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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對아파트] 방배 에버뉴VS 방배 궁전

[부동산뱅크 2006/05/25 - 조회:10,809]

켜켜이 쌓인 규제에 재건축 단지들은 울상인 반면 리모델링 노선을 택한 단지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까다로운 정부 정책에서 벗어나 새 집으로 옮긴다는 기쁨 때문이다. 리모델링의 진수를 보여주는 방배동 래미안방배에버뉴와 궁전 아파트를 찾았다.

이것 진정한 리모델링, 에버뉴

지난 2005년 9월 입주한 방배 에버뉴는 총 96가구 1개 동 규모로 63평형 단일평형으로 이뤄져 있다.



2004년 8월까지 삼호아파트 14동이었던 이 단지는 애초 별도 재건축을 추진하려 했었다. 다른 단지와 필지가 구분된 덕에 나 홀로 진행이 가능했던 것. 하지만 같은 이유로 단지 앞 도로까지 매입해야 한다는 난관에 부딪치자 사업은 리모델링으로 급선회한다. 이렇게 국내 최초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고, 13개월 간의 공사 끝에 탄생한 것이 래미안방배에버뉴이다.

리모델링으로 인한 입주민들의 만족도는 새로 내 집을 분양 받았을 때의 떨리는 심정과 비견될 수 있다. 입주민 조성환 씨는 “낡고 재래식이던 시설이 계량화되고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새로 태어났다”며 “낡아서 녹물이 나오던 집에서 정수된 수돗물이 나오게 됐고, 침대에 누워서 안방 불을 끌 수 있게 되는 등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낡은 설비를 교체한 것 이상으로 편리해진 부분은 10평 가량 늘어난 면적이다. 기존 54평형(전용면적 약 45평)이었던 집이 63평형(전용면적 약 55평)으로 늘어난 것이다. 평형이 큰 덕에 길게만 지어져 효용도는 되려 떨어지는 리모델링 아파트의 기형적인 평면도 느낄 수 없다.

평형이 늘어나면서 설계도 변경됐다. 주내력벽은 손 댈 수 없는 탓에 방 크기가 커지고, 새로운 발코니가 생기는 등의 기본적인 변화와 더불어 주부들이 오랜 시간 머무르는 주방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기존 집이 주방과 식당 사이에 문이 설치돼 요리를 하고, 음식을 나르는데 동선이 끊겼던 반면 리모델링을 통해 동선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단지’ 리모델링 1호, 궁전

방배 에버뉴는 1개 동만을 리모델링했지만 단지 전체가 리모델링에 들어간 곳도 있다. 에버뉴 맞은편에 위치한 방배 궁전이 그 주인공. 총 216가구 규모로 현재는 28평형(84가구), 36평형(60가구), 42평형(72가구)으로 구성돼 있으나 곧 35평형, 44평형, 53평형으로 7~9평형이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6월 공사에 착수, 오는 12월이면 새 아파트로 거듭날 방배 궁전 역시 처음부터 리모델링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재건축을 추진하던 중 바뀌게 된 것이다. 이렇듯 애초 사업방향 의도와는 달랐지만 공사가 진행 중에 있는 현재 재건축보다 낫다는 반응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을 추진했다면 아직도 조합원들끼리 싸우고 있을 것”이라며 “리모델링을 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오래된 아파트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개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18개 월의 공사 기간만으로 낡은 설비들이 최신 장비로 바뀌게 된다. 고질적인 문제점이던 주차장도 이번 기회에 해결할 예정.

리모델링조합 남상배 이사는 “예전에는 주차장이 좁아 단지 내 나무를 밀어내고 차를 대곤 했다”며 “이번 공사를 통해 지하주차장을 설치, 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차로 꽉 찼던 지상 공간을 조경 및 입주민을 위한 시설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멀쩡한 골조까지 부수고 재건축을 하는 것보다 시간, 비용 모두를 절약할 수 있다”고 리모델링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주거는 ‘만족’, 시세차익은 ‘글쎄’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재건축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리모델링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1개 동 리모델링에 나선 방배 에버뉴의 경우 지하주차장을 파지 않아 멋진 조경을 잃었다. 입주민 조성환 씨는 “가구별 1.65대의 주차대수가 확보돼 공간이 충분한데다 지정 주차제를 실시하고 있어 굳이 지하주차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 벚꽃나무와 느티나무로 겹겹이 쌓여 조경이 무척 멋있었는데, 공사 후 다른 것은 다 좋아진 반면 나무가 사라진 조경 시설만큼은 예전만 못하다” 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골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설계를 하다 보니 평면이 좋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면적을 늘일 수 있는 공간이 발코니와 복도밖에 없다 보니 길쭉하기만 한 기형적 평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특히 중소형 평형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궁전 28평형(변경 후 35평형)과 36평형(변경 후 43평형)의 경우 면적만 넓어졌을 뿐 평면은 기존이 더 낫다는 평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재건축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익률이다. 궁전 42평형의 경우 리모델링 직전 8억 원 선에 거래돼 1,900만 원의 평당가를 기록했다. 반면, 53평형 확장 공사를 하고 있는 현재는 11억 원(부담금 1억 6,500만 원 별도) 전후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평당가로 계산하면 약 2,000만 원 선. 리모델링이라는 호재에도 평당 100만 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 셈이다.

54평형이었던 에버뉴 역시 마찬가지다. 공사 전 8~9억 원이었던 이 단지는 현재 13~14억 원 선으로 추정되며 표면적으로 5억 원 가량 오른 상태. 하지만 2억 원(풀옵션)의 부담금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3억 원이 올랐다. 여기에 늘어난 면적 9평까지 감안한다면 오름폭은 더 작다고 볼 수 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하루 사이에도 몇 천만 원이 오르고, 몇 억 원이 오른 것과 비교한다면 수익성은 높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인근 중개사는 “아무래도 새로 짓는 아파트에 비해 내부 평면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불편한 집을 살기 좋은 집으로 바꾼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지 수익성 부동산으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생활편익, 학군 등 풍부

이들 단지는 방배동 끝 자락에 위치해 있지만 강남권의 장점은 모두 누리고 있다. 특히 8학군은 서초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서래초는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 시범학교’로 지정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인기가 좋다. 중·고등학교는 세화중·고, 서문여중·고, 반포중, 방배중 등으로 통학할 수 있다.

편의시설 이용도 쉬운 편이다. 차량 5분 거리 이수역에서는 태평백화점, 남성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곳에 비해 물가가 싸 알뜰한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차량 10분 거리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성모병원, 킴스클럽 등이 있으며 강남역 및 양재역을 가는 것도 15분이면 충분하다.



자가 운전자에게는 교통 역시 사통팔달로 뻗어 있다. 동작대로와 동작대교를 통해 사당 및 강북 진입이 수월하고, 사평로를 통해서는 강남과 노량진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은 쉽지 않다. 4호선 이수역, 7호선 내방역을 이용할 수 있지만 10분 이상 걷거나 마을버스를 이용해야만 한다. 구반포삼거리에 9호선 921공구가 들어오기는 하지만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인근 신삼호부동산 은규락 대표는 “방배동은 학군, 편의시설, 교통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며 “낡은 아파트가 많아 가격 오름폭이 크지는 않지만 하락폭도 작고 늘 가격이 강보합세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된 단지들이 하나, 둘씩 새 단장을 할 경우 장기적으로 새로운 아파트촌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기자 pso9820@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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