다 1~2억 원 가까이 빠지기는 했지만 아직 가격이 바닥을 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시세가 상승세로 돌아선 지금 급매물이 아니라면 서둘러 계약할 필요는 없다. 연말 이후에는 8.31 후속 법안이 예정돼 있어 가격이 다시 한번 빠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 6월 시행 예정인 기반시설부담금제는 재건축 아파트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돼 가격 조정이 다시 한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굳이 급한 사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매입은 상반기 이후로 미루자.



중대형 수요자는 매입을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아파트 평형별 양극화가 뚜렷해지며 가격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실정 이다. 또 가격의 상승폭은 큰 반면 불황기 하락폭은 작아 투자 가치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8.31 대책 발표 이후에도 중대형 아파트들은 큰 가격 동요 없이 안정적인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소형 평형, 비선호 지역 아파트를 처분하고 중대형 아파트 하나로 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다 내년 설 이후 학군 조정을 위한 수요와 봄 이사철이 맞물리면 가격 상승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중대형 평형의 특성상 매물도 많지 않고 급매물이 나오는 경우도 거의 없어 터무니 없이 높은 금액만 아니라면 연내, 늦어도 내년 설 이전에 계약을 하는 게 좋다.



재건축이나 중대형 아파트를 순 투자 목적으로 사두려는 투자자라면 이제 더 이상 부동산은 매력이 없을 듯 하다. 재건축의 경우 소형평형건립의무비율, 개발이익환수제, 후분양제, 입주권 주택간주 등의 악재가 이미 겹친데다 기반시설부담금 부과까지 예정돼 있어 투자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장기간 투자금이 묶일 가능성이 높아 금융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오히려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대형 아파트 역시 내후년부터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세율이 50%로 크게 늘어나 단기간 보유에 따른 양도 차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반면, 적당한 매도 시기를 노리고 있는 2주택자들의 경우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도 좋을 듯하다. 소득세법 시행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지만 1년 간의 유예기간을 주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으므로 굳이 낮은 가격에 거래할 필요는 없다. 단, 유예기간 1년이 끝날 즈음에 내놓을 경우 급박하게 거래해야 하므로 내년 상반기 이후 이사 수요가 많은 가을철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



재건축을 포함한 2주택자가 일반 아파트를 판다면 아직 여유가 있지만, 재건축 아파트를 판다면 서둘러야 할 듯 싶다. 내년 6월 시행 예정인 기반부담시설금제는 단기간에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끌어 내리는 악재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묻어두려는 계획이 아니라면 본격적인 가격 하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6월 이전에 매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개포주공 채은희 대표는 “정부의 8.31 대책 발표 후 단기 차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 가운데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특히 소형 • 중대형 평형, 강남 • 비강남권 간 가격 차별화 양상이 심해지고 있는 만큼 자금사정 등을 고려한 적절한 매도 및 매수타이밍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