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보다 오름세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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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뱅크 2005/12/06 - 조회:34714]

8.31 대책 후 곤두박질 치던 서울 집값이 6주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강도와 효력면에서 8.31 대책과 곧잘 비교되는 10.29 대책이 13주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을 끌어내린 것을 감안한다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17일 서울 집값은 전주 대비 0.03% 상승했다. 8.31대책 후 하락세를 지속한지 7주 만에 반등을 시도한 것이다. 이어 24일에 0.11%, 10월 31일 0.19%가 상승해, 오름폭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 2003년 10.29 대책 발표 직후 에는 약 석 달 동안 2.36%가 떨어진 뒤에야 하락세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8.31 대책 발표 후 6주 동안 하락폭도 -0.96%로 10.29대책 때 같은 기간 하락폭(-1.43%)을 밑돌고 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미친 영향력도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10.29 대책의 완승이다. 이번 대책에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규제완화가 포함되지 않은데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입주권 주택간주 등의 후속대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재건축 아파트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 전망했던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을 무색케 하는 결과다. 오히려 이처럼 재건축 아파트가 빠른 속도로 상승폭을 늘려감에 따라 8.31 폭풍이 시장을 강타한지 두 달 만에 정부의 대책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8.31 대책 후 6주 동안 5.78% 하락하며 저점을 통과한 재건축 집값은 같은 달 17일 전주에 비해 0.24% 상승한 데 이어 24일 다시 0.17%가 올랐다. 11월 2일 시세에서는 한 주 동안 무려 1.18%나 큰 폭으로 뛰어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10월부터 11월 2일 현재까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서초구 반포동 주공2단지 18평형의 경우 7억 8,500만 원에서 9억 3,500만 원까지 오르며 0.1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뒤를 잇는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3단지도 3억 7,000만 원에서 5,000만 원이 오른 4억 2,000만 원 선에 시세를 형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10.29 대책의 영향력은 8.31 대책보다 7주간 더 지속되며 총 13주간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9.94%까지 떨어뜨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대책 발표 후 6주간 하락률도 6.54%로, 단기간 시장 파급력도 10.29 대책이 더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 발표 후 보합 양상을 보이던 신도시 집값도 지난 10월 14일 전주 대비 0.01% 올랐다. 신도시 아파트 값은 대책 발표 후 단 두 차례만 주간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뿐 누적 변동률은 8.31 대책 후 오히려 0.11%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건축 아파트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이들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권 약세가 두드러진 반면 신규 중대형 아파트 위주인 신도시는 비교적 안정적인 시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상은 10.29 대책 이후 신도시 아파트 가격에서도 엿볼 수 있다. 10.29 대책 후 이전 한 달간 상승률인 6.03%에서 대책 발표 후 0.82%로 상승폭이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서울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소폭 상승이나 보합 양상을 보였다.

전국 아파트 집값도 대책 발표 후 지난달 17일 까지 0.30% 하락한 데서 24일 전주 대비 0.06% 상승하며 오름세를 준비하고 있다. 13주가 지나서야 오름세로 돌아섰던 10.29 대책과 비교하면 반등이 훨씬 이른 시점에 찾아 온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10.29 대책이 8.31 대책과 여러 면에서 닮은꼴로 평가 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두 대책은 모두 세제, 금융, 공급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이었다. 10.29 대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조기 도입,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등이 8.31 대책을 거치며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확대 등으로 그 강도를 더했을 뿐이다.

이처럼 10.29 대책의 확대판이라고 할 수 있는 8.31 대책이 의외로 쉽게 무너지면서 시장에서는 정부의 대책에 내성이 생긴 것이라는 진단과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아직은 후자가 우세한 상황이지만 10.29 대책 후 상승 요인을 분석해 보면 앞으로 본격적인 상승장이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주장은 설득력을 더한다.

10.29 대책 후 상승세로 돌아선 시점은 봄 이사철이 시작되며 전통적으로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시기였다. 10.29 대책이 나온 이듬해 도입된 주택거래신고제에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걷어들인 상태에서 봄 이사철까지 겹쳐, 본격적인 매도자 우위장을 형성하며 반등을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상승세는 약 4개월간 지속됐고 이 기간 동안 서울과 서울 재건축 집값은 각각 2.81%, 8.23%의 변동률을 보였다.

그러나 8.31 대책은 10.29 대책과 달리 뚜렷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10.29 대책보다 2배 가량 이른 시점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이처럼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는 8.31 대책이 예상보다 빨리 무너져 내리면서 향후 집값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입법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강남권 입성을 노리는 매수 대기자와 재건축 아파트 과열 양상이 줄어들지 않는 한 집값 안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