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으로 본 교육구 순위
[부동산뱅크 2006/07/06 - 조회:38,051]
최근 학군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교육부가 외국어고 지원 지역을 거주지 시도로 제한하고 동일계 진학비율이 낮을 경우 현행 학군제로 강제 배정하겠다는 등의 방침을 발표하자 강남권 주민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교육부 방침대로라면 서울에서 외국어고 지원이 학군단위로 제한돼, 강남에서는 강북은 물론 수도권 외국어고에 진학을 할 수 없게 된다. 한마디로 강남 8학군(강남, 서초)이라는 이유로 외고 진학에 불이익을 당할 수 만은 없다는 불만인 셈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서울시교육청도 최근 공청회를 열고 ‘선지원 후추첨’제 방식으로 고교배정을 추진키로 밝히면서 강남 8학군은 코너에 몰렸다. ‘선지원 후추첨’을 통해 일반계 고교 학교 선택권이 확대되면 강북 학생들도 강남에 있는 고교에 입학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는 일부 비강남권 학부모들의 요구와 강남 집값을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으로 사실상 강남 8학군에 사형선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남 8학군 매매, 전세 동반강세
그렇다면 학군과 강남 집값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부동산뱅크가 서울 11개 고교 학군제가 모습을 갖춘 지난 1999년 이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살펴본 결과 강남구와 서초구가 속해있는 8학군 상승폭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999년이후 8학군 평균 매매가는 무려 2.48배가 뛰었다. 강동구와 송파구가 속해있는 6학군도 같은 기간 1.79배가 올라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1.32배가 오르는데 그쳤다.
전세가도 매매가 동향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학군별로는 8학군이 평당 전세가가 784만원으로 서울 11개 학군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5학군(종로, 중구, 용산)이 평당 616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10학군(성동,광진)과 6학군(강동, 송파)도 각각 577만 원과 565만 원으로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세가 상승폭도 8학군이 평당 444만원을 기록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강남 명문학군을 중심으로 진입 수요는 물론 같은 지역에서 평형을 넓혀 가려는 대기수요까지 겹치면서 매매와 전세가 동반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명문학군과 집값상승 간 상관관계가 윤곽이 잡히면서 참여정부 들어 강남 8학군에 대한 위협도 끊이지 않았다. 강남 집값이 급등할 때 마다 그 대안으로 학군광역화, 공동학군제 확대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백년지대계’라고 일컫는 교육정책이 집값 잡기의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는 논리 앞에 학군조정은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서울구별 전세값 탑5, 용산구 최장수
지난 20여 년간 서울 각구별로 전세가 동향을 살펴보면 교육 특구 프리미엄은 더욱 명확해 진다. 지난 1988년부터 1999년까지 12년간 용산구가 줄곧 전세가 1위를 지켜온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이촌동 일대에 외국어 학원을 비롯한 풍부한 초등교육시설이 이처럼 높은 전세 수요를 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강남구에 전세가 1위 자리를 내주고 만다. 부촌의 명성이 점차 퇴색하고, 재건축 등 기대심리로 강남권 수요가 크게 몰렸기 때문이다. 유아나 저학년 교육시설은 풍부한 반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강남에 비해 부족한 점도 한몫 거들었다. 지역 명문고로 꼽히는 용산고, 중경고 등은 지난 1996년 공동학군제로 묶이면서 고교 학군 메리트도 떨어졌다. 그러나 동부이촌동 일대에 즐비한 어학원과 사립학교 못지 않은 신용산초 등은 여전히 교육 특구로서의 명맥을 잇고 있다.
용산구를 밀어내고 자리를 꿰찬 강남구는 지난 2002년 서초구에 자리를 한번 내준 뒤로는 지금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강남구에서는 대치, 도곡, 개포동 일대 학군이 단연 돋보인다. 교육시설 면에서 인근 논현동이나 압구정동 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지하철 3호선 도곡역, 매봉역 사이 남부순환도로 주변에 위치한 은마, 청실, 선경, 개포우성 1,2차 등은 학군 프리미엄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곳이다.
