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군과 강남 집값을 말한다
[부동산뱅크 2005/08/29 - 조회:29,595]
‘장고 끝 악수인가, 강남 집값을 잡을 묘책인가’
최근 참여정부가 들고 나온 학군 광역화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학군을 넓혀 인접지역의 학교 선택 우선권을 없애려는 것은 사실상 ‘강남8학군’의 무장해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강남북 간 벌어진 사교육의 질적 차이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군 다시 짜기가 강남 집값을 떨어뜨리지는 못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강남 유명 학군을 쫓아 모여든 수많은 ‘맹모(孟母)’들이 울고 갈 일은 결코 없을 것이란 기대다.
한발 앞서 시장은 이미 태풍의 눈 속에 묻혀 있다. 사자도 팔자도 멈춰버린 정중동의 모습 그 자체다. 그러나 이처럼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도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당장이라도 봇물 터지듯 기세를 뿜어댈 태세다. 매도우위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집주인과 집값이 빠지면 하이에나처럼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먹이를 노려보는 매수 대기자들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하다.
정부대책을 코앞에 두고 터져 나온 강남 학군 광역화 논의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제도 현실화 여부를 떠나 사자와 팔자간 팽팽한 세력균형 속에 무게 추를 어느 한쪽으로 옮길만한 파괴력을 지녔다는 데서 강남 학군 광역화는 8월 정부대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키워드가 돼버렸다.
이에 대한민국 부동산표준 부동산뱅크는 지난 1974년 서울시 내 학군제 도입 후 이 제도에 크고 작은 손질이 가해진 시점을 전후한 강남 아파트값 동향을 살펴보았다. 30여년 넘게 한 나라의 백년대계를 받쳐온 서울 학군제의 지난 자취는 변화랄 것도 없는 자잘할 것들이다. 지난 1996년 서울시 내 23개교를 대상으로 공동학군제가 도입되고, 1999년 강남 8학군에서 강동구와 송파구가 떨어져 나간 정도다. 그러나 이들 제도 변화가 ‘강남8학군’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그 가치를 떨어뜨렸다는데서 도입 시기를 전후한 아파트값 추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동학군제,종생부 8학군 퇴조
강남권 집값 하락은 미미
지난 1974년 고교평준화 확대와 함께 일본 고교학군제를 모방해 도입된 서울의 고교 학군제는 초기 5개 학군으로 시작해 강남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1978년 9개 학군으로 재편된다.
‘강남8학군’의 시작이었다. 서울고 경기고 숙명여고 등 강북 명문고가 옮겨간 강남, 서초구가 8학군으로 편성되면서 위장전입 등 각종 사회문제가 꼬리를 물고 터진 것도 이때부터다.
이에 따라 부랴부랴 만들어 진 게 지난 1996년 시청 반경 3km내 고교를 대상으로 도입된 공동학군제다. 이는 학군에 관계없이 고교입시에 복수지원을 허용하고 이후 추첨을 통해 입학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당시 경복, 용산, 이화여고 등 23개 학교가 포함됐다. 현재는 용산고가 빠지고 성동, 중경고 등이 추가돼 29개 고교가 공동학군으로 묶여 있다.
공동학군제는 강남8학군 지원자 수를 급격히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1995년 8학군 지원에 27~31개월 정도 필요하던 강남 거주기간이 공동학군제가 실시된 이듬해 7개월 미만으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공동학군제가 실시된 시청 인근 23개 고교에는 1만2,657명 정원에 모두 2만4,789명이 지원, 평균 1.96대1의 경쟁률을 세운다. 이는 같은 해 서울시 내 전체 인문고 합격자중 21%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당시 1지망에서 이화여고와 경복고는 경쟁률이 각각 6.71대1과 5.1대1이르는 등 강남8학군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한다.
이듬해 1997년 강남 8학군은 또 한번 위기를 맞는다. 고교 평준화 해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한동안 교육계를 뜨겁게 달군 종합생할기록부가 그것이다. 한때 인생을 마감하는 장부라는 뜻에서 ‘종생부’라고도 불린 종합생활기록부는 대학입시에 고교 내신성적 비율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은 강남8학군에 크게 불리한 제도였다.
