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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고수] 도심ㆍ한강주변 재개발 뜰것

재개발ㆍ재건축 전문가, 백준 J&K컨설팅 대표
한남ㆍ마포ㆍ용산등 주목할만
분양가 상한제 `유명무실`… 재개발사업에 영향 없어
8ㆍ21대책 재건축시장 활성화에 별도움 안돼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을 주도했던 재개발 뉴타운 광풍이 막바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일반 뉴타운을 포함해 재정비촉진지구(재촉지구) 35개가 모두 고시된 데다 이들 대부분이 올해 말 혹은 내년 상반기 사업시행 인가를 목표로 막판 스퍼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재개발 역시 급등한 지분값 부담 때문에 거래는 잘 안 되는 편. 하지만 사업 자체는 갈수록 탄력이 붙고 있다.

장위동 뉴타운은 추진위 구성부터 조합설립 인가, 건축 심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됐고 연말에 사업시행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6개월~1년 새 모든 절차가 끝나버리는 셈이다.

`가뭄에 강을 건너라`는 말도 있는데 이제라도 재개발ㆍ재건축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걸까. 국내 재개발ㆍ재건축 최고수로 꼽히는 백준 J&K컨설팅 대표(46)는 "시작 초기부터 재개발 지분값이 과도하게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막상 관리처분을 해보면 여전히 지분값과 주변 시세를 비교했을 때 손해를 보는 곳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한남 뉴타운은 일부 지분값이 3.3㎡당 5000만~6000만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지만 그래도 주변 새 아파트 시세를 비교해보면 그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라는 것. 뚝섬지구 역시 지분값이 3.3㎡당 1억원대를 넘나들면서 과도하게 올랐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정작 조합원들 권리가액은 1억5000만원 이상으로 나왔다는 것.

하지만 투자 차원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백 사장은 "지분값이 너무 많이 오른 지역은 관리처분을 해봐야 권리가액이 그다지 높게 안 나오는 일이 있다"면서 "도심에 가깝고 주변 환경이 쾌적하게 정비돼 삶의 질이 높아지는 곳에 내 집을 장만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이제 투자차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 입지 좋은 재개발 지분으로 갈아타라

= 그런데 만약 서울 외곽에 재개발 지분을 갖고 있다면 한강변이나 도심 내부 재개발 지분으로 갈아탈 필요는 있다는 게 백 대표의 조언.

지금은 서울 외곽이든 도심 내부든 한강변이든 지분값에 큰 차이가 없지만 정작 재촉지구 사업이 완료된 후에는 시세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분 시세는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죠. 하지만 재촉지구가 완성된 후에 입주 시점이 되면 입지에 따라 가격차가 현저하게 벌어질 것입니다. 재개발 사업이 순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한꺼번에 새로 짓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입지 요건이 새 아파트 가격을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지분값을 조금 더 주더라도 지금 최고 입지 지분을 사서 갈아타는 게 좋습니다."

지분 시세는 지금 1.5배 정도 차이밖에 안 나지만 입주 후 시세는 2~3배 이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것.

그는 일부 서울 외곽지역 재촉지구는 새 아파트 완공과 함께 주변 아파트가 공멸하는 사태도 벌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부산 대구 등 지방에서 벌어진 일명 `불 꺼진 아파트` 현상이 서울 외곽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

"1973년부터 시작돼온 철거가옥 수보다 더 많은 가옥이 앞으로 1~2년 새에 한꺼번에 철거됩니다. 뉴타운 및 재촉지구 35개에서만 무려 21만가구 이주수요가 내년 말~내후년 초 사이에 집중됩니다.

전세난은 불 보듯 뻔하고 전세금이 매매값을 밀어올리는 현상도 벌어질 겁니다. 그런데 만약 2010년 이후에 이 같은 재촉지구 아파트들이 완공돼 모두 동시에 입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한마디로 재앙이죠."

입주 후 시세가 오를 수 있는 재개발 지역은 어디일까. "지역적 불균형은 인위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시장가격은 결코 무모하게 형성되지 않는다"는 게 백 사장의 믿음이다. 단기적으로 가격 왜곡이 있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값을 찾아 가더라는 것. 20년 가까운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서 나온 경험칙은 `강남 불패, 한강변 불패`다. 한남 뉴타운이나 마포ㆍ아현, 흑석 뉴타운과 용산구, 성동구가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이다.

