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여긴 글을 쓰기가 주저되는 게시판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느끼기엔 워낙에 고수들이 많아서 내집마련 노하우라는 게시판 이름이 어울리나 싶을정도이네요..

워낙에 재테크에 무지하고 아는것이 없었던 저에게 내 집마련은 집값 상승을 통한 재테크 개념이 아닌 폭등하게 될 경우 영영 갖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한 Hedge 차원이었습니다.

이건 뭐 집한채 가진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인 사안인거 같습니다. 2채이상이면 몰라도 한채라면 집값이 높아지나 싸지나 별 의미가 저에겐 없는거 같습니다. 나중에 집팔고 전세살면서 가게하게되면 모르까 집 값이 높아지면 그냥 일반 월급쟁이에게는 갈아타기만 힘들어질 뿐이죠.

그래서 제목을 내집마련의 의미라고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세상 살아가는 데 피가되고 살이되는 말씀 해주시는 밝은 멘토님, 김현정님, 가을바람님 감사드립니다.

2002년 1월에 결혼한 저는 부모님이 전세금 칠천을 마련해주셔서 신도시의 한 작은 아파트에서 행복하게 시작했습니다. 집주인이 14살짜리 중1 소녀더군요..그래서 그 부모님이 대리인으로 와서 전세 계약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와~ 그 여자애는 주민등록증이 나오기도 전에 집이 있네.."라며 감탄하게 되는데 그 당시에는 집주인 부모님의 차(BMW 5)에 관심이 더 가는 철부지였습니다.

뭐 둘만 살면서 딱 청소하기 편한 아파트였던거 같습니다.가끔 주위를 산책하면서 큰 아파트를 보면서 "와 넓다~", "베란다가 세 칸이네.."하며 우리도 저런데 곧 살겠지 하며 행복할것만 같은 미래만 상상했습니다.

그때 저와 집사람은 모두 공대 석사출신으로 퇴근이 둘다 늦었습니다. 말이 좋아 공학도지 컴퓨터가지고 삽질하는 노가다 직업군이지요..

둘다 아침은 늦어서 못먹고(참고로 저희 부부는 오전 8시 이전에 심장이 뛰질 않습니다. ^^;;) 점심저녁은 당연히 회사에서 먹고 집에오면 일반적으로 밤 10~12시.
주말엔 둘다 피곤해서 일어나면 오후 2~3시, 주말 일과라고는 주위 산책이거나 당일치기 드라이브가 전부였습니다. 물론 회사가 바쁘거나 프로젝트 끝물에 물리면 주말이 없어지는 아주 지극히 프로그래머스러운 생활이었습니다.

벤처기업 연구원은 돈이 안모일래야 안모일수가 없는 직업입니다. 돈을 쓸 시간이 없으니 계속 통장으로 들어가기만 하더군요. 그땐 정말 박봉(연봉 1700, 1500)었는데도 잘만 모이더군요. 제가 전문연구요원으로 군 생활을 연구원으로 대신하는 처지라 박봉에도 감수하고 다녀야하는 상황이었죠.

2003년 첫애가 출산했는데 저산소증으로 인해 뇌병변 장애아로 태어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그때는 앞이 캄캄하더군요..

한번 병원 입원하면 병원비 3~4백은 기본이고 애 때문에 맞벌이를 더이상 진행할 수도 없었습니다.괴로운 외벌이가 시작된 셈이지요. 그러는 사이에 집주인이 두번 바뀌더군요. 집가격도 조금씩 오르면서..

그렇게 몇개월 지나가며 통장잔액이 줄어드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러다 우리가족 내집마련은 커녕 월세단칸방을 전전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슬슬 들더군요. 다행히 다니던 회사가 잘 되서 400~700%의 인센티브가 나오는 시기였습니다.

애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사이, 두번째 바뀐 집주인이 집을 좀 일찍 비워달라고 하더군요. 자기 아들이 그해 가을 결혼하는데 그 집에서 신혼살림을 할거라구요..

