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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2008년 12월 04일 (목) 10:52:56 ( media@mediatoday.co.kr)


청계천의 신화가 MB를 만들었다. 열섬현상에 허덕이던 서울인들은 고가도를 뜯고 상수도를 끌어다가 일부러 개천을 만드는 토목의 단순한 기술에 열광하고 내친 김에 한반도를 운하로 관통하겠다는 호언(豪言)앞에서도 ‘조국 근대화’의 또 다른 역사(役事)를 꿈꾸었을 지도 모른다.

취임 일 년이 거의 흘러가고 있다. 그의 ‘오만과 독선’은 김지하 시인이 비유한 ‘흰 그늘’ 촛불의 미려함에 맥없이 주저앉는 듯 보였다. 그러나 미국 쇠고기는 슬그머니 대형마트에 다시 등장하고 있고 엄습하는 경제 대공황의 공포로 인해 대운하의 망령은 재차 고개를 쳐들고 있다.

10년 간 지방분권 수포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미명아래 서울,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비수(匕首)도 보란듯이 빼어 들었다. MB정부의 이른바 ‘5+2’ 국가 균형발전계획에도 수도권이 들어 있는 건 불균형 요인을 온존시킨 셈이다.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수도권 그린벨트를 대폭 완화하고 부자들 세금까지 감면해주는 걸 보면 MB의 경제학에는 지역과 민중은 없다. 가진 자부터 더 잘살고 보자는 건가?

서울만 살면 나라가 사는가? 서울이 가득차서 흘러내리면 지방도 산다고? .행복도시는 어떻게 돼가고 있는 것인지, 공공기관 이전에 한껏 고무되어 방방곡곡 추진되던 혁신도시, 기업도시는 또 어떤 지경에 있는 건지 도무지 까마귀 고기 먹은 꼴이다. 그간 적지 않던 지방 지자체와 기업 간의 양해각서(MOU)가 물 건너가고 있다. 임시라는 게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지난 10년의 지방분권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하긴 지금의 정부를 탄생시킨 건 서울 천도(遷都)를 온몸으로 거부한 중앙의 기득권층이 아니겠는가? 헌법재판소조차 불문헌법 운운하며 행정수도 이전을 위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태평로의 보수언론 또한 대한만국의 대표 브랜드는 단연 서울이라며 서울 집단 에고이즘을 부추기기에 바빴다. 역대 선거를 보면 영, 호남의 투표성향은 미리 예측 가능한 것이고 결국 승부처는 수도권인데 지난 정권이 행정수도를 이전한다고 했으니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횡재(橫材)를 꿈꿨단 알량한 서울인들의 두려움과 분노는 오죽 했겠는가.

국가 경제력의 7할 이상이 서울에 집중돼있고 인구는 절반 가까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현실이 정상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수도권의 집중은 온갖 폐단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수도권의 과밀화, 집적화는 무한경쟁과 독과점 거기에 따른 대규모 소외와 비인간화를 낳고 그것이 다시 부의 편중과 계층 간, 지역 간의 격차를 심화시켜 결국 국민통합을 와해시킨다. 경제적으로 보더라도 서울 집중으로 인한 지역의 황폐화는 궁극적으로 내수시장의 규모를 축소시킴으로써 가뜩이나 대외 의존적인 한국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할 뿐이다.

대규모 소외와 비인간화 낳아

일본의 경제학자 오오츠카 미사오의 ‘변경혁명론’을 되뇌어 보자. 인류의 역사는 항상 변경(邊境)의 변화와 힘을 바탕으로 진전(進展)을 거듭해왔다고 하지 않는가. 로마를 붕괴시킨 건 그들의 용병이었던 게르만이었고 유럽대륙을 산업혁명으로 뒤흔든 나라는 다름 아닌 섬나라 영국이다.


▲ 이청연 여수문화방송 프로듀서

이로써 세계의 중심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겨갔고 ‘대 항해의 시대’를 거쳐 지금은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음은 아직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아수라장으로 몰아넣는 현실이 역설적으로 웅변한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다음 역사의 중심은 어디일까. 지구 표면의 반을 덮고 있는 태평양, 그 연안일까. 일본이 있고 거대한 대륙 중국이 있고 세계의 절반을 다시 노리는 러시아가 접하고 있는 곳, 아시아! 흔히들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리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우리다.

서울 혼자서 다 해먹는 나라, 지방의 절대적 희생 위에 독점과 편중이 ‘선택과 집중’으로 미화되는 나라는 아시아의 불꽃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초입력 : 2008-12-04 10:5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