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조망, 여기가 '딱'이네
[부동산뱅크 2005/10/10 - 조회:18,397]
8.31대책 발표로 부동산 시장이 숨을 죽인 가운데 유독 청계천변 아파트만 펄펄 날고 있다. 지난 1일 청계천 복원에 따라 칙칙했던 청계고가가 걷히고 쾌적한 주거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청계고가를 사이에 두고 온갖 먼지와 소음에 시달려야만 했던 일부 단지들의 경우 청계천 조망이 가능해짐에 따라 그간의 설움을 떨쳐 버리듯 인기가 수직상승 중에 있다. 청계천이 내려다 보이는 주변 아파트를 찾아보고, 각 단지별 조망권 특징을 살펴본다.
▶ 성동구 하왕십리동 청계벽산 아파트
청계벽산 107동 34평형 입주민 권혜미(여, 46세)씨는 요즘 연일 싱글벙글이다. 1996년 입주한 이래 청계고가에서 나오는 먼지와 소음 때문에 발코니 문 한 번 제대로 열지 못했고, 그로 인해 아파트 가격도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해 오던 그였다. 하지만 청계천이 복원됨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과 쾌적한 주거환경이 확보된다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가격까지 덩달아 상승했다. 복원공사 시작 직전이었던 2003년 6월 3억 2,000여만 원 하던 아파트는 2년 새 8,000만 원이나 올라 4억 원까지 호가가 치솟은 상태다.
그러나 정작 청계벽산에서 권씨와 같은 청계천 조망 혜택을 누리는 가구는 그리 많지 않다. 101동~108동 중 온전히 조망이 가능한 곳은 106동과 107동 뿐이다. 3층 이상의 전 가구에서 청계천을 바라볼 수 있다. 다만, 상가가 앞을 가리고 있는 106동 1~5호 라인과 107동 6~8라인은 5층이 넘어야 한다. 103동, 105동의 각각 1~3호 라인, 1~2호 라인 일부 가구는 106동과 107동의 사이로 조망이 가능하기도 하다. 천과 함께 화려한 조명을 지닌 청계천 다리 ‘무학교’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105동을 제외한 청계천 조망이 가능한 모든 단지에서 다리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청계벽산 조망의 특징은 후면 발코니와 주방창을 통해서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청계천을 북쪽으로 바라보고 있는 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가구가 남향으로 배치된 이 아파트에서 전면 발코니로는 조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주부들의 만족감은 큰 편이다. 최경희공인 최 대표는 “주방 일을 하면서 청계천을 볼 수 있는 주부들을 비롯해 내 집 앞에 정원이 생겼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 동대문구 용두동 신동아 아파트
청계벽산과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신동아는 거실 발코니를 통해 확 트인 조망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단지가 청계천을 남쪽으로 바라보고 있는 덕에 남향과 동향으로 나 있는 거실과 자연스레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계천과 100m 이상 떨어진데다 단지 앞으로 소규모 공장과 상가들이 즐비해 있어 일부 가구를 제외하고는 청계천 감상은 어렵다.
실제 103동과 105동은 청계천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지만 앞에 위치한 건물들로 인해 조망은 불가능하다. 조망이라는 호재를 등에 업은 있는 단지는 104동 5~9호 라인과 102동 5~8호 라인이다. 104동 5~7호 라인의 10층 이상에서는 남쪽으로 나 있는 거실을 통해 천을 바라볼 수 있다. 8~9호 라인과 102동 5~8호 라인 7층 이상은 동향으로 청계천 조망이 가능하다. 다만, 동향으로 조망을 하는 라인의 경우 바로 앞으로 흐르는 청계천을 볼 수가 없으며 신답철교 방향으로 흘러가는 천을 보게 된다. 다리 역시 ‘무학교’가 아닌 ‘두물다리’를 볼 수 있다.
거실과 마주하는 청계천 조망권을 가진 덕에 조망의 가격은 높게 매겨진 편이다. 104동 24평형 조망 가능 가구의 경우 1억 9,000만 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반면 조망이 안 되는 곳의 경우 1억 6,000만 원 선에 물건이 나와 청계천을 보는데 약 3,0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야만 한다. 102동 34평형의 경우 그 차이는 6,000만 원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청계천이 안 보이는 곳은 2억 4,000만 원 선이지만 보이는 가구는 3억 원 이상까지 가격을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타운 김순이 대표는 “정면으로 천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조망 여부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는 편”이라며 “청계천 개통 이후 매수 문의는 많지만 기대 심리에 따라 매물은 없어 거래는 뜸한 편”이라고 밝혔다.
▶ 성동구 마장동 현대 아파트
청계천 개통에 따라 가장 큰 수혜 아파트로 꼽히고 있는 현대는 32평형의 가격이 연 초와 비교해 2,000만 원 이상 상승한 3억 5,000만 원까지 호가가 올라 있는 상태다. 일부 4억 원 이상 가격으로도 매물이 나올 정도로 청계천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돼 있다.