이들 단지들은 대치중, 대청중, 숙명여중고, 중대사대부고, 단대부속중고 등으로 배정 받는다. 초등학교는 대부분 대치초, 대곡초 등으로 진학한다. 양재천을 넘어 개포동에는 개원중, 구룡중으로 배정 받을 수 있는 단지가 인기다. 경남1차, 2차, 개포 3차, 우성 3차, 8차, 9차 등이 수혜단지로 꼽힌다.
서초구도 강남 못지않게 교육열기가 뜨거운 곳이다. 강남구가 여학교가 강세를 보인 반면 서초구는 남학교 조금 더 강세다. 이곳에서는 방배동과 서초중에 있는 아파트가 학군 프리미엄 수혜 단지이다. 명문학군을 중심으로 아파트보다는 고급주택과 빌라가 밀집해 있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방배중, 서초중, 반포중 주변 집값이 대접을 받는다. 방배동에서는 지하철 2호선 방배역과 가까운 경남, 삼익, 신동아, 암광 아파트에 주소를 둔 자녀들이 방배중과 이수중으로 배정을 받는다. 반포동 한신1차와 경남 아파트 거주자들은 반포중, 세화중으로 진학 할 수 있다. 서초동 금호베스트빌과 한빛 삼성 등에 거주하는 자녀들은 서초중으로 배정 받는다.
이 같은 학군 장점에 힘입어 2000년 이후 강남구에 이어 전세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0년 이전에도 1994년과 1995년 1998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2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강남구와 서초구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것은 송파구이다. 송파구에 사는 부모들은 가원중과 가락중을 최고 학군으로 꼽는다. 가락중학교로 배정받을 수 있는 한2양차와 반도 등이 이들 학군 수혜단지로 볼 수 있다.
비강남권에서는 양천구 전세가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19년 동안 무려 12번이나 구별 전세가 탑5안에 들었다. 이곳에서는 목동 신시가지 단지가 인기다. 특히 2~3단지로 학군수요가 몰리는 편이다. 2,3단지 거주자들의 자녀는 명문학군으로 꼽히는 신목중, 영도초교로 100%배정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시가지 1단지에 사는 자녀들은 월촌중으로 배정 받을 수 있다. 신서중은 신시가지 9단지와 10단지, 목일중은 신시가지13단지와 14단지에 사는 자녀들이 들어간다. 반면 신시가지 밖에 들어서는 단지들은 이들 명문학교로 진입이 사실상 차단돼 있다. 주변 생활편익시설도 풍부한 편으로 목동종합운동장, 파리공원, 까르푸, 아울렛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목동교와 양평교를 이용, 도심 진출입도 수월하다.
한강 이북에서는 광진구 전세가 강세가 두드러진다. 2002년 이후 줄곧 구별 전세가 탑5내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학구열은 높지만 돈이 부족해 강남권에 진입하지 못한 수요들이 몰리면서 강북권 교육 특구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한강조망을 호재로 새아파트 공급이 봇물을 이루면서 광장동 광남초, 광남중, 광남고 등이 우수학군으로 거듭났다.
강동구에서는 명일동에 위치한 배제중고, 명일여중고, 한영외고, 한영중고교 등을 우수 학군으로 꼽는다. 고덕현대, 주공9단지, 신동아, 삼익그린 아파트 주민 자녀들이 이들 학교로 배정 받아 인기가 높다.
반면 ‘강북 8학군’이라 불리는 노원구는 지난 19년간 한번도 전세가 탑5안에 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매가 수준이 낮은 탓에 전세가 상승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원구에는 불암초, 중계중, 상명여자중고, 서라벌고, 대진고 등의 학교가 몰려 있다. 이들 학교를 배정 받을 수 있는 중계주공 3, 4, 5단지, 대림1, 2차, 청구중계3차 아파트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밖에 불암산 자연공원, 삿갓봉 근린공원을 비롯한 소규모 주민공원이 곳곳에 마련돼 있고, 생활편익시설 이용도 수월하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기자 kjh@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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