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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장들"특정지역 아파트값 거품 붕괴 직전”

[세계일보 2005-07-08 20:00]

금융감독 당국에 이어 시중 은행장들이 부동산 거품 붕괴를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중 집값 급락 여파로 가계빚이 크게 불어나 금융·경제 불안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8일 박승 총재와 시중 은행장들이 참석한 금융협의회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 현재 특정지역 아파트 가격의 경우 거품이 꺼지기 직전 상황이라는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이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금융회사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은행장들까지 거품 경고에 가세한 셈이다. 이는 부동산 투기 광풍의 주범 중 하나인 주택담보대출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거품 꺼지나=주택담보대출 경쟁을 주도해 왔던 시중 은행장들의 부동산 인식이 심상치 않다. 이날 협의회에서 은행장들은 “특정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폭등했으며 이는 실수요보다 투기수요에 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는 서울 강남·송파·서초구, 경기 분당과 용인 등 5개 지역에 올해 취급된 주택담보대출의 43%가 몰린 점과 이들 지역의 아파트‘ 신규 구입자의 60% 정도가 주택 3채 이상 보유자라는 점 등이 꼽혔다.

은행장들은 이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가격이 내리고, 거래도 정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앞서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이 경고한 것처럼 부동산 가격의 하락→대출 회수와 신규대출 억제→가계부채 상환능력 약화→가계·금융의 동반 부실화와 같은 악순환이 현실화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은행장들은 금융부실과 관련, “과거 일본의 경우와 같은 폭락은 없을 것이며 은행대출 부실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발짝 물러섰다. 주택담보인정비율이 작년 말 기준으로 56.4%에 불과하기 때문에 은행부실이 야기될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은행장들은 이어 “부동산 근본대책으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하되 거래세는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며 금리인상은 서민가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계발 금융·경제 불안 재연될 수도=은행장들의 예측처럼 거품 붕괴 때 금융회사가 부실태풍을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7일 LG경제연구원은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2003년과 2004년에 월 평균 2조6000억원, 1조9000억원에서 올 2분기 월 평균 3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연구원 측은 2003년 3분기부터 5분기 동안 명목 국민총소득(GNI) 증가세를 밑돌던 대출 등 가계신용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부터 역전됐다고 밝혔다.

실제 가계신용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중 명목 GNI 증가율을 0.6%포인트 웃돈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격차가 3.0%포인트로 확대됐다. 가계빚이 크게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의 급락 충격까지 가세한다면 가계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에 따라 금융·경제 불안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올 하반기 우리경제에 가계빚이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연구원은 이에 따라 아파트값 급등 여파로 가계빚이 더욱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조기에 부동산종합대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춘렬 기자 clj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