하지만 그동안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렸던 것과는 달리 실제 조망되는 가구는 많지 않은 편이다. 101동~111동까지 총 11개의 동으로 이뤄져 있지만 청계천을 볼 수 있는 동은 105동과 103동 4호 라인 밖에 없다. 그나마 10층 이상에서는 내부순환로가 청계천을 가리는 실정이다. 즉, 실질적으로 천이 보이는 곳은 103동, 105동의 4층~10층에 있는 30여 가구 뿐이다.
청계천과 접해 있음에도 조망이 쉽지 않는 이유는 청계벽산과 같이 이 아파트가 청계천 기준으로 아랫쪽에 있는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단지가 남향이므로 청계천을 보기 위해서는 북쪽을 향해야만 한다. 105동과 나란히 세워져 있는 104동은 복도식으로 지어진 탓에 북향으로도 청계천을 볼 수가 없다. 복도에서는 청계천을 볼 수 있지만 정작 집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쉽지 않은 조망이지만 가격만은 치솟고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랜드 백종우 대표는 “워낙 조망 가구수가 적은데다 주방에서나 볼 수 있는 구조라서 조망에 대한 가격은 많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가격 상승은 집 근처에 공원이 생기고 주변 환경이 깨끗해졌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동대문구 답십리동 극동 아파트
동대문구 답십리동 극동 역시 남향으로 훤히 청계천을 바라볼 수 있는 요지에 위치해 있다. 마장동 현대와는 맞은편에 있으며 전면에 배치된 1동 1~7호 라인 5층 이상 전가구가 조망이 가능하다. 다만 청계천 산책로에 빽빽이 들어서 있는 나무들로 인해 청계천이 가려지는 단점이 있다.
단지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조망되는 가구가 모두 22평형으로 이뤄져 있는 탓에 청계천 특수는 누리지 못한 편이다. 하지만 남향으로 자연스럽게 조망을 할 수 있다는 점, 10층 이상에서도 내부순환로와 함께 청계천까지 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조망 가치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광화문 방향으로 산책로와 ‘고산자교’까지도 조망이 가능하다. 집 안에서도 산책로의 화려한 조명을 볼 수 있으며 다른 구간에 비해 천의 폭이 넓은 편이다.
▶ 종로구 숭인동 롯데캐슬 천지인
30층짜리 주상복합 3동으로 이뤄진 롯데캐슬은 청계천과는 500m 남짓 떨어져 있지만 15층 이상 고층에서는 청계천 다리 ‘다산교’와 ‘황학교’를 감상할 수 있다. 두 다리 모두 청계천 이상의 화려함을 뽐내고 있어 그 위용이 엿보인다. 청계천 조망은 오피스 동인 지(地)동을 제외한 천(天), 인(人)동의 32A·C, 43A·C평형 라인에서 가능하다. 건물 앞쪽으로 빌딩 및 상가 건물이 있지만 32A·C, 43A·C평형 라인에서는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지난 해 8월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로 아직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청계천 호재로 매수 문의는 활발한 편이다. 때문에 32평형 가격이 4억 5,000만 원, 43평형은 6억 5,000만 원까지 호가가 오른 상태다. 하지만 아직 주변이 정비되지 않았고 청계천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 정도 가격은 아직 무리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 동대문구 신설동 대성 스카이렉스Ⅰ, 용두동 대성 스카이렉스Ⅱ
지난 2004년 11월, 2005년 4월 대성산업에서는 청계천변에 나란히 스카이렉스Ⅰ과 스카이렉스Ⅱ를 분양했다. 신설동에 위치한 스카이렉스Ⅰ은 ‘황학교’와 마주하고 있으며 용두동 스카이렉스Ⅱ는 ‘무학교’와 마주보고 있다.
청계천 조망이 가능한 덕에 각각 1,310만 원, 1,360만 원의 높은 평당 분양가로 공급됐음에도 불구하고 성공리에 분양이 됐다. 아파텔 역시 평당 분양가 1,100만 원의 비싼 가격에 분양을 했으나 현재 가구별로 1,000~2,000만 원 상당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상황이다.
아파트와 아파 텔 총 70가구 1개의 동으로 이뤄져 있는 스카이렉스Ⅰ은 4~5층은 아파텔, 6~19층은 아파트로 지어진다. 4층 아파텔부터 모든 가구에서 청계천을 내다볼 수 있다. 2개 동으로 지어지는 스카이렉스Ⅱ는 2~20층까지 아파트가 들어서지만 청계천과 접해 있어 전망은 어디서든 가능하다. 대성산업 영업팀 관계자는 “청계천변에 위치한데다 남향으로 청계천 조망까지 가능해 불경기에도 쉽게 분양이 끝났다”고 말해 청계천 특수를 톡톡히 누렸음을 인정했다.
▶ 중구 황학동 롯데캐슬
오는 12월 롯데건설에서 중구 황학동 삼일아파트 재개발을 통해 롯데캐슬 주상복합을 공급할 예정이다. 부지는 철거 후 한창 공사 다지기 작업 중에 있다. 총 6개 동으로 지어지며 1,852가구 중 503가구만이 일반분양 된다. 24평형, 46평형 분양 예정이며 아직 구체적인 설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청계천변에 위치해 많은 가구가 청계천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청계천이 북쪽에 있어 조망은 뒤쪽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반 아파트가 아닌 주상복합인 만큼 향 문제는 쉽게 조율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기자 pso9820@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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