그때 부럽다라는 생각과 이 기회에 무리해서 집을 사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통장에 있다가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가는 돈이 좀 안타까웠나 봅니다.

뭐 시세도 알아볼겸 부동산에 들려 전세와 매매를 동시에 알아보니 부동산 아저씨가 갖은 미사여구를 사용하여 매매를 추천하더군요.

"막내 동생같아서 하는 얘기다. 집을 꼭 사라.."
"돈 있으면 여행갈 생각하지 말고, 차 살 생각하지 말고, 집을 사야된다."

뭐 여기까진 다 옳은 말이었습니다.

"내 진짜 아까운 물건인데 동생같아서 소개해주는 거다.. 싸게 해줄테니 나만 믿고 사라.."

집을 보러가자며 얼떨결에 간 아파트. 베란다가 두칸( 그 당시에는 "베이"란 용어를 알지도 못했습니다.) 거실과 방이 분리된 그때 당시의 저에게는 정말 환상적인 아파트였습니다.

집을 보고 온 사이에 집주인이 가격을 3백 올려버리더군요. 중개업자 말로는 이 집이 워낙 좋아서 그냥 지금이라도 계약을 해야된다..

다운계약서도 요구하더군요.. 업자 왈.

"이거 써줘야 3백만 올린덴다.." 안 그러면 5백을 더 올리겠답니다. --;

그때는 그 바닥이 원래 그런줄 알았습니다. 처음 들어간 부동산에서 바로 계약을 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죠. 헐~ 성수기도 아닌 시점에 매도자 입장 다 들어주고 집사주는 미친넘이 바로 저였습니다. ^^;;

계약당일, 집을 파시던 매도인께서 환갑 넘으신 아주머니셨는데 저희가 집 계약하시는거를 보시더니 따라 나오시더군요.

"젊은이들이 뭐가 바빠서 등기를 대행시키냐..돈이 아깝지도 않으냐.."
"몇군데나 알아보고 계약을 한거냐.."
"아까 채권은 그냥 달라고 한게 잘한거다..그거 가지고 있다가 만기되서 팔거나 급하면 직접 국민은행에 가져가서 팔아라..그러면 2~3만원 더 받는다.."

라며 다음부터는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하라고 거의 20분을 설교하시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머니께서 저희한테 좀 미안하셨나봅니다. 그때는 이 아주머니가 왜 따라나와서 귀찮게 하나라는 단세포적인 생각밖에 없었나 모르겠습니다.

계약을 하고 1주동안은 벅찼습니다. 햐~ 결혼 2년만에 내집마련이라..

그러다 우연히 다른 부동산 앞에 붙어있던 매매광고가 눈에 띄여서 들어가봤습니다. 동일 아파트단지의 더 좋은 향, 더 좋은 층이 1500이 더 싼게 있더군요. 미끼매물인줄 알고 들어가서 계약가능한지 물어보니 바로 집을 보여주더군요. 물론 계약가능한 매물이였습니다.

한마디로 제대로 낚인거지요..
계약금 1700이 아쉬어 해약도 못하고 부글부글 끓더군요. 1억 7천에 산 동향 아파트에 살면서 1억 4천에 남향 로열층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며 열도 받고, 1억 2천에 경매낙찰되는것도 보면서 그렇게 대출갚으며 도를 닦으며 2년이 흘렀습니다.

한번 제대로 당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부동산에 관심이 가더군요..

애는 계속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집사람은 낮에 해가 안들어오는 동향집에서 애 뒤치닥거리하느라 힘들어하는 생활이 반복되던 중, 첫번째 여름을 맞이했습니다.

