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한경비즈니스 입력 2014.02.28 15:2


현재 전세금에 5000만 원만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어 매매를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들 학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갈 생각도 당분간은 없거든요."(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40대 주부 김모 씨)

"집을 사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지난해 연말부터 많이 옵니다. 매매 호가가 자꾸 오르다 보니 집을 내놓겠다던 집주인 중엔 좀 더 시간을 끌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경기도 용인시 풍덕천동의 부동산 중개업소 신모 대표)

새해 들어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었고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도 모처럼 오르고 있어 주택 보유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1년 전만 하더라도 집값 하락에 대한 공포 때문에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기를 주저했는데 최근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며 "취득세 영구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규제가 완화됐고 집값 바닥론이 확산되면서 집을 사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분석은 외국계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연초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집값이 올해는 상승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7년 동안 집값은 하락한 반면 가계의 소득이 완만하게 늘었고 금리는 떨어져 집 살 여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매매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기대감은 여러 지표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우선 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1월 주택 거래량은 658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가운데 아파트는 4668가구로 작년 1월보다 4배 이상 급증했다.

'거래 절벽' 옛말…경매시장도 들썩

거래량 증가와 맞물려 가격도 상승세다. 전국의 집값은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13일 기준 전국 주택 가격은 지난해 12월 9일에 비해 0.2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과 지방 모두 부동산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매매가가 오름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건설사와 지자체의 골칫덩이었던 '미분양 주택'들도 물량을 털어내는 움직임을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8년 16만5600가구에 육박했던 전국 미분양 주택도 2013년 말 6만1000여 가구로 대폭 줄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2006년 5월(5만8505가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토지 거래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토지 거래량은 224만1979필지로 2012년에 비해 9.6%나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 지표로서 의미가 있는 경매시장 또한 활기를 띠고 있다. 경매 정보 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경매 입찰자는 지난해 8만2255명으로 200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았다. 수도권 전체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 가격)은 82.78%로 2011년 8월 이후 최고이며 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평촌·용인 등 버블 세븐 지역의 경우 1월 낙찰가율도 일제히 80%를 넘어 3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낙찰가율이 높다는 것은 단순히 입찰에 참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의 경매 물건을 낙찰 받기 위한 실질적인 경쟁이 치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경매 열풍은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주택 시장 회복 분위기와 맞물려 경매 인기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오랫동안 '거래 절벽' 현상에 시달리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관망세를 보이던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구매에 나선 것은 '집값 바닥론' 확산의 영향이 크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가계에 갑자기 돈이 많아져 집을 살 수 있게 된 게 아니라 집값의 거품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매수 여력이 생겼고 더 이상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동조 현상이 시장에 퍼지면서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공급과잉 미해결" 반론도

정부 정책도 약효를 발휘했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으로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구매 여력이 있으면서도 전세 시장에 있던 수요자들을 매매 시장으로 이끌기 위한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았다.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 등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들에게는 시중금리보다 훨씬 낮은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줄 테니 집을 사라고 '유도'했다.

치솟는 전셋값과 전세난으로 어쩔 수 없이 집을 사야 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난 것도 부동산 시장 거래 활성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2월 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전셋값은 75주 연속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무려 1년 반 동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것이다. 전셋값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인 전세가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차라리 집을 사자"는 수요가 급증했다. 실제 수도권에서 전세금이 매매가격의 70%를 넘는 지역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심지어 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한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93.98%로 집계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6㎡의 이 아파트 매매가는 3억1390만 원, 전셋값은 2억9500만 원으로, 불과 1890만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수기인 연초부터 이례적으로 아파트 값이 오른 것에서 탄력을 받아 봄 이사철까지는 매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본다.

박 팀장은 "강북의 중계동과 용인·수원 등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자의 매매 수요가 많고 경제력 있는 다주택자들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역시 지역별 편차가 뚜렷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했다. 조 팀장은 "지난해 청약 대박을 기록한 위례를 비롯해 하남미사 등 강남권 신도시에 매매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택 시장이 회복 궤도에 안착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의 회복세는 장기간의 거래량, 가격 하락 이후 나타나는 기술적 반등 정도"라며 "여전히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08년 이전 부동산 호황기에 주택 착공에 나섰던 건설사들의 물량들이 아직도 쌓여 있다는 것이다. 파주·김포·청라 등 2기 신도시들이 대표적이다. '재고'가 잔뜩 있는데 신규 물량도 무섭게 쏟아지고 있다. 닥터아파트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12만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인데 이는 지난해보다 40% 정도 증가한 수치다.

이 교수는 "서울 강남과 강남권외 신도시는 전혀 다른 시장"이라며 "교통 시설 확충, 지역 내 문화 시설 구축, 명문 학군 유치 등 보다 구조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서울 외곽 지역에 집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수급 불균형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든 만큼 거래 걸림돌로 지목되는 규제를 더 풀어 시장의 회복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 과열기에 만들어진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함께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박기정 한국감정원 연구위원은 "LTV-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저소득층이나 저신용자들이 비싼 이자를 내고 받은 비은행 금융회사의 대출을 은행권으로 돌릴 여력이 높아지는 등 오히려 가계의 재무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