◆ 재개발 사업 `원가조작` 가능

= 분양가 상한제로 재개발 아파트들이 일반 분양가를 크게 높일 수 없어 조합원 부담이 커지고 이 때문에 재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무엇일까.

"동대문구 전농 7구역이 분양가 상한제 전 마지막 관리처분을 받은 곳이고 바로 옆 답십리 16구역은 상한제 후 처음으로 관리처분을 받은 곳이죠. 그런데 두 곳에서 일반 분양가나 조합원 분양가가 똑같게 나왔습니다. 상한제 적용 단지나 적용 안 된 단지나 분양가가 똑같다는 것은 상한제 영향이 전혀 없다는 얘기죠."

이유가 뭘까.

재개발 사업에서는 얼마든지 `원가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평 뉴타운처럼 SH공사가 땅을 매입해 개발할 때는 토지 매입 원가가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재개발 지역은 땅을 매입하지 않는 사업 방식이기 때문에 매입가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어 사실상 상한제가 유명무실하다고 백 사장은 지적했다.

◆ 재건축, 더 이상 하락은 없을 것

= 지난 8ㆍ21대책이 가장 중점을 둔 듯 보이는 대목이 재건축 규제완화였다. 하지만 정작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 시세는 별다른 변동이 없고 사업 추진이 새삼 활기를 띠는 조짐도 없다.

백 사장은 8ㆍ21대책에 대해 "건설경기 활성화, 주택공급 증대라는 목표는 하나도 달성하지 못하고 시장만 불안하게 만든 것"이라고 혹평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재건축할 만한 곳은 모두 재건축을 했고 추진위들도 모두 막바지 단계라는 것. 은마, 개포, 압구정 현대 등은 1대1 재건축이 추진되는 곳인 데다 소형의무비율 규제를 여전히 받기 때문에 신규공급 물량은 `제로`라는 얘기다.

백 사장은 "이번 조치는 참여정부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신도시정책을 답습해 또다시 대량 미분양 사태만 초래할 것"이라면서 "실질적인 공급 확대나 거래 활성화는 도심지 용적률 상향조정이나 층고완화가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뉴타운 사업을 처음 시작했고 도심주택 공급 확대라는 신조를 가졌던 만큼 이에 걸맞은 대책이 나왔어야 하는데 정작 8ㆍ21대책에서는 자기 색깔을 모두 버리고 이도저도 아닌 짜깁기 대책을 내놨다는 것.

백 사장은 "일단 주택공급 출발은 무조건 저렴해야 하는데 지금은 신도시든 재개발 아파트든 너무 비싸서 상품성 없는 주택들만 시장에 넘치고 있다"면서 "분양가 상한제는 물론이고 토지환매부 아파트 등 반값 아파트를 좀 더 견고하고 세밀하게 밀고 나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 백준 대표는…

63년생. 광운전자공고와 성균관대 회계학과를 나와 학생운동~수배~구속~노동운동으로 이어지는 80년대 전형적인, 파란만장한 청년기를 보냈다. 운동 전력 탓에 정상적인 취업이 불가능해 `문턱 없는` 부동산 업계에 투신했다.

재개발 사업에 일찍 주목해 94년 `재개발이 돈 된다`는 저서를 발간해 대박을 터뜨렸다.

권당 3만5000원짜리 책이 1만부 이상 팔려 나가면서 재개발 전문가로 언론 주목을 받았다. IMF 때 다니던 직장이 부도가 났으나 98~2001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GE캐피털 등 외국계 투자회사의 부실채권 심사 실무를 맡아 재기했다. 2002년 9월 J&K컨설팅을 설립해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에 뛰어들었다.

전국 450개, 서울ㆍ수도권 250여 개 정비업체 가운데 계약액 300억원 이상 메이저 정비업체로 성장했다. 삼성, 대림, 현대 등 웬만한 시공사도 감히 어쩌지 못하는 실력 있는 정비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백 대표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재개발ㆍ재건축론 강의도 맡고 있다.

[채경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