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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부동산] 여의도 다시 보기

[한경비즈니스 2005-11-27 23:51]

60층 재건축 추진…‘황금의 섬’ 되나
70층 쌍둥이 빌딩도 계획 중… 시세도 ‘껑충’

최근 부동산시장의 핫이슈는 ‘여의도’다. LG트윈타워 인근 서울아파트 주민들이 기존 아파트를 헐고 60층짜리 2개동 299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을 짓기로 의견을 모은 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아파트 재건축협의회는 지난 6월 주민총회에서 재건축 안을 결정한 데 이어 11월4일에는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계획대로 60층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여의도 일대 노후 아파트 전체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여의도는 정부의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에 따라 국제업무지구이자 금융허브로 육성될 계획이다.

여기에 통일주차장 부지 개발, 지하철 9호선 신설 등의 굵직한 개발호재가 겹쳐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는 상황이다. 여의도 서울아파트, 공작아파트 등을 주로 거래하는 딸기공인 관계자는 “서울아파트가 60층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의도 아파트 전반에 대한 문의전화나 상담고객이 부쩍 늘어났다”고 밝히고 “8ㆍ31부동산대책 이후 뚝 끊어졌던 매수세가 급매물을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1976년 입주한 서울아파트는 12층짜리 2개동 192가구 규모다. 50ㆍ69평 두 가지 타입으로, 여의도 재건축이 거론될 때 마다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아파트 재건축협의회와 현대산업개발이 추진 중인 60층 재건축은 그 방식이 남달라 다른 고밀도 재건축 추진 단지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건축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멸실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편법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서울아파트가 내놓은 재건축 방식은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형태다. 조합을 구성해 조합 중심으로 추진하는 기존 재건축 방식 대신 집주인들이 모두 사업자가 되는 신축방식을 택할 계획이다. 즉 모든 주택을 없앤(멸실) 뒤 그 자리에 새로운 주택을 짓는 방식이다. 모든 가구주가 사업시행자가 돼야 하므로 100% 주민동의가 필요하다.

이 방식은 실질적으로 재건축 사업이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상 소형평형의무비율, 개발이익환수제 등 재건축과 관련된 규제를 모두 피할 수 있다. 일반 건축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도정법을 따른다면 지구단위계획 수립과 안전진단 등의 절차도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이를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상업용지에 지어진 아파트여서 주상복합으로 짓는 데 문제가 없다. 또 재건축추진위, 조합 설립에서 사업시행에 이르는 재건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해 재건축 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업 수익성 하락이나 추진과정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각종 규제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와는 전혀 다른 조건인 셈이다.

시공사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부지는 용적률 600%까지 적용받을 수 있어 서울시 건축승인을 받은 후 내년 하반기께 조합원분을 제외한 107가구(69ㆍ76ㆍ90평형)와 오피스텔(250실), 상가를 분양할 계획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100% 주민동의가 걸림돌이다. 정부의 시선도 곱지 않다. 서울시 도시계획업무 관계자는 “멸실 후 신축 방식이 위법 사항은 아니지만, 도정법 본래의 목적을 피해가기 위한 편법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건축심의 과정에서 순탄하게 통과되긴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건교부도 서울아파트 재건축이 주변 아파트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대책을 검토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고공행진 중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50평형은 최고 17억원, 69평형은 최고 21억원까지 시세가 형성돼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6억~7억원이 오른 값이다. 하지만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실제 거래가격을 이보다 훨씬 높은 각각 최고 18억원, 25억원선으로 보고 있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서울아파트 매물이 자취를 감춰 정확한 시세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근래 거래된 사례나 호가를 감안하면 지난해에 비해 10억원 정도 올랐다”고 전했다.

상업지역에 위치해 초고층 주상복합이 가능한 서울아파트와 달리 공작, 수정, 한양아파트 등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인근 아파트들은 분위기가 잠잠한 상태다. 두 단지 모두 300가구 이상이어서 재건축 규제를 피할 수 없는데다 리모델링 등 다른 대안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시세도 서울아파트와 큰 차이를 보여, 수정아파트 50평형의 경우 서울아파트 50평형에 비해 5억원 이상 밑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의도 전체 개발 호재나 발전 지원책을 본다면 어느 지역보다 미래가치가 높다는 평이다. 우선 여의도공원 건너편 통일주차장 부지에 국내 최고층인 70층짜리 초고층 쌍둥이 빌딩을 세우는 ‘파크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다국적 부동산개발업체 ‘스카이랜 프로퍼티즈’가 추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내년 초 착공, 2010년 완공이 목표다. 70층짜리 쌍둥이 빌딩 외에도 20~30층 높이의 호텔 2개동과 6층짜리 쇼핑몰 1개동이 함께 들어서며 투자금만 1조5,000억원 규모다.

이뿐 아니라 맞은편 종합전시장 부지에도 초고층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미국 AIG그룹은 통일주차장 부지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여의도 종합전시장 부지 1만여평에 29~52층 오피스빌딩 3개동, 42층짜리 호텔 1개동이 들어서는 국제금융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화려한 빌딩 신축과 함께 친환경 조경도 속속 추진 중이다. 내년 4월에는 여의도 전체를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는 ‘순환 보행로’가 개통되고, 국회의사당 뒤편 도로는 벚꽃나무 4,900그루를 더 심어 ‘벚꽃터널’을 만들 계획이다.

모노레일도 추진된다. 실제로 여의도는 초고층빌딩 프로젝트에 서울아파트 재건축 계획까지 나온 상태라 교통량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어서 획기적인 교통대책이 필요한 상태다. 현재 검토 중인 모노레일 노선은 KBS방송국~신길역~여의도생태공원~여의나루역을 돌아 다시 국회의사당으로 이어지는 12.23㎞ 구간, 당산역~여의나루역~63빌딩~신길역을 돌아 KBS로 이어지는 10.3㎞ 노선이다.

이와 함께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도 속도를 높이게 된다. 지난 10월 초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16만6,000여평의 아파트 단지 중 건축연한이 25년 이상인 아파트에 대해 공원을 한데 모아 조성하는 조건으로 재건축 안을 가결시켰다. 공작, 수정아파트 등도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재건축을 희망하고 있어 향후 여의도 재건축은 여러 면에서 관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