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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말이 옳다.

일단, 노무현 대통령 칭찬을 먼저 하고 싶다. 전에 이나맨님께서 '대통령의 수사학'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노무현이야말로 역대 지도자 중에 가장 정확하고 감동적이기까지한 언어를 구사하는 인물이라는 평 말이다. (냉정히 비교해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노빠의 자위가 아니다) 요즘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적확((的確)' 그 자체다. 더이상 핵심을 정확히 짚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의 '1%인재, 5%인재론'은 한국 학벌주의 문제의 핵을 관통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의지에 발악하는 수구들의 논리야 뭐,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조중동의 펌프질에 세뇌된 일반 대중들이다. 그들은 '서울대 없앤다고 서열이 없어지나, 잘나가는 사람 발목잡는다고 될일인가' 라든가 '그럼 애들의 실력 변별을 어떻게 하나? 시험 밖에 더 있나? 이런식으로 평준화하면 국제경쟁력은 누가 책임지나?' 란 논리에 쉽게 허물어진다.

해서, 간단한 비유 몇 가지로 쉬운 설명을 좀 해볼까 한다. (여론전에서 강력한 우위를 점하려면 여기 대한 의견이 많이 나와줘야 한다. 이건 정파 싸움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안위가 달린 문제다. 우리의 피땀이 부동산과 사교육으로 빨려 들어가고 아이들은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꼴을 두고 볼 순 없지 않은가. 교육문제가 부동산 문제다. 이 두가지 문제로 노예처럼 살지 않으려면 수구와 싸워야 한다. 대통령의 고군분투가 눈물겹지도 않은가)

1. 구구단을 학원까지 다니며 하루에 12시간씩 외우면 수학의 대가가 된다.

2. 초중고생 야구선수에게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가르치고 강훈련을 시켜 시속 150km 짜리 공을 던지게 만들면 그 아이는 메이저리그 수준의 선수로 성장한다.

자, 지금 '한국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진다, 평준화가 애들 망쳤다, 국제경쟁력이 저하된다, 수능이 너무 쉬워 변별력이 없다, 따라서 복합+종합+통합 논술 (?)로 아이들을 평가해야 애들이 제대로 공부한다' 는 논리를 펴는 자는 1,2 번의 문장이 옳다고 악을 쓰는 인간들이다.

1번 주장에서 '구구단'을 '초중고 학습과정'으로 바꿔 놓으면 이해가 쉽다. 초중고 학습과정은 그야말로 기초며 기본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동의하는 부분일 것이다. 구구단은 구구단일 뿐이다. 거기에 과도한 공력을 투자하여 8단, 9단을 몇 백번씩 쓰고 몇 천번씩 외운다고 그 아이가 똘똘해지는게 아니란 말이다. 시덥지도 않은 기초를 좀 더 빨리 하고 더 많이 해낸다고 그걸 대견해하고 최고로 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 뿐이다. 게다가 겨우 그걸 시키려고 나라 전체가 엄청난 사교육비로 등골이 휘고 부동산 문제까지 연계되어 모두가 도탄에 빠지는 꼬락서니를 보라. 살인적인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인권과 그들이 이끌어갈 사회의 모습은 또 어떤가. 이게 '구구단'을 학원까지 다녀가며 몇 만번씩 외우게 만드는 수구 시스템의 음모라는 걸 사람들은 왜 모르는 척 하는 걸까?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없고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2번 주장도 보자. 자, 여기서부턴 야구로 비유. 요즘 아이들, 체격 되게 좋다. 코치가 들러붙어 체계적으로 몸 만들고 훈련시키면 고등학교 1학년도 시속 150km 짜리 직구를 던지게 할 수 있고 각종 변화구 척척 던지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양심있고 지각있는 코치라면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걸 아는 탓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효율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과도하게 아이를 혹사시켜 반짝 선수로 인생 종치게 만들 것인지 기본기를 잘 가르쳐 진짜 프로무대에 나설 때 진가를 발휘하게 만들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안 아닐까. 그런데도 한국의 초중교육에서 전자 같은 기현상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일단 명문구단에 '입단'만 하면 실제 실력과 관계 없이 무조건 최고의 선수로 대우해주는 괴이한 사회 풍토 때문이다. (이런 미친 짓을 네 글자로 '학벌주의'라 한다)

지금 벌어지는 꼬락서니는 대한민국 최고 명문구단이라 자부하는 서울대 구단주 정운찬씨께서 중고교 꿈나무들에게 '구구단 삼만번 외워와라 ' '시속 150킬로 직구, 뚝 떨어지는 커브볼, 칼날처럼 휘는 슬라이더 연마해와라' '기본기만 보고선 우리는 어떤 선수가 훌륭한 선수인지 잘 모르겠다' 라고 떠들며 중고교생 혹사를 방지하고자 노심초사하는 대통령에게 짝다리 짚고 서서 대거리를 하는 경우다. 우리가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는 자명한 일 아닌가?

