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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때를 정하지 못한 가을에 대한 배려일까?

영하로 치닫던 날씨가 한결 누그러졌습니다.

한낮의 기온이 영상 15도를 훌쩍 넘겨 얼핏 봄날로 착각할 정돕니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요즘 유행처럼 통 큰 기부 한번 해보실래요?

모진 바람에 매서운 한파는 살짝 접어두고 통 크게 따뜻한 겨울 한번 턱 써보실래요?

한파야 부동산시장에서 입에 신물이 날 정도여서 이젠 지긋지긋하단 말입니다.




행여나, 혹시나, 하는 요행수만 가득합니다.

자고나면 희망적인 소식이라도 들릴까 눈뜨기 무섭게 언론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집값이 더 떨어진다는 소리와 여전히 집이 팔리지 않아 썰렁하다는 소리는 귀에 딱지

가 앉을 지경입니다.




시장이 살아나지 않다보니 상처가 깊어지고 상처 난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납니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상처투성이가 된 사람들로 종합병원이 따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치료해줄 사람조차 마땅히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픔은 더해지고 근

심만 늘어날 뿐입니다.

정작 이들을 보듬고 아픈 상처를 치료해줄 당사자들은 상처를 치료해주기는커녕 서

로 제 말이 맞다 며 쌈박 질로 날 새는 줄도 모릅니다.




국토해양부 장관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건축속도조절론에 대해 친(親)서민이 아니

라 반(反)서민 정책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주택공급이 충분하지 않은데 녹지율

과 경관을 이유로 층수를 제한하면 주택총량이 부족해진다며 결국 구매력이 떨어지

는 계층은 서울시 밖으로 밀려난다는 얘깁니다. 이는 서울시가 개포주공 3개단지 등

재건축 안을 보류한데 대한 정부 측의 공식 반응입니다. 서울시의 1000만 명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주택 500만가구가 필요한데 지난해 기준 서울시 주택 수가 340만 가구

에 불과한 만큼 수급 균형이 무너져 있는 현실에서 공공성을 지나치게 내세워 재건축

을 너무 제한하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 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재건축 규제에 묶

여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나오는 강남아파트를 손도 못 대는 불합리한 상황을 마냥 두

고만 볼 순 없다는 얘깁니다.

아무리 재건축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서울시라지만 사전 조율 없이 주택정책 방

향을 바꾸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서울시의 반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재건축 수익률이 워낙 낮아 조합들이 스스

로 속도조절을 하는 상황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개발위주의 주택정책

을 써온 국토부가 서울시민을 서울 밖으로 몰아낸데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염치 론까

지 꺼냈습니다. 그러나 인위적인 재건축규제는 없다고 했습니다. 개포지구 등에서는

임대주택비율과 녹지율을 높이라고 요구한 게 아니라, 공공성에 비춰 배치의 적정성

을 거론했을 뿐이라고 설명하면서 재건축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기반시설 설치

비와 임대주택 국고보조금 등의 지원 확대를 정부에 계속 건의하겠다고 덧붙였습니

다.




또한 시장이 이지경이 된 건 찔끔찔끔 규제를 풀어주는 식의 정책으로 오늘의 상황

을 자처한 책임은 정부 측이 크다는 것입니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예견된 일인데도

시간만 허비하다 요 모양 요 꼴로 만든 주범이라며 맘 놓고 큰소리 칠 처지는 아니

지 않냐 고 반박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국민의 충복이 따로 없을 지경입니다.

서로가 서민들에게 어찌 그렇게 무례하고 서민들 상처가 저리 쓰라린데 도대체 한

게 뭐있냐며 나무라는 태돕니다.

언제부터 서민들 입장을 대변했다고 말끝마다 서민서민, 입이 닳아 없어질 지경입니

다.

서울시가 중앙부처와 마찰을 빚는다면 그 피해는 애꿎은 서민들에게 전가될 뿐입니

다.

그렇게 절박하고 답답한 일을 왜 이제 와서 수선을 떠는지 도통 알다가도 모를 일입

니다.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볼멘소리가 지천일 때는 딴청이다가 늘 뒷북만 치던 모습이 눈

에 선한데 말입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길 궁리만 할 게 아닙니다. 언론을 통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일

게 아니라 당장 만나서 재건축 관련 정책을 조율해야할 것입니다. 진정 서민들 아픔

을 대변할 작정이라면 먼저 현장에 나와 상처 난 민심을 쓰다듬고 그들의 아픈 속내

를 겸허히 들어다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보듬어주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아픈 상

처에 소금은 뿌리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현장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양반이 그깟

게 대수가 될 성 싶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차라리 잘됐습니다.

어차피 서민들 위한 일이라면 못할 일이 없다고 하니 말입니다.

강남권재건축도 일부러 훼방 놓을 일은 없다고 공언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오히려 잘 된 일입니다.




진정 그렇다면,

차제에 현장에 나와 그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보시지요.

얼마나 상처가 크고 아픈지를,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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