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위험한 ‘住테크’광풍···직장인 ‘묻지마 대출’

[경향신문 2006-11-14 18:24]


성남시 ○대학 교직원인 송모씨(40)는 현재 살고 있는 경기 분당구 수내동 파크타운 서안아파트 38평형을 2004년 5억3천만원에 구입했다. 같은 해 10월 고양 일산 아파트 32평형을 2억3천만원에 팔고 은행으로부터 무려 3억원을 대출받아 이 아파트를 샀다. 연봉이 5천만원 정도인 송씨는 은행 이자만 한달에 1백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현재 10억원 정도. 지금까지 낸 이자를 모두 제하더라도 무려 4억5천만원 가까이 자산을 불렸다.


정부의 부동산억제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송씨처럼 ‘묻지마 대출’을 통해 큰 이익을 남긴 사람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반면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만 믿고 그대로 눌러앉은 사람들은 송씨 같은 사례를 보면서 상대적으로 깊은 박탈감에 빠져 있다. 앞으로는 정부의 집값 정책을 절대 믿지 않겠다는 불만을 여기저기서 쏟아내고 있다.


분당구 정자동에 사는 천모씨(40)도 송씨와 비슷한 경우다.


그는 2003년 은행빚 2억원을 얹어 37평형 아파트를 3억3천만원에 샀다. 한 달에 80만원이 넘는 이자를 내야 하지만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으로 무리해서 아파트를 산 것이다. 현재 이 아파트 값은 호가가 9억5천만원을 웃돌고 있다. 3년 동안 6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ㅎ아파트(29평형)에 사는 김모씨(60)는 2003년 직장을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 2억3천만원으로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샀는데 지금은 6억5천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재미를 톡톡히 본 김씨는 곧바로 2004년 용인시 동백지구 50평 아파트를 4억원에 분양받았다. 지금 이 아파트는 1년 만에 무려 1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씨는 “평생 걸려도 모으기 힘든 재산을 불과 2년 만에 모았다”고 싱글벙글이다.


그러나 의정부시 민락동에 사는 김모씨(42)는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실망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2000년 주택공사가 지은 33평형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그는 임대기간이 만료된 뒤 1억2천만원에 이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그러나 현재 이 아파트 가격은 1억4천만원에 내놔도 안 팔린다.


김씨는 주변에서 은행빚을 져서라도 일산이나 분당에 아파트를 마련하라고 했을 때 들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액은 최근 1주일 새 급증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33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현장조사에 돌입한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6일(영업일 기준)간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조2백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4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1조8천8백25억원의 54%에 이르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일 이후 하루 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천7백6억원으로 지난달 하루 평균 증가액(8백56억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최인진·이상주기자 ijcho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