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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도시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서 신도시 용적률을 높이겠다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 한마디로 신도시를 ‘폐(廢)도시’로 만들겠다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용적률을 높여 어느 정도 아파트 분양가를 낮출 수는 있겠지만, 판교 신도시처럼 택지 조성 원가를 워낙 높게 책정한 일부 인기 신도시 지역에서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절름발이 정책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판교 용적률을 현재의 159%에서 분당 수준인 194%로 높이면 평당 125만 원의 분양가를 낮출 수 있어, 32평 아파트의 분양가를 4000만 원 정도 끌어내릴 수 있다.

그러나 용적률 상승의 대가로 판교 아파트 32평의 실질적인 분양가 5억 4000만 원에서 4000만 원을 뺀 5억 원에 분양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신도시의 최대 장점인 쾌적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억울할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더구나 판교에 비해 택지 조성 원가가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타 신도시에서 용적률 상승에 따른 분양가 인하 효과는 판교의 절반인 평당 60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 따라서 32평 아파트의 경우 원래 책정된 분양가에서 2000만 원 정도 싸게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을 것 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신도시에서 용적률을 200% 정도로 높여서 아파트를 분양할 경우 신도시의 최대 장점인 쾌적성을 포기하고, 대신 2000만 원이 싼 아파트를 택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궁금하다.

가령 양주 신도시는 서울 도심에서 30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하고 있지만 각종 교통 여건 개선과 더불어 용적률 160% 정도의 쾌적함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우는 지역이다. 이른바 뜨고 있는 신도시는 아니지만 2007년 하반기 아파트 분양이 시작될 경우 집중 조명을 받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경기 북부의 핵심 거점 도시로 볼 수 있다.

이곳은 319만 평 규모로 4만 9000가구, 약 15만 명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용적률이 30% 정도 상승할 경우 인구는 20만 명에 육박할 것이다. 현재 조성되는 각종 기반 시설과 도로 여건에 심각한 부하가 걸릴 수 있는 규모다.

판교처럼 인기 지역도 아닌 경기북부 외곽지역인 양주 신도시에 용적률 200%로 7만 가구를 수용하는 정책을 밀고 나갈 경우, 입주자들의 외면으로 신도시가 아닌 ‘폐(廢)도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양주 신도시는 용적률을 높이지 않아도 현재 정부가 예상하는 평당 800~900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충분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이다. 물론 토지공사가 토지 공급대금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책정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말이다.

실제로 현재 양주 신도시를 통과하는 덕계역 인근에 내년 6월 입주 예정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진에버빌 아파트는 34평에서 49평대의 중대형 아파트 833세대를 판교 못지 않는 용적률 170%의 저밀도로 짓고 있지만 평당 분양가는 고작 550만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진에버빌은 단지 내에 헬스클럽과 실내 골프장 등 각종 주민 편의시설을 갖추고도 이 정도의 낮은 분양가에 아파트를 공급했다. 따라서 정부가 신도시 조성에 따른 토지 보상비와 도시 기반시설 조성비까지 분양가에 포함시킨다 해도 현진에버빌의 평당 분양가 550만원에 300만 원 정도를 추가하는 선, 즉 800에서 900만 원 이하로 분양가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주택을 무조건 싸다고 구입하지 않는다. 좋은 주거 환경과 싼 가격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그런 집을 원하는 것이다. 가격이 싸더라도 주거환경이 열악하면 외면당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신도시 입주 희망자들은 그런 특성이 강하다. 서울에서 사는 것보다 출퇴근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주거지에서의 삶의 질을 따지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100만 가구 이상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신도시의 용적률을 높여 분양가를 하락시키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분양가 인하 정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제도 개선과 아울러 부동산으로 부동자금이 몰리지 않도록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용적률을 높여 분양가를 가구당 몇 천 만원 낮춰 주는 정도로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분양원가 공개와 금융정책, 세금정책 등 좀 더 근원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분양가 인하를 위해 각 지역 신도시의 특성을 살피지 않고 무조건 적인 용적률 상승정책을 적용할 경우, 여러 신도시를 ‘폐(廢)도시’로 만드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