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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며 속을 뒤집어 놓기가 일쑤이던 날이,

생판 달라졌습니다.

봄이 지나기 무섭게 시작된 장마로 여름 내내 진저리를 치게 하더니

요즘 하는 모습을 보면 말쑥한 신사가 따로 없을 지경입니다.

햇살은 눈부시고 스치는 바람은 삽상합니다.

덕분에 곡식 알갱이가 꽉꽉 들이차고 과일 맛이 제대로 들었다는 거여서

죽상이던 농부 얼굴이 모처럼 가을 햇살처럼 활짝 폈습니다.




그냥 한번 지켜보자 했습니다.

마땅히 달짝지근한 얘기꺼리가 없는데다가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하루 이틀 안달

을 낸다고 딱 부러지게 달라질 것도 아니어서 연휴까지 겹친 김에 이참에 가을바람

에 머리라도 식혀보자는 심사였습니다.

멀찌감치 띄워 놓고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지켜보는 것도 과히 나쁠 거 같지 않고

해서 말입니다.




추석 전에는 추석이 지나면 나아 질려나 했습니다.

늦더위가 뒤늦게 기승을 부릴 때에는 찬바람이 불면 달라 질려나 했습니다.

그렇게 10월이 오고, 연휴가 지나고 가을은 더 깊어졌습니다.

혹시나, 행여나, 하는 마음이 무색하게 시장은 여전하고 남유럽이고 미국의 골칫거리

는 쉽사리 진정국면을 찾지 못합니다.

주식시장의 널뛰기는 지칠 줄을 모르고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장세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더할 뿐입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견주어 더할 것이라느니 아니라느니 하는 전망은 언론의 단골메

뉴가 된지 오래고 이탈리아 신용등급 하락과 그리스 디폴트 예상 시나리오가 봇물처

럼 쏟아져 나와 한시도 마음을 놓지를 못합니다.

이러다가는 가을회복 설은커녕 가을폭락설을 걱정해야할 판입니다.




거래가 뚝 끊겼습니다.

가을도 중턱으로 치닫는데 가을 회복설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8월 거래가 대비 1000만~2000만원 가격을 낮춰 내 놓은 급매물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

다.

그렇다고 매수문의가 뚝 끊긴 것도 아닙니다.

시장 동향과 가격을 주시하며 매수기회를 엿보는 이들이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업

소마다 줄을 섰습니다. 그들의 얘기는 한결같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가격에 마음이

동하는 건 사실이지만 선뜻 나서기가 겁난다는 얘깁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꼴 나

면 어떡하느냐는 우려가 태반으로 일단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금융 부담까지 안고서는 위험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확신이 안 선다는 것입니다.




지금 시장은, 설사 리먼브라더스같은 사태가 온다 해도 금 새 회복될 것이라는 집주

인들의 학습효과와 집값이 반 토막이 나다시피 한 투자자의 학습효과가 팽팽히 맞서

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유럽 발 악재로 거의 패닉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소식에다 이탈리아 신용등급하락이 겹

쳐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했습니다.

최근 금융시장은 외부 변수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시장 불안을 자초하

는 측면이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기관과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위기 저항력이 3년

전보다 훨씬 개선된 상태라고 평가 하는데도 말입니다. 주가 하락폭만 해도 다른 나

라와 비교하면 크지 않는데도 폭락소식에만 주목하며 불안감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

는 지적입니다.




외국의 유명한 전문가들조차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은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것, 더구나 외국인 투자자가 한나라의 위기 대응 능력

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외환보유액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전과 비

슷한 수준으로 현재 외환보유액은 현 위기를 극복하기에 충분하고 남음이 있다는 것

입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위기 때는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한국경제가 금융위기에 취약하다

고 공격했지만, 요즘은 한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다변화 됐으며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

력이 강화 됐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룹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낮다는 평가입니

다.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으로 시장 불안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것입니다.

잠시 흔들릴 뿐, 위기의 가능성은 적다는 얘깁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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