이처럼 공동학군제에 고교 내신 성적 비율 강화까지 겹치면서 강남8학군은 1997년 입시에서 첫 미달사태가 벌어진다. 이에 따라 1986년부터 시작해 10년간 이어온 강남 거주기간 제한도 사실상 사라진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남 8학군에 속해 있던 강남, 서초 일부, 송파, 강동구 일대 집값은 강세를 이어간다. 강남 집값의 상당부분은 학군에 기인한다는 일부 주장을 무색케 하는 결과다.
공동학군제가 도입된 1996년 1월 강남 8학군 집값 평균 변동률은 0.4%로 서울시 전체 집값 변동률 0.2% 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전 달인 1995년 12월 강남 8학군 집값 변동률 이 0.0%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공동학군제 시행이 이 지역 아파트 값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학군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강 건너 불구경’이었던 공동학군제와 달리 종합생활기록부는 도입 발표와 동시에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역시 집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종합생활기록부가 도입된 1997년 1월, 강남 8학군이 속한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일대 집값 평균 변동률은 4.8%로 전달 변동률인 3.9%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또 이 당시 8학군 지역 평균 평당가가 819.7만 원으로 800만 원 대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집값 평균 변동률은 4.0%, 평당가는 640만 원 이었다.
1999년 강동,송파 8학군 탈락 후 오름세 주춤
학군제 개편 후 집값 상승 강남,서초 가장 커
서울시 내 학군제도에 마지막으로 손질이 가해진 것은 지난 1999년으로 학군경계와 행정구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강남 8학군에서 송파구와 강동구가 떨어져 나가면서 11개 학군으로 재편된다. 이는 기존 학군에 직접적인 칼날이 가해지는 사실상 전면적인 조정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따라 강남8학군에 속해있던 강동, 송파구가 6학군에 편입되고 강남구와 서초구가 남게된다. 또 영등포, 구로, 금천, 양천, 강서구 등 5개구가 혼재돼 있던 7학군은 강서구와 양천구만 남고 3학군으로 떨어져나간다. 1학군과 3학군에 속해 있던 강북.성북구와 성동. 광진구를 분리해 11학군과 10학군도 신설됐다.
서울시 교육청이 학군제 개편을 발표한 1998년 4월 이후 송파, 강동구 집값은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 같은 해 5월 외환위기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기 시작하면서 서울시 전체 집값은 -7.2% 변동률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강남구가 서울시 전체와 같은 낙폭을 기록하고 서초구도 -7%로 비슷한 수치를 보인 반면 강동구와 송파구는 각각 -8.0%와 -8.3%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학군제 재편으로 8학군에서 밀려 나간 게 집값에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그러나 학군 개편에 따른 약효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7월에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0.2%, -0.6%, 강동구와 송파구는 각각 1.8%, 1.4%의 변동률을 기록해 오히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개편된 학군제가 도입된 해인 99년 1월의 경우에도, 강남구와 서초구의 집값 상승률은 각각 1.8%, 0.5%를 보인 반면 강동구와 송파구의 집값 상승률은 각각 2.6%와 2.4%를 나타냈다.
최근 8.31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불거져 나온 학군 광역화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에 저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교육제도 개편을 통한 집값 잡기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행해진 몇 차례의 교육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강남 집값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1999년 있었던 학군제 재편이 강남 메리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육 정책을 통한 집값 잡기가 강남 흠집 내기 선에서 그치지 않겠느냐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지금의 11개 학군제가 모습을 갖춘 1999년 이후 서울시 내 각 학군별 집값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1월부터 2005년 8월 현재까지 강남, 서초구가 포함된 8학군 지역이 평균 평당가가 1,600만 원이 뛰어 오름폭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99년 학군제 개편 때 8학군에서 떨어져나간 6학군 강동, 송파가 1,163만 원이 오른 1,798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른바 강남 4개 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를 제외하고는 성동, 광진구가 포함된 10학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 곳은 1999년 1월 약 556만 원이던 평균 평당가가 2005년 8월 현재 1,145만 원으로 589만 원이 올랐다. 양천구가 속한 7학군은 평당 574만 원이 오른 1,798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박영의 기자 momopc1@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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