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가구 6년치 소득 올인해야 25평 마련
[부동산뱅크 2005/09/06 - 조회:26,883]
최근 치솟는 집값과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정부의 ‘8.31부동산대책’에 화난 네티즌들이 거리에 나섰다. 2만 4,0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모임인 ‘아파트값 내리기 모임’이 지난 3일 광화문 앞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의 성격은 플래카드에 걸린 것처럼 ‘봉급으로 집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에 함축적으로 나타나 있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목표가 평생 벌어 아파트 20평 한 채 사는 것’이 될 만큼 집 값 급등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과연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을 얼마동안 저축해야 서울에서 내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부동산뱅크(www.neonet.co.kr) 리서치센터가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5년도 2/4분기 가계수지 동향과 서울아파트값을 분석한 결과, 올 2/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 소득은 310만 9,000원, 서울 아파트 25평형은 2억 1,235만 원, 32평형은 3억 3,692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근로자 가구가 서울에서 25평형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5년 9개월, 32평형은 9년 1개월간 소득을 꼬박 저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2000년과 비교하면 25평형은 1년 1개월, 32평형은 2년 1개월 가량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소득은 30.3% 상승에 그친 반면 25평형대 아파트값은 61.1%, 32평형대는 69.9% 올랐다.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등 강남권 3개구에 국한하면 기간은 훨씬 더 늘어난다. 25평형은 10년 8개월, 32평형은 15년 7개월간의 소득을 모두 저축해야 빚 없이 강남권에 진입할 수 있다. 2000년에 비하면 4년 2개월, 32평형은 6년 5개월 더 걸리는 셈. 강남권의 25평형은 1억 8,592만 원에서 3억 9,792만 원, 32평형은 2억 6,244만 원에서 5억 8,137만 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가계소득을 모두 꼬박 저축해 내집마련에 투자하기란 불가능하다. 도시근로자 가구가 버는 돈을 모두 저축할 수는 없는 노릇. 가계 지출을 고려해야 한다. 가계소득에서 가계지출을 뺀 흑자액으로 내집을 마련하는 길은 더더욱 험난하다. 2005년 2/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가계소득 310만 9,000원에서 가계지출 240만 8,000원을 뺀 가계 흑자액은 70만 1,000원. 이 금액을 25년 이상 넘게 저축해야 서울에서 25평형 한 채를 구입할 수 있으며 32평형은 40년 이상을 모아야 한다. 가계 흑자액만으로 강남권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어떨까? 가계 흑자액으로 강남권에 입성하기 위해선 25평은 47년 4개월, 32평은 69년 2개월 가량 소요된다. 가계 흑자액만으로 내집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부모님에게 물려 받은 돈이나 담보대출, 은행 예치나 기타 투자에 따른 수익 등을 고려한다면 내집마련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하지만 치솟는 아파트값이 갈수록 서민들의 내집마련의 기회를 점점 멀게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같은 공식을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과 비교한다면 내집마련에 걸리는 기간은 약간 줄었으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지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2003년 ‘10.29 대책’의 효과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일정부분 효과를 나타냈으나 올해 들어 내집마련 기간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집값 오름세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일반 서민들이 ‘봉급으로 집 살 수 있는 세상’은 갈수록 요원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과 지출, 서울지역 평형대별 평균매매가 추이*
<자료 : 통계청> < 단위 : 천원>
리서치센터 양해근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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