회사가 수출제품만 만들어서 해외출장이 잦은데 입사후 처음으로 휴가를 집에서 보내게 된 여름은 끔직했습니다. 집사람이 대단해 보이더군요. 복도식 아파트라 현관문을 열지않으면 통풍도 안되고, 저녁 늦게까지 들어오는 햇살에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찜통더위..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집사람이 애 병간호하면서 늘어나는 짜증이 이해가 되더군요.

애랑, 저, 집사람 모두 낮부터 저녁까지 얼음패드를 하나씩 끌어안고 일주일을 지냈습니다.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서 생활하는게 어떤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거죠.

그때부터 다시 집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꿈틀거렸습니다. 그때가 2005년인걸로 기억되는데..미분양난 아파트도 가보고,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도 부동산에 함 들려보고 집에와서 집사람에게 얘기하면 집사람이 화를 막 냈었죠..

우리한테 돈이 어딨냐고요..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집사람이 우울증 초기에다가 부동산에 대한 관심보다는 애 치료에 관심이 더 많아서 항상 부정적으로 봤던거 같습니다. 하긴 그 당시 한달 월급으로 생활이 안되던 좀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조금씩 카드빚이 늘어나다가 연말에 인센티브로 카드빚을 청산하던, 저축이 전혀 존재할 수 없던 암울한 시기였죠.

그러다 둘째가 생겼습니다. 집사람도 둘째가 생기면서 슬슬 맘이 바뀌더군요.. 더 넓혀야 될것 같다구요..그래서 집 업그레이드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일단 둘다 맞벌이 시에는 잘 모르던 집에서의 생활이 중요해지기 시작했고, 애가 아픈지라 제약조건이 좀 많아지기도 했죠.

1. 일단 여차하면 애를 안고 뛰어서 갈거리에 종합병원이 있어야 하고, 도보 5분거리이하..(집에 아픈 가족이 있으면 아마 많이들 공감하실겁니다.)
2. 반드시 계단식에,
3. 무조건 남향이어야 하고,
4. 햇빛이 한겨울에도 잘 들어야 하며,
5. 산책코스도 잘 되있어야 하고, (여행이나 외출이 용이하지 않으니까 들어간 조건)
6. 전망이 좋아야하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전망이라도 좋아야죠..--;)
7. 지금 사는 집보다 넓어야 하며,
8. 내가 살 수있는 가격이어야 한다.

일단 사는 집을 18500에 내놨습니다. 최소한 제가 낸 이자비용이나 세금을 제외하고 본전에는 팔아야겠기에 그 가격에 내놨습니다. 마침 시세도 그 가격이더군요..
슬슬 매수자들이 나타나 집을 보고 가더군요. 우리집을 사겠다고 계약한 매수자는 저보다 2살어린 신혼 부부였는데 역시 어르신들이 사주더군요. (헐헐~ 저도 어떻게보면 부모님이 전세금 받아서 시작했는데 이런걸 보면서 슬슬 욕심이 생기더군요..나도 우리 애 결혼할때 집하나 해주고 싶다는..자그마한 욕심이랄까요?)
다행히 공동명의로 해놔서 쥐꼬리만한 양도세도 절세가 되더군요..그 빌어먹을 다운계약서를 써줘서 이득도 못보고 양도세를 내봤습니다. --;

때마침 상장한 회사에 의해서 스톡옵션과 우리사주가 대박이 터졌습니다. 우리 집사람 사주가 꼭 필요할때에 돈이 생기는 사주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것 같더군요.

2005년 가을에 집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저희의 새 보금자릴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1번부터 7번까지의 조건을 맞추면 꼭 8번에서 문제가 생기더군요.

부동산에 한번 당한 이후로는 절대 신임이란것이 안생기더군요.. 같은 부동산에 갈때 먼저 전화로 매도인인양 "얼마까지 받아줄 수 있는지.."시세를 먼저 파악하고 찾아갔습니다. 가서 집이 마음에 들면 중개업자가 매도인에게 말하는 일반적인 시세에서 5~10% 낮춘 가격을 제시한 후에 그 가격으로 협상가능하면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해당지역 있는 부동산의 절반은 다녀본거 같습니다. 2006년 같은 폭등기였으면 오히려 값이 올랐을지도 모르겠지만 2005년에는 좀 조용했었던 거 같습니다.

