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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물었다. "넌 돈도 좀 모아놓고선, 왜 집 사지 않냐?" 
후배가 대답했다. "이제 집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꼭 사지 않아도...."

듣고 있으려니 한심했다. 방송이나 신문에서 "집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느니 어쩌니 이상한 말을 꾸며대는데, 선진국 중에 자기 집 없이 맘 편히 살 수 있는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자꾸 일본 부동산 폭락만 되새기는데 도쿄의 월세 가격은 알고 있나.

단언하건데, 뉴욕, 도쿄, 런던, 홍콩 같은 선진국 대도시 중에 1인 단위가 아닌 4인 정도의 가족 단위로 살 수 있는 집을 빌리려면 어지간한 월급으로는 쉽게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수천 달러 월세가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나? 한 달에 수 백 만원이 월세로 나가는 삶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지 않냐?

한 번이라도 외국물 먹어본 사람이면 월세에 치를 떤 경험이 있을거다. 연봉 5000~6000 받고도 월급의 절반이 월세로 나가는 상황이 우리나라에선 오지 않을 것 같나?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월세노예의 시대는 오게 되어 있다. 전세가 사라지는건 그 조짐이지.

여기는 폭등론, 폭락론 등 양극단의 극히 비현실적 이야기를 하는 사람만 가득한 것 같은데... 혹 실수요자가 있을지 몰라서 이야기를 조금만 풀어놓고 가겠다.

부동산에 신경 좀 쓰라고 하면 어김없이 "이제 부동산의 시대는 갔어요." 라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 그럴지도 몰라. 그러니 집을 여러 채 사서 집에 올인하는 묻지마 투자는 위험할지도 몰라.

하지만 말이야. 니가 집 1채도 없는 상태라면 잘 생각해라. 특히 니가 집을 구입할 여력이 되는데도 전세집을 전전하면서 잔재주를 피운다면 진짜 잘 생각해라. 사실 부동산의 시대는 한물 갔다고 떠드는 사람은 80년대에도 있었고, 90년대에도 있었다.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두 잘 알 것이고... 그런 말 믿고 전세 전전하다 부동산 급등시대에 영영 따라갈 수 없는 부동산 갭을 겪고는 평생 전전긍긍하며 사는 친척도 본 일 있다.

부동산이 무서운 이유는 말이야. 집값은 특성상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추격 매수하는게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특성이 있다. 80년대 후반의 부동산 상승이나 2000년대 초반의 상승, 2000년대 후반의 상승을 경험한 사람을 알 것이다. 무릎인가 바닥인가 긴가민가하다보면 어느새 되돌아 와 허리를 지나 머리로 솟구치는게 부동산이다.

바닥 놓쳤는데 기다려야지 하다간 어어 거리며 영영 놓치는게 부동산의 특성이다. 특히 지금처럼 월세 전환기에 자기 집 없이 그런 상승 추세를 마주하면 월급만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현금 흐름에 치명타를 입고 저축 여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수가 있다. 그러면 평생 월세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뉴욕에서 월세로 근근히 버티다 해고당하는 순간 바로 텐트촌으로 직행하는 그런 삶이 된다는 뜻이다.

1가구 1주택이고, 실주거 수요로 사는 것이라면 언제인가는 집을 구입한다는 생각으로 돈을 굴려야지, 패러다임이 어쩌구, 부동산의 시대가 갔니 어쩌구하는 소리만 믿고 전혀 준비하지 않다가는 큰 코 다치는 날이 올 수 있다. 급반등에 매수 타이밍 놓치다가 평생 월세노예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자꾸 일본 부동산 폭락론만 머리 속에 가득한 모양인데...니들은 서울의 인구밀도를 알고 있나? 서울이 도쿄보다도 인구밀도가 3~4배 높다. 맨하튼이 아니라 뉴욕시 단위로 비교하면 뉴욕보다도 서울의 인구밀도가 더 높다. 서울 제곱킬로미터당 1만6000명이 넘어. 서울이 무려 도쿄의 3배를 넘는다. 서울의 가용 택지를 잘 생각하면 서울의 집값이 마냥 대폭락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서울만 사례로 들었지만 한국의 주요 도시지역은 상황이 모두 비슷하다. 산이 많고 평지가 적어서 실제 가용 택지 면적은 코딱지 수준이지. 인구 감소 추세나 인구 추이로 볼 때 주택 구입 여력 감소라는 아메바 수준의 분석만 믿고 있다가는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

재개발 비용도 안되는 아파트의 시대는 갔다고? 아파트 절대 사지 말라고? 이것도 요즘 유행하는 레퍼토리의 하나이지. 맞아. 현재처럼 임대주택 강제 할당 등을 감안하면 재개발하기가 쉽지 않은건 사실이야. 그래도 말이야.아파트 말고 대안이 없다는게 서울 주택 시장의 현실이다.  

이론적으로는 단독주택을 사서, 보다 지탱력이 강한 단독주택의 땅값으로 버티는게 좋아 보이는데 서울에 쓸만한 단독주택 부지가 거의 없다는게 문제다. 아주 몇몇 예외지역(종로구,성북구 일부)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단독주택 지역은 주차난부터 시작해서 협소한 진입로, 다세대/다가구 밀집에 따른 어수선한 분위기 등 주거환경이 극도로 열악하다.

재개발을 하지 않는 한 현 주거 여건 그대로는 실거주 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 서울은 아니지만 유일하게 단독주택 부지의 긍정적 조건을 다 갖춘 곳이 서판교인데, 여긴 좋다는건 다 알아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면 더 외곽으로 나가야하는데 출퇴근 시간 문제가 걸린다.

그러니 서울의 아파트 값이 버티는거다. 아파트의 시대는 갔느니, 아파트는 사기니 온갖 말들이 나오는데도 결국 아파트를 선택할수 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뜻이지. 다시 말하지만 아파트 여러 채로 어떻게 투기할 타이밍은 아니겠지만(DTI 풀자고 헛소리하는 사람 말은 믿지 말아라) 최소한 자기 집 하나 없이 전세집 전전하며 넋 놓고 안심할 시기도 아니라는 이야기지. 진짜 멍하게 살다간 월세노예되는 수가 있다.

한국의 자본,주택 시장에서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이미 늦다. 한번 움직이면 몇 달만에 수천에 억 단위로 움직이는데 그때는 파고 들어갈 틈도 없다. 실거주용 수요자라면 부지런히 뛰어서 너무 늦기 전에 자기 집 하나는 장만해라. 단독도 좋고 아파트를 피할 이유도 없으니 본인 취향으로 선택하면 된다. 나중에 내 충고가 너무도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분명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