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울고’ 리모델링 ‘웃고’
[부동산뱅크 2005/08/18 - 조회:16,898]
리모델링, 중대형 공급 부족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재건축 규제로 강남 중대형 아파트 공급 부족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재건축의 차선책으로 여겨지던 리모델링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각종 규제로 사실상 올스톱된 재건축 사업에 비해 비교적 손쉽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업비나 사업 기간 면에서도 재건축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리모델링 추진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증축 최대 평수(9평) 제한이 없어지면서 중대형 아파트 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수 제한 없애 중대형 사업성 높아져
1층 필로티, 1개층 수직 증축도 호재
최근 건교부는 아파트 리모델링 증축가능 범위를 전용면적 30%까지 확대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달 13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할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의 건축위원회가 건물 구조, 기초 시설물, 건폐율, 용적률, 인도와의 거리 등을 고려해 증축 가능 범위를 30%까지 허용토록 했다. 당초 입법예고안에 포함됐던 9평 증축 최대 평수제한은 삭제돼, 중대형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에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또 1층에 필로티를 설치해 주민 공공시설로 사용하면 1개 층을 더 지을 수 있도록 해 공간 활용도를 높여줬다는 평이다. 인근 도로 끝에서 건물까지의 거리에 따라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높이제한도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주택법 개정안에 대해 건설업체와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당초 업계에서 요구했던 리모델링 증축분의 취득∙등록세 감면이나 리모델링 비용 장기 저리 대출 등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9평 평수 제한을 없앤 것만으로도 사업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표가 임박한 8월 부동산 대책에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방배동 중층아파트 리모델링 선회
궁전아파트 사업 성공 여부 관심 쏠려
현재 서초구 방배동 일대는 ‘리모델링 타운’으로 불릴 만큼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경남아파트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기에 최적의 단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평 증축의 걸림돌인 동간 거리가 넓을 뿐 아니라 35평형이 복도식으로 늘어나는 면적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남아파트는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고도 리모델링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늘어나는 용적률이 적어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도 이 같은 결정에 한 몫 했음은 물론이다.
쌍용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경남아파트는 지난 7월 리모델링 건축심의를 통과하는 등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 입주민의 70% 정도가 리모델링에 동의, 조합설립인가 기준선인 80% 도달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추진위는 밝히고 있다.
시공을 맡은 쌍용건설은 리모델링 시장 선점을 위해 파격적인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35평형이 47평형으로 53평형이 68평형으로 각각 늘어나고, 465대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주차장이 들어선다. 또 필로티를 설치해 로비라운지, 접견실, 휴식공간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사비는 평당 308만 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공사기간은 18~20개월 정도다.
경남아파트의 리모델링 추진을 지켜보던 인근 중층 아파트들도 하나 둘씩 리모델링으로 돌아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잠정 결정한 신동아아파트는 34, 46, 57, 60평형이 리모델링을 통해 각각 44, 60, 70, 74평형으로 늘어나게 되며 지하주차장이 신설될 예정이다. 공사비는 평당 324만 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새어 나왔던 방배동 삼익아파트도 대림산업을 우선 시공사로 선정하고 리모델링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29평형과 50평형으로 이뤄진 이 곳은 각각 36평형과 58평형으로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공사비는 대림산업에서 평당 327만 원으로 제시한 상태다.
이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리모델링을 통한 재산증식 기대감이 반영돼 가격도 높게 형성돼 있다. 경남아파트 인근 신일공인 관계자는 “사업 추진이 가장 빠른 경남은 물론 삼익과 신동아도 리모델링 얘기가 나오면서 주변 시세를 이끌어가고 있다”며 리모델링 소식을 듣고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도 많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인근 방배동 궁전아파트는 지난 7월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이 아파트는 민간이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첫 사업지로 주목을 끌고 있다. 김인식 궁전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은 “서초구는 물론 서울시도 사업 진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인근 아파트에서도 리모델링 사업 추진 과 관련해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31평형이 38평형, 39평형이 48평형, 51평형이 59평형으로 각각 늘어나는 이 아파트는 2006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평당 건축비는 230만 원 선이다.
이 밖에도 강남권 중층 노후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미륭, 강동구 둔촌동 현대, 주공 3단지, 서초구 서초동 삼풍, 여의도 삼부아파트 등이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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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서초구 방배동 궁전아파트 |
건축비, 평면 등은 걸림돌로 작용
정부의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과 건설사에서 쏟아내는 장밋빛 전망들이 맞물려 리모델링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용적률이나 동간 거리, 평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섣불리 사업을 추진했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도 있다.
우선 리모델링도 재건축만큼이나 용적률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단지가 많다. 리모델링을 통한 수직 증축은 불가능하지만 면적이 늘어나면 이에 따라 용적률도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층 단지의 경우 허용 용적률이 부족해 증축분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동간 거리가 좁은 단지도 전용면적의 30%까지 면적을 늘리기 힘들다. 특히 전용면적이 작은 소형평형은 중∙대형평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면적이 크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발코니와 복도 부분을 증축하는 리모델링의 특성상 옆으로 긴 모양의 기형적인 평면도 리모델링을 꺼리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고스란히 입주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재건축은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비 일부를 충당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가구수 증가가 없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리모델링팀 양영규 부장은 “재건축에 가해지는 각종 규제를 고려한다면 이제 분양수입을 기대하는 재건축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며 “본인 부담으로 집을 수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리모델링 사업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만큼 사업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리모델링 활성화는 쉽지 않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부동산뱅크 박영의 기자 momopc1@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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