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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포털 ‘네이버’와 인터넷 오락 ‘한게임’으로 유명한 NHN은 한 달여 전 ‘꿈의 신도시’로 불리는 경기도 판교에서 크게 체면을 구겼다. 경기도가 우리나라 첨단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판교 테크노밸리’ 내 사옥(社屋) 부지 분양에 참가했다가 탈락한 것.


NHN은 게임업계 강자인 엔씨소프트와 똑같은 필지(땅 번지)를 신청했지만, 자격 심사에서 엔씨소프트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아 밀려났다. 당시 26개 필지를 놓고 국내 내로라하는 80개 첨단 기업체(혹은 컨소시엄)가 몰려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까닭에 벌어진 일이다.

IT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장기적인 투자 차원에서 땅과 건물을 사들이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워낙 경쟁이 심하다 보니 IT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나 NHN이 나중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자산주(資産株)가 될 것이라는 농담까지 나돌고 있다.


◆’일류 IT업체라면 판교에 자리잡아야’ 자존심 경쟁=최근 판교에선 국내 대표적인 첨단기업들의 입성(入城)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달 말 예정된 테크노밸리 두 번째 분양을 앞두고는 업체 간 치열한 ‘눈치작전’과 ‘보안전쟁’마저 펼쳐지고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업체들이 몰리는 것은 입지 여건이 워낙 탁월한데다 땅값마저 인근 시세의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 분당 내 빌딩용 부지가 평당 2000만원을 오가는데 반해 최근 분양 중인 ‘일반연구용지’의 경우 1000만원에도 못 미친다.


애초부터 계획 신도시 내에 IT(정보기술)·BT(생명공학)·NT(나노기술) 등 첨단기업들만 모아 조성되는 곳이라 업체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땅값이 평당 5000만~1억원인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있고, IT기업들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는 분당 IT밸리보다는 유사기업 간 밀집도가 높아 향후 사세 확장을 꿈꾸는 첨단 기업에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첨단 기업들이 결국 ‘땅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기도 하고 있다.


◆내년부터 단지 조성 본격화=경기도의 심사를 거쳐 땅을 최종 확보한 업체는 이르면 내년부터 10~15층짜리 건물을 짓기 시작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연구시설만 건축 가능하고 10년간 다른 업체에 팔 수 없게 규정돼 있지만, 첨단 업종일수록 대부분의 직원이 연구 업무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겐 사옥(社屋)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6월 말 1차 분양 때 국내 대표 IT기업들이 앞다퉈 몰려든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NHN과 엔씨소프트 외에도 보안업체 안철수연구소, 게임업체 넥슨, 국내 최대 인터넷쇼핑몰인 인터파크가 도전장을 냈고 삼성테크윈, SK케미칼, SK커뮤니케이션즈 등 대기업들까지 몰렸다. 경기도청은 “필지별로 지원 업체끼리 경쟁해야 했기 때문에 명망 있는 기업들이 심사에서 맞붙어 떨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싸이월드’로 유명한 SK커뮤니케이션즈도 이렇게 탈락했다. 또 업체 간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지면서 어떤 필지는 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자신이 지원한 땅을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 손쉽게(?) 행운을 잡은 기업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달 말(2차) 분양하는 필지 네 곳은 대부분 이런 눈치 작전 끝에 미분양으로 남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