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가을은 고만 자리를 접은 모양입니다.

보통은 성급한 초겨울에 부대끼면서도

등 떠밀 때까지는 악착같이 미련을 떨기 마련인데,

올해는 그마저도 힘에 부치나 봅니다.

아님, 쿨 하고 사려 깊은 속뜻이 담겼을지도 모르죠.

한참 혈기왕성한 겨울이 한껏 꿈을 펼쳐보라는 배려 같은 거 말에요.

나야 한 시절 잘 보냈으니 뒷방차지도 감지덕지다면서 말에요.

세상은 젊고 패기에 찬 젊은이가 신나고 살판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말이죠.




한번 터진 물꼬는 기세가 당찹니다.

참았던 오줌보가 터지듯 며칠째 쉴 새가 없습니다.

하루 두건을 시작으로 다음날 세건, 그 다음날은 무려 여섯 건이 팔렸고 다음날은 또

세 건이 팔렸습니다.

그리고 어제, 확인된 것만 네 건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팔려나갔습니다.

일주일도 채 되지도 않는 사나흘 동안 지난 11월 한 달 거래량을 훌쩍 뛰어넘었습니

다.

일 년 가까이 중병을 앓던 시장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만큼 힘이 넘치고 가파릅니

다.

그 새 약삭빠른 급매물은 잽싸게 1천만 원, 2천만 원 올린 가격표를 찼습니다.

옆구리엔 그 보다 더 높은 가격표를 끼고 앉아 여차하면 지체 없이 바꿔달겠다며 단

단히 벼르는 모습입니다.

급매물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시장에 고무된 탓인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선물보따리가 푸짐합니다.

포장지를 벗긴 맨 위쪽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영구 폐지가 담겼습니다.

다음으로는 생애최초구입자금 대출금리 인하와 지방 1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비과

세, 준공 후 미분양주택을 취득해 5년 이상 임대 후 되팔 경우 취득·양도세 최대

50% 감면 등 올해 말로 일몰되는 다른 부동산 정책도 연장 실시하는 안이 소복이 담

겼습니다.

정작 메인 선물은 보따리 구석에 꽁꽁 싸맸습니다.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될 때마다 처방의 지존이라 일컬어 왔던 당사잡니다.

약효보다는 부작용이 심하다며 극도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심지어는 금기시 돼왔

을 정돕니다. 수도 없이 검토되다가도 막상 뚜껑을 열면 어김없이 빠져있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습니다.

참여정부시절, 그러니까 대못을 박아 투기를 막겠다는 그 종합세트의 맏형 격입니다.

어제까지도 극비에 부쳐져 나온댔다 안 나온댔다 며 설왕설래하고, 아마도 쉽지는 않

을 거라며 반신반의하던 그였습니다.




정부가 강남3구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를 2년 동안

중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가득 차 기대 또한 가득하게 합니다.

올해 내놓은 여섯 번째 대책이고, 강남3구 투기과열지구해제와 재건축초과이익부담

금 부과 중지,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폐지 등은 참여정부시절 시행 이래 7년만의 일입

니다.

강남3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더라도 투기지역으로는 여전히 남기 때문에 DTI

나 LTV 등 금융규제는 완화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 분양권 전매 제한과 청약자격 제한이 완화되고 동시

에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자유롭게 사고 팔수 있게 됩니다.

당장 개포주공1단지 등 조합설립인가난 난 단지들이 수혜단지가 될 것으로 보여 거래

가 다소 살아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강남3구 투기과열지구 완화카드까지 꺼낸 것은 그만큼 시장이 어렵다는 방

증이라며 정부가 시장을 살리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강남권 투기과열지구 폐지는 최근 발표한 부동산대책 중 가장 폭발력이 있을 것이라

며 규제완화에 금기시 됐던 성역에까지 칼을 댔다는 점에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정

치 논리가 아니라 시장 원리로 접근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규제완화 시점이 늦어 시장의 분위기를 확실히 반전시킬 정도의 영향력이 있을지 의

문이라는 것과 함께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따르면서도 모처럼 정부가 맥을 짚었다

는 평가도 있습니다.




당초는 오늘로 예정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결과에만 관심이 쏠렸습니다.

가락시영 종 상향 문제와 개포지구 3개단지의 지구단위계획의 서울시 결정이 예정됐

었기 때문입니다. 침체가 깊어진 시장을, 특히 강남권재건축 시장을 살릴 유일한 대

안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갑작스럽게 급매물이 팔리면서 거래가 활발한 것도 실상은 오늘로 예정된 서울시 도

시계획위원회의 결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진 데다 오늘 서울시의 결정 여부에 따라서는 부동산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매수세가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풀입니다.

작으나마 취득세 감면까지 계산하면 나쁠 게 없다는 판단에섭니다.




서울시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잠시 숨을 죽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서울시 결정은 아직“ㄱ"자도 나오지 않았는데도 벌써 집주인들은 한껏 고무

된 표정입니다. 여태껏 금지옥엽처럼 여기던 강남3구 투기과열지구해제까지 풀었으

니 어련히 좋아지지 않겠냐 싶은지 한결 느긋한 모습입니다.

집주인들은, 굳이 서울시의 발표가 아니라도 이제 급한 불은 껐다 싶은 모양입니다.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더니 매수 매도 간 입장이 싹 바뀔지도 모를 일이라며 잔뜩 기대

에 부푼 모습이면서도 워낙 대내외적인 환경이 어두운 때에 큰 기대는 금물이라며 스

스로 자제하는 빛이 역력합니다.




턱없는 급매물이 지천에 깔려 느긋하게 골라잡으며 으레 몇 백만 원씩 깎던 때가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즉 서둘 걸하고 말이죠.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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