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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시대에는 실물자산이 최고임은 이미 입증된 경험입니다


쥐꼬리도 안되는 예금금리


물가는 뛰는데, 이자는 못따라가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
지난해 1000원 물건 지금은 1049원 됐지만 1년 전 1000원 예금은 1048원
"요즘 은행 가면 오히려 손해" 이자로 사는 은퇴자들 큰 타격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대전에 살고 있는 퇴역군인 정모(62)씨 부부는 5년 전부터 8000만원을 정기 예금에 넣어놓고, 여기에서 나오는 이자를 생활비에 보태 쓰고 있다. 하지만 곧 예금을 해약하고 오피스텔 같은 데 투자해 월세를 받을 작정이다. 연 5%대 정기예금 금리로는 물가 상승세를 따라갈 수 없어서다. 정씨는 "지난달 30일 370만원의 이자를 받았는데, 요즘 물가에 두 달 생활비도 안 된다"며 "돈을 예금에 넣어놓을수록 쪼그라든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예금 하면 돈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다는 정씨의 느낌은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은행 예금금리가 물가 상승세를 쫓아가지 못하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접어들었다.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5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9%. 지난해 5월 1000원이었던 물가가 지금은 1049원이 됐다는 뜻이다. 반면 지난해 5월 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78%에 불과했다. 그때 1000원을 예금에 넣었다면, 지금 1048원을 받는다. 1년 전 똑같은 1000원으로 시작했지만, 뛰어오른 물가(1049원)에 비해 예금이 오히려 1원 모자라게 됐다. 지난 1년의 예금 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연0.12%다. 돈의 실질가치를 감안하면 은행이 돈을 불려주기는커녕 수수료를 떼고 보관해주는 '현금보관소' 비슷하게 됐다는 얘기다.


▲ Gettyimages 멀티비츠
◆은퇴자가 피해, 대출 낸 사람은 이득

현실 경제에서 체감하는 실질 금리의 하락 폭은 이보다 더하다. 장바구니 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의 상승률이 더 높은데다, 이자소득세(15.4%)까지 제하면 실질금리는 훨씬 더 내려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활물가지수와 이자소득세를 뺀 정기예금의 실제 금리로 따지면, 마이너스 실질 금리는 이미 지난 1월부터 나타났다. 실제로 현장의 투자자들이 이 사실을 더 빨리 알아챘다.

국민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이정걸 팀장은 "예금 비중이 높은 고액 자산가들이 연초부터 펀드나 부동산 쪽으로 갈아타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이미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왔음을 직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실질금리의 가장 큰 피해자는 예금 이자로 살아가는 은퇴자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종자돈(원금)의 가치가 쪼그라들면서 여기서 나오는 이자 소득도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시대가 길어지면, 기초 재산을 까먹고 빈곤해지는 노년층이 늘어나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과거 낮은 이자로 대출을 내 소비를 하는 젊은층은 갚아야 할 돈이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예금은행 가중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17%로, 전년대비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4.9%)과 불과 1.27% 차이로 줄어들었다.

◆"예금대신 펀드가 대안"

전문가들은 실질금리가 금세 플러스(+)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물가+저성장'의 딜레마에 발목이 잡힌 한국 경제의 상황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이규복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며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난감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는 어떤 재테크 전략이 필요할까. 원론적으로 말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면 실물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하지만 부동산이나 금 같은 실물 투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성급한 투자는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HSBC은행 서초지점 박일건 부장은 "안정성을 갖춘 펀드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직장인(급여생활자)의 경우 브릭스(BRICs) 국가에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나 국내 가치주 펀드, 수익률이 높은 ELS 상품 등을, 또 은퇴를 앞둔 장년층이나 퇴직자의 경우 원금보존형 ELS와 미국 금융주에 투자하는 펀드, 주식·채권 혼합형 펀드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6.03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