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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마포 아파트 가격 굉장했습니다. 30평형대의 경우 압구정동 아파트 가격에 거의 근접했었지요.

서대문구 대현동 럭키아파트 등도 꽤 괜찮은 가격이였습니다.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 50,56평형은 97년초 평당 1000에 근접했었습니다.
그 당시 5억 넘는 아파트는 강남,서초구 및 이촌동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전무한 때였습니다. 물론 분당에도 거의 없었죠.

탁월한 도심접근성과 랜드마크성을 자랑하던 이들 아파트 가격은 지금도 9년전 가격과 별 차이가 없던가 아주 약간 올랐을 뿐 입니다.

그 반면에 분당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날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생겨서 그런 것 일까요?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 중 한가지 이유인 주변환경에 대해서만 언급하겠습니다.
약간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위에 전술한 마포,서대문,성북지역 재개발 아파트들은 말 그대로 서울 중심에서 가까운 곳의 재개발 아파트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생은 불량주택(산동네) 재개발이였지만 중,대형 아파트로 변모하면서 동네의 물이 바뀌었고, 또한 재개발지역 인근 주택지역은 그 당시 기준으로 할 때 비록 60~70년대의 고급주택지라는 명성은 잊혀졌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주거지역이였고, 그 이미지를 아파트가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탁월한 입지에 힘입어 높은 가격을 자랑했습니다. 중산층들이 원 조합원들을 대신하여 많이 전입한 것도 한 이유이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아파트 주변 단독주택지에서는 서서히 변화가 생기고 있었습니다. 아파트에만 사시는 분들이 인지 하지 못하는 가운데 변화가 쌓여서 아주 큰 변화가 되었지요.

아파트 주변 괜찮은 단독주택가는 아파트가 건설되는 동안에도 다세대, 다가구주택으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90년대에는 주택이 부족하던 시기라서 다세대주택도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가 되는 계층도 다세대 전세를 살기도 했지요.

그러나 아파트가 늘어나고 신도시가 개발됨에 따라 다세대에 대한 인기는 날로 떨어져갔고 다세대 전세값은 지난 10여년간 거의 오르지 않은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특히 할인마트 문화가 사람들 속에 파고들면서 주차가 힘든 다세대 주택가는 급격히 슬럼화되어 갔습니다.

그런 변화가 쌓이면서 과거 중산층이나 상위 서민층이 살던 다세대 세입자들은 점차 하위 서민층 또는 과거 판자집 세입자수준의 사람들로 하향여과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제가 아는 어느 지역은 1993년 전세값과 2005년 전세값이 거의 동일한데, 1993년 전세값으로 5000만원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과 현재 5000만원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의 계층은 같을 수 없지요.

이러한 변화는 무엇보다 '학군'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전술한 재개발 아파트들은 그 위치적 특성상 주변 다세대주택 주민들과의 교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파트 아이들과 다세대 아이들의 수준차이는 거의 없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 차이가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 때부터 자녀교육에 신경 쓰는 학부모들은 '교통이 좋은' 도심지의 입지를 포기하고 '구성원의 균질성'이 보장되는 대단위 택지개발지구로의 탈출이 시작됩니다. 마포,서대문구에서는 목동,일산신도시로, 성북구에서는 중계동 은행사거리 부근으로의 이주했지요. 최근 부뱅 성북구 돈암동 게시판에 종종 주변 다세대 주민들과 학군이 섞이기 때문에 학교가 별로다 라는 게시물을 볼 수 있는데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현상입니다.

이른바 '뉴타운'이 뜨는 이유도 위와 같은 이유과 관련있습니다. 인접한 대단위 지역이 모두 아파트만의 벨트가 되어서 주변 다세대주택 아이들과 섞이지 않고 아파트 주민들만 다니는 학교가 적어도 중학교 수준까지는 가능하다는 것 이지요. 기존의 재개발지역 에서는 초등학교 정도는 가능하나 중학교부터는 불가능합니다. 사실 초등학교나 고등학교는 사립초등이나 특목고로 넣어서 피해 갈 수도 있으니 중학교가 중요하지요.

이러한 현상은 사회통합이라는 명제로 볼 때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닙니다만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어쩌면 앞으로 강북 재개발지역 아파트에 살 때에는 주변 다세대주택의 전세값이 높은 지역을 택해야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