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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같은 리모델링 서민들엔 그림의 떡 
 
[세계일보 2004-05-10 19:39] 
 
‘가구당 전용면적이 17∼20평씩 늘고, 두 집당 한 대꼴인 주차장 면적도 두 집당 3대로.’
최근 리모델링 시공회사를 선정한 서울 강남 한 아파트단지가 2년 뒤 바뀔 모습이다. 아파트를 건축하거나 재개발하지 않고 평형과 주차장을 ‘마술 부리듯’ 키우는 비법은 뭘까.

서울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강화되면서 요즘 부쩍 늘어난 아파트 리모델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엔 큰 돈이 들어가므로 서민 아파트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일 뿐이다.

◆평수 늘리고 가치도 키운다=강남구 일원동 한신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1일 입주민총회를 통해 리모델링 사업자로 포스코건설을 선정했다. 건설사측은 주민들에게 27평형 130가구를 39평형으로, 35평형 234가구를 49평형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했다. 지상 13층짜리 4개동 건물 뼈대를 그대로 사용해 평형을 늘리고 아파트 가치도 높여주겠다는 것이다.

모든 마술에 마술사만의 비법이 숨겨져 있듯 ‘평형 튀기기 마술’에도 비법이 있다. 마술의 비법을 알고 나면 마술에 대한 환상이 사라져 버리지만 리모델링 뒤에는 넓어진 아파트와 늘어난 주차면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리모델링으로 평형을 늘리는 작업은 복도식 구조를 계단식으로 바꿔 공용면적을 최소화하고 반대편 베란다 쪽은 거주공간을 앞으로 더욱 잡아당기는 식으로 이뤄진다. 건물 좌우 크기는 그대로 두고 앞뒤 공간 이용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노상에만 설치된 주차장은 지하 2층까지 파서 179대(가구당 0.49대)를 680대(가구당 1.52대)로 늘린다.

현재 한신아파트 27평형 시세는 5억7000만원 정도인데 39평형으로 늘어나면 시세가 최소한 9억7000만원으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이 가구당 1억5000만∼2억원인 공사비를 부담하고서 비용의 두배 이상 재산을 불리게 되는 셈이다.

◆리모델링도 ‘부익부 빈익빈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추진절차가 간소해 공사기간이 비교적 짧은 대신 비용이 적게 들고 소형평형 의무비율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 등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가구당 10평 정도 늘어나 재산가치가 크게 높아진다. 지난해 말 주택법 개정으로 리모델링에 필요한 주민동의율이 100%에서 80%로 낮아지는 등 여건도 크게 좋아졌다.

리모델링은 강남과 서초, 용산 등 특정 지역에서만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계를 꾸려가기 빠듯한 서민들로서는 편의시설 면적까지 포함된 계약면적 1평당 300만∼350만원에 이르는 공사비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설사 돈을 꿔서 리모델링을 한다손 치더라도 강남처럼 재산증식에서 큰 이득을 본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돈이 돈을 버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리모델링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내집마련정보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15곳에서 리모델링이 추진 중인데 14곳이 강남구와 서초구, 강동구, 용 산구(이촌동)에 위치해 있다. 이들 지역 외에 광진구의 부유층 밀집지역인 워커힐아파트도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데 이곳 역시 리모델링에 따른 재산증식이 기대되는 아파트로 꼽힌다. 

박희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