같은 집을 다른 업소를 통해 2번씩 가보기도 하고, 집구경도 원없이 해보고 중개업자들 명함도 원없이 모았습니다. 나중에 정리해보니 백장도 넘어가더군요.

그러다 한 집을 보게되었는데 그게 지금 사는 집입니다. 4억1천을 불러서 3억 8천이 되면 연락달라고 했는데 2주후에 연락이 오더군요. 4억에 해주겠다구요..
그때 까지 집을 못봤던 저희 집사람이 집을 한번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아픈 애를 데리고 같이가서 집구경을 했는데 인연이 되려니 그렇게 되나봅니다. 집주인 아주머니가 3억 9천까지 해주겠다고요..애 때문에 고생도 많은데 집값이라도 싸게하라고 천만원을 깍아주시더군요..중개업소에서도 너무 부담이 되면 중개비를 반만 받겠다고 하더군요.

의미없이 반복적으로 하던 말이었는데 막상 계약이 되려니 분주해지더군요. 그 당시 "생애 최초 대출"이란게 있었는데 전 집이 있었던 관계로 해당사항이 없더군요. 집을 아무생각없이 산게 후회막심이었습니다.

한 이틀 계산기 두들겨가며 계산했습니다.1억2천정도 대출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앞으로 얼마나 벌어야하는지, 이율은 얼마일때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엑셀을 이용해서 자금흐름 뽑아보고 별 생쑈를 다했습니다. 우선 연봉이 부족해서 헤드헌터 통해 이직도 결심하고 계약을 했습니다.

계약금을 걸고 남은 돈으로 주식질을 했습니다. 미친거죠. 그 당시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동국제강등등 우량주위주로 거래를 했는데 마누라 사주가 그래서 그런지 한 2천 조금 넘게 벌었던거 같습니다. (그 당시 주식이 대세상승장이라 운이 좋았죠..주위에서 주식으로 200~300% 수익이 났다면서 회사 때려치우고 전업하던 사람도 생겼으니까요..혹시 이런 계획을 지금 가지고 계신다면 말리고 싶군요..)

대출금이 1억 언더로 낮아지더군요..헤드헌터 통해서 이직도 성공적으로 되서 연봉도 30% 이상을 올렸습니다. 조금 숨통이 트이더군요. 2006년 1월에 입주하면서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전 집이랑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주위 동료들이 제가 집을 사던걸 보고 따라 사기 시작하더군요.. 6개월쯤 지나서 말도많고 탈도 많던 2006년의 버블세븐 지역에서 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근데 저희 집은 소형평형이라 움직이지 않더군요..폭등했으면 좋았겠지만 어느정도 오르다가 내려오더군요..

이 집에 이사온지 거의 3년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은 너무 일찍 IMF와 유사한 변화에 두 눈 번쩍이며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한번 더 넓혀야하는지, 한채를 더 사야하는지..날마다 고민을 하죠. 물론 총알은 없습니다. 가진것도 집한채가 전부죠..( 그나마 작은방 하나가 아직 제께 아닙니다.. 은행꺼죠..빨리 대출을 갚아야 하는데..--;;)

집이 좋아지니 집사람 기분도 많이 괜찮아지고 집에서의 생활도 즐거운 것 같습니다. 집사람과 요즘 경제를 얘기하면서 앞으로의 상황을 같이 고민하는것도 즐겁습니다.

첫째는 아직도 아프지만 예전보다 조금씩 좋아지고, 둘째가 편하게 놀 수 있는 집이있어서 마음도 놓이구요.

여기까지 써보니 항상 주옥같은 긴글을 쓰는 고수님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네요. 무척 힘든 작업이었군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