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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가 원미구 춘의동 일대에 화장장(火葬場) 건립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이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설치 장소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부천 원미구 주민뿐 아니라 인근 서울 구로구 주민들까지 주택단지 인근에 건립부지를 선정한 것은 ‘지역 이기주의’ 행정이라며 반발, 화장장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시립 추모의 집’ 건립 계획=8일 부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원미구 춘의동 462번지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1만6000여평에 유골 3만기를 안치할 수 있는 납골당과 화장로 6개를 갖춘 ‘시립 추모의 집’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특히 납골당과 화장로가 들어서는 1260평을 뺀 나머지 부지는 시민을 위한 호수와 체육시설을 갖춘 가족형 테마공원으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시는 화장장과 납골시설 부재로 주민들이 다른 지역 화장장을 이용하기 위해 4∼5일씩 기다리거나, 3∼6배 비싼 요금을 지불하며 서울과 경기지역을 오가는 등 추모의 집 건립이 시급하다고 사업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시는 2003년 7월 민관 합동으로 ‘시립 추모의 집 건립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시내 3곳(춘의동 고강동 범박동) 후보지 답사와 토론 등을 거쳐 춘의동을 최종 예정지로 발표했다.

◆주민과 인근 구로구의 반발=시의 춘의동 건립 계획에 부천 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인근 주민들은 건립 예정지가 원미산을 중심으로 한 시내 녹지축의 주요 구간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원미산 일대 개발은 부천시 녹지축 보전을 고려하지 않은 반생태적 발상”이라며 “화장장의 춘의동 입지는 수주로와 여월지구 택지개발, 청소년수련관 건립에 이어 계속되는 남북 녹지축의 파괴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시가 후보지 3곳 중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사전에 논의, 합의를 구하는 과정도 없었다며 1970∼80년대식 밀어붙이기 관치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서울 구로구 주민들까지 백지화를 요구하며 반대 움직임에 가세했다.

이는 760여가구가 살고 있는 구로구 온수동 연립주택 단지가 건립 예정지에서 불과 2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온수동 일대 주민들로 구성된 ‘화장장 건립반대 구로구 투쟁위원회’는 지난 4일 결의문을 채택, “춘의동 화장장 건립은 자신들의 혐오시설을 남의 집 앞에 설치하려는 지역 이기주의 밀실행정”이라며 “건립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부천시민과 연계해 100만 서명운동, 항의방문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대웅 구로구청장은 “부천시가 인근 구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화장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일체의 협의 절차도 없었다”며 “지역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화장장 건립 저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부천시 관계자는 건립 추진위원회를 통해 답사와 토론 등을 거쳐 나온 결정이기 때문에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화장장 건립을 둘러싸고 엄청난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정훈 기자 h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