박찬호는 5%였다

어려서 펄펄 날던 임선동, 조성민이 어떻게 됐더라? 한국에선 거들떠도 안보는 박찬호를 데려다가 100승 투수로 만든 메이져리그 관계자들은 뭐지?(임 선동, 조성민이 1%였다면 박찬호는 5%였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 명문대들이 SAT 점수 쭉 뽑아내고 본고사 치러 인재를 골라내던가? 지금 대한민국 아이들은 이런 가짜 명문구단에 들어가기 위해 몇 번 외우면 충분할 구구단을 몇 만번씩 외우고 시속 150킬로 짜리 직구와 변화구를 연마하느라 어깨의 실핏줄이 다 찢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운찬과 그 일당은 이 참혹한 현실을 정말 모른단 말인가?

백보 양보해서, 정말 그런 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선수가 된다면 이해라도 하겠다. 그러면, 이 혹사된 아이들 데리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구단이 메이져리그에 입성이라도 했나?

모두가 아는 바대로 그 구단에 입단한 애들은 훈련 안한다. 그렇게 안해도 국내리그에선 무조건 최고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다른 구단에 들어간 애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들이 알아주질 않는다. 그래서 명문구단 애들은 걔들대로 훈련 안해, 비명구단애들은 기회도 안주니 지레 포기해...당근, 야구 수준이 떨어질 대로 떨어지는 거다. (구단의 부패야 말할 것도 없다. 제대로 된 코치(교수)가 얼마나 있나?)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나와있다. 정부의 3불정책은 그 기본이 되는 것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방도는 학벌주의 혁파의 제도적 실천이다. 서울대 학부 폐지,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지방대생 공기업 취업 쿼터제 실시, 특성화 대학에 대한 강력한 지원 등.... 이것은 쉽게 말하면 독과점 철폐다. 정작 경쟁을 해야할 대학에선 경쟁하지 않고 초중고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살인 경쟁을 치르는 이 미친 짓을 끝막음하는 길은 독점의 폐해를 시정하는 방법 뿐이다. 하나 뿐인 중심을 수준있는 중심 수십개로 만들 때 진짜 경쟁다운 경쟁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에 인재 싹쓸이 하는 최고 대기업이 하나면 한국 경제가 끝장나게 좋아지나? '서울대 폐지나 정부의 대학입학 정책 개입은 나라 망하게 할 평준화 물귀신들의 음모다아아...' 라고 떠드는 수구들이야말로 진정한 경쟁을 외면하고 독점적 지위를 영구히 지키고 싶은 흑심을 품고 있는 것들이다. 교육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그 말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해도 당신들은 해체되어야 옳다. 세계 최고의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도 마이크로소프트가 불공정 거래에 독과점질을 한다며 분할 명령 내리는 거 안 봤나? 시장경제의 적, 진정한 경쟁을 막아 모두를 좌절에 빠뜨리는 자들이야 말로 물귀신들이다. 이 넘들 손보자는 대통령이 백만번 옳다.

사족 1.

요즘 아이들이 예전 보다 학력이 떨어진다고들 그런다. 허, 웃기고들 있네. 한국 청소년 학업성취도가 세계 1,2위를 다툰다는 PISA 조사 결과도 안 보나? 대체 애들이 시속 몇 킬로 짜리 공을 던져야 만족할건데?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떨어지는 건 맞다. 이건 사교육 중독 덕이지 공교육 문제가 아니다. 수구들의 논리는 창조력, 사고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다시 사교육으로 풀어라...는 소리 밖에 안된다. 약을 너무 많이 먹어 약독이 생긴 애한테 또 약을 먹이란 헛소리다.

사족 2.

일전에 KBS 일요스페셜에서 이 'PISA 조사결과 한국 청소년 세계 문제해결 능력 1위' 의 실체를 제대로 까발린 적이 있다. 이건 전술한대로 유소년기에 애들을 혹사시켜 얻은 결과다. 나중엔 얘들이 어떻게 되느냐, 다른 나라애들은 싱싱한 어깨로 프로무대 가면 일류 선수가 되는데 우리 애들은 임선동, 조성민이 되어 버린다. 학벌주의의 폐해 (실력 보단 간판을 평가해주니 간판 따기 위해 몸을 부숴가며 운동하다가 정작 세계와 경쟁하며 공부해야 할 땐, 팽팽 노는 것. 그런데 이런 선수를 일류선수라고 뽑아가며 다른 애들한텐 기회조차 안주는 웃기는 구단들(기업)의 행태)가 모두를 망치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 한국청소년은 학업성취도면에선 세계 최상위권인데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도는 꼴찌권에서 맴도는 기현상을 보여준다. 거기서 이런 실험을 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어려운 문제와 쉬운 문제를 풀게 한 후, 다음에 이런 문제를 접하면 어떤 걸 고를래? 하고 물으면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 볼래요' 라는 대답이 나온다. 근데 중,고교 애들에게 같은 실험을 하면 쉬운 문제만 고르기 일쑤다. 이유? 요런 대답이 나온다. '틀리지 않으려구요. 점수에 영향이 있쟎아요....' 모름지기 패기있는 인재라면 나이가 사십이 되기 전에는 어려운 문제와 힘든 일에 도전하려는 욕구가 일관되게 수직상승해야 정상 아닌가? 우리는 아이들을 점점 더 움츠려들게 만들고 방어적, 수동적으로 만드는 교육을 하고 있는 거다. 이 아이들이 대학교에 다닐 때, 세계의 청년들과 어떻게 대적할 수 있단 말인가? 혹사당한 심신을 가지고, 저토록 부패한 대학문화 안에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