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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산하를 지키자 - 서산 용현계곡

손·발이 ‘쩡’ 땀은 ‘쏙’… 얼음물이 우당탕


휴가는 휴가다워야 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좋다는 곳으로만 몰려가는 휴가는
모처럼 시간을 내서 쉬기는커녕
사람에 치이고 바가지요금에 기분만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고스톱 치며 노는 것을 본다는 것은 자녀들에게도 교육적이지 못하다.

온 가족이 오순도순 단란하게 즐길 수 있는 휴가, 집으로 돌아와서도 긴 여운이 남는 휴가, 후회 없는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산시 운산면 가야산과 상왕산 줄기에서 내려오는 용현계곡으로 주변의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항상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곡을 따라 천연적인 산림욕장이 즐비하여 휴가지로서는 제격이다.

이곳은 서해안고속도로 서산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좌측 서산방향과 반대편 운산면 소재지로 우회전하여 지방도 647호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조그마한 시골 성당과 대철 중학교가 나오고 500m 정도 가면 덕산 마애삼존불이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그곳에서 좌회전을 하고 가다 보면 조그만 마을 하나가 나온다.

이곳이 바로 인심 좋고 물 좋다는 미륵벌이라는 곳이다.

미륵벌은 마을주민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이며 예전 박해가 있을 때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들어와 옹기를 만들며 신앙을 지켜온 마을이다.

지금은 옹기 가마가 있던 자리는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흔적만 남아 있다.

이어 고풍저수지 제방을 끼고 향수를 느낄만한 터널을 지나 용현계곡에 다다르는 길은 주변이 아름다워 그야말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처럼 내내 기분 좋고 상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용현계곡 초 머리에 다다르면 돌무지 위에 우뚝 서 있는 미륵불이 보이며 국보 84호인 마애삼존불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삼불교를 건너 산길을 200m쯤 오르면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서산 마애삼존불상이 암벽 가득히 세 부처가 볼이 터질 듯 미소를 머금고 있다.

이 마애불은 하도 꾸밈없이 밝고 너그러워 ‘백제의 미소’라 불린다.

햇빛의 각도에 따라 삼존불의 미소도 변하는데 오후 2-3시쯤에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고 있어 이 시간대면 삼존불상으로 오르는 산길은 늘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있다.

서산 마애삼존불은 국내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예술적 가치가 가장 뛰어난 백제 후기의 작품으로 중국과 교역에 나서면서 백제의 도읍지인 부여로 가는 길목에 세워 먼 여정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웠다는 설이 있다.

마애삼존불에서 내려와 약 1.5㎞정도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커다란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에 차를 주차한 후 상류와 하류 양쪽에 계속해서 천연적인 삼림욕장이 펼쳐져 있고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데 단란하게 쉴 수 있는 곳을 찿아 휴가를 보내면 된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 오른쪽에는 보원사지 옛터가 있어 석조(보물102호), 당간지주(보물 103호), 오층석탑(보물104호), 법인국사 보승탑(보물 105호)과 보승비(보물 106호) 등을 접할 수 있는 자연과 역사가 함께 숨 쉬는 휴가지로서 최상이며 금년에도 휴가를 맞은 많은 여름 피서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 용현계곡은 계곡 자체가 굽이굽이 흐르는 것도 볼거리지만 무엇보다도 산세가 수려하고 물이 맑으며 물이 하도 차가워 30분 이상 발을 담가 놓을 수 없을 정도다.

또 주차장에는 조그마한 가게가 있어 필요한 물품은 직접 살 수 있다. 인근에는 크고 작은 민박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하여 아무런 준비 없이도 넉넉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용현계곡에는 30여개의 토속 음식점들이 있는데 토종닭 백숙과 어죽, 산채비빔밥, 쏘가리매운탕 등 가격이 저렴해 비단 휴가철이 아니라도 외식을 즐기는 가족단위 또는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음식점에는 대부분이 샤워시설과 족구장, 배구장을 갖춰놓고 있어 야영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귀가하는 길에는 광활한 한우개량사업소 한우 방목지와 우리나라 읍성(邑城) 중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성이며, 이순신 장군의 근무지로도 유명한 해미읍성과 성 안팎에 보존된 천주교 성지를 돌아보고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의미가 있는 휴가를 보내는 셈이 될 것이다.<서산=정관희 기자>

대전일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