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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건물은 '도시의 무법자'

[헤럴드경제]2003-12-02 00면 1315자

조망권ㆍ사생활 침해 인근주민 원성
여의도ㆍ구의ㆍ목동 등 피해민원 봇물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초고층 건물이 도시의 무법자로 전락하고 있다. 조망권을 가로막아 곳곳에서 인근 주민들과 충돌을 빚고 있는 데다 소음, 먼지 등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건물 균열, 지반 침하 등으로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고층아파트 건립으로 주민들의 환경권을 침해했을 경우 건설회사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와 향후 이와 관련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시에 15층 이상 주상복합아파트 피해와 관련된 피해 민원이 20건 이상에 달하고 있다. 서울시에 제출된 피해 민원 진원지는 여의도. 미주아파트 재건축 주상복합인 롯데캐슬 아이비에 대해 인근 한양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는 안전대책 및 일조권 침해, 교통 혼잡 등의 피해에 대해 조치해 달라며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동시에 주민자치회에서는 일조권 조망권, 사생활 침해와 교통 혼잡 등과 관련해 이미 법원에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주상복합에 대한 조망권 침해, 소음, 먼지 피해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인근에 있는 미성아파트 주민들 역시 백조아파트 재건축 주상복합인 롯데캐슬엠파이어에 대해 소음과 진동 피해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스타시티와 트라팰리스 등으로 새로운 주상복합 섬으로 거듭나고 있는 광진구 일대도 주상복합아파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표적인 말썽꾸러기가 되고 있는 주상복합은 37층 높이로 신축되고 있는 구의동 대림아크로리버. 고층 건물 신축으로 바로 뒤쪽 구남초등학교와 광진특수학교에는 하루 종일 볕들 날이 없다. 구의동 구남초등학교 관계자는 "4층 건물에 잠깐이나마 햇볕을 볼 수 있는 곳은 그나마 3층 이상"이라며 "1, 2층은 하루 종일 햇빛 보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주상복합의 메카로 새롭게 떠오르는 목동 일대도 사생활 침해, 조망권, 일조권 침해 등 갖가지 문제가 현실로 드러내고 있다. 양천구 신정동현대아이파크 입주민들은 눈앞에 들어서는 신정동 쉐르빌 주상복합 때문에 훤히 들여다보이는 밤에는 맘대로 옷조차 벗을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잇따르는 주상복합에 대한 민원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사 중이거나 분양예정인 30층 이상 주상복합아파트만도 20여개에 달해 이 같은 민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1일 일조권과 조망권 등의 침해를 이유로 건설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 판결을 깨고 "건설회사는 주민들에게 100만~800만원씩 모두 1억64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려 향후 조망권 소송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세연 기자(ksyeo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