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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에서 도심으로 이사한다면 하루에 세 시간 반 이상씩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의미이며, 이를 굳이 직접적 생산 활동이 아니더라도 여가 생활이나 가족과 그 시간을 보낸다면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하는 것이다. 이것을 사회 전체로 확대해서 생각해볼 때 그 효과는 상당하다.

도심에서 5km 떨어진 곳에 1만 명을 살게 하고, 50km 떨어진 곳에 10만 명을 살게 할 때의 교통량을 계산해 보자. 출퇴근은 왕복이므로 앞의 1만 명의 교통량은 연거리 10만 인(人)km(=5km×2×1만 명)이며, 뒤의 10만 명의 교통량은 연거리 1000만 인km(=50km×2×10만 명)이므로 11만 명 전체에 대한 교통량은 1010만 인km다. 이것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80억8000만 원에 해당한다(연봉 4160만 원 기준).

키워드는 ‘서울·재개발·재건축’

이번에는 같은 11만 명의 사람을 도심에서 5km 떨어진 곳에 3만 명을 살게 하고 50km 떨어진 곳에 8만 명을 살게 할 때의 교통량을 계산해 보자. 앞의 3만 명의 교통량은 연거리 30만 인km(=5km×2×3만 명)이며, 뒤의 8만 명의 교통량은 연거리 800만 인km(=50km×2×8만 명)이므로 11만 명 전체에 대한 교통량은 830만 인km다. 이것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66억4000만 원에 해당한다.

교통량이 17.8%인 180만 인km나 줄어들게 된다. 교통량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거기에 들어가는 휘발유 값만 절약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출퇴근에 빼앗기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이를 수치로 환산하면 인구 1만 명을 도심으로 이전시키면 연간 1872억 원이 절약되는 셈이다. 다만 이러한 계산 근거는 개인별로 출퇴근에 절약되는 시간을 금액으로 개략적으로 환산한 것이니만큼 개인별 연봉 수준이나 출퇴근 거리에 따라 그 수치는 다소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전체 맥락에서 볼 때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전체 교통량이 줄면 도로 건설 및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약되므로 이를 감안하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이득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도심 개발의 이론적 타당성이다. 문제는 서울에 주택을 추가로 보급하려면 택지가 확보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서울이라는 한정된 공간 내에서 공급을 확대하려면 기존 택지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것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하지 않고서는 서울의 주택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을 통해 지어질 아파트의 용적률을 인근 지역에서 수용할 만큼 높이게 되면 택지 문제가 일부 완화될 것이다.

위에 열거한 이유로 이명박 정부는 도심 개발 중심의 주택 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 집 마련 방향에 있어서도 첫째 지역적으로 지방보다는 수도권,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의 중요성이 강조된다는 점과 둘째, 투자 상품으로는 신규 분양보다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유망하다고 볼 수 있다.

아기곰은 …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 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으며 기존의 부동산 투자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신간 ‘부동산 비타민’을 내놓았다.

아기곰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