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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ㆍ용산ㆍ뚝섬ㆍ강남…초고층 랜드마크 세워라
[매일경제] 2008년 05월 16일(금)

◆서울 스카이라인을 바꾸자 ⑤◆

신성우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한국초고층건축포럼 의장)는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적 건물군이 모여 있는 강변은 곧 그 도시 이미지"라며 "초고층 랜드마크 개발로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살리면 서울 경쟁력이 몰라보게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영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한강은 인구 2700만명에 달하는 메트로폴리탄에어리어(대도시권)에서 지리적 중심이자 600년 서울 역사를 담고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앞으로는 모든 힘의 분출을 한강으로 집중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강변을 초고층 랜드마크로 채우자

= '한강을 새로운 도시축으로 개발하자'는 주장과 움직임이 요즘 들어 활발하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다. 건축 전문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한강변 각 영역을 랜드마크와 초고층으로 채워 서울 이미지를 바꾸자고 제안한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서울 사대문 안도 초고층이 들어서기에 좋은 입지지만 역사 문화유산과 내사산에 둘러싸여 있어 주변 경관과 부조화를 이룰 수 있는 민감한 지역"이라며 "한강은 넓은 하폭을 갖고 있어 초고층 건물이 주변 경관에 쉽게 수용ㆍ흡수될 수 있는 초고층 최적 입지"라고 말했다.

일본 롯폰기힐스 설계업체로 유명한 KPF 제임스 본 클렘퍼러 사장도 "한강변은 강폭이 넓어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기에 좋은 입지"라며 "초고층 건물을 집적시키면 도시 스카이라인이 살아나는 것은 물론 관광객 유치 효과도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혔다.

최막중 교수는 "국가나 서울시 전체 차원에서 높이와 디자인, 용적률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초고층 집적 효과도 내면서 도시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이뤄낼 수가 있다"며 "강남 용산 여의도 뚝섬 등을 초고층 밀집지역으로 선택해 전략적ㆍ집중적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변 아파트 단지 재건축 때도 과감한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성우 교수는 "현행 규제대로 한강변 단지를 재건축하면 잠실이나 도곡동 아파트 단지 사례처럼 스카이라인에 또 다른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어정쩡한 높이와 모양보다는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물이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세한 해안건축 대표는 "용적률 등 규제를 풀어 랜드마크가 될 만한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을 하되 배타적인 주거단지 담장을 허물어 공공성을 확보하고 한강 접근성도 향상시켜야 한다"며 "녹지와 공개공지를 확보하고 저층부에 문화ㆍ상업시설을 유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리 가보는 한강

= 한강변을 이처럼 랜드마크 무대로 만든다면 한강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한국초고층건축포럼이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바탕해 미래 한강 모습을 구성해봤다.

2018년 어느 날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에서 출발한 유람선이 경인운하 구간을 통과해 한강으로 유유히 접어든다.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영국인 사업가 스코필드. 함께 온 동료들과 유람선에 오르긴 했지만 흥이 나지 않는다. 당시 한강 유람선을 한 번 탄 적이 있었는데 다시는 타고 싶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널빤지 같은, 높이가 엇비슷한 아파트들만 강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풍경. 스카이라인은 단조롭기 그지없고 강변 어디에도 눈에 띄는 건물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배가 오른쪽으로 머리를 틀자 신천지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가이드 설명이 이어진다.

"저 멀리 보이는 다리가 성산대교입니다. 좌우로 거대한 빌딩이 2개는 서울의 관문을 상징합니다. 왼편 너머에는 서울 최고 높이 빌딩인 상암 DMC 랜드마크 타워가 있습니다."
여의도에 접어든다. 60~100층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들이 시원시원하게 뻗어 올라 있다. 마리나베이를 앞에 둔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가 떠오른다. 노들섬에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보다 더 멋진 콘서트홀이 자리를 잡았다.

여의도에서 눈을 돌리기 무섭게 용산 국제업무지구가 웅장한 위용을 드러낸다. 물방울을 형상화한 150층 초고층을 중심으로 또 다른 초고층 빌딩들이 어우러져 다이내믹한 스카이라인을 연출한다.

과거 반포와 압구정 지역을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던 아파트들도 상당수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초고층으로 훤칠하게 올라간 재건축 단지가 들어섰다.

남는 땅에는 넓은 공원과 공지가 생겨나 한강으로 바로 이어진다. 뚝섬에는 서울숲을 뒤로한 채 110층짜리 또 다른 랜드마크가 눈에 들어온다. 빌딩 바로 앞 강 위에는 40층 높이 수상 공연센터가 들어서 있다. 두 건물은 하저통로로 연결돼 있다. 뚝섬 일대는 또 다른 초고층 주상복합이 시원스럽게 뻗어 올라가 있다. 랜드마크와 물과 숲이 어우러져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장관이 펼쳐진다.

뚝섬을 지나자 숨쉴 틈도 없이 오른편으로 거대한 초고층 빌딩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변 재건축 아파트 단지 너머로 삼성동과 테헤란밸리 일대에 들어선 초고층 빌딩들이 머리에 구름을 이고 있다.

배는 112층 제2롯데월드를 향한다. 신라라는 고대 왕국 천문관측소를 재해석한 건물인데, 공군 측 반대로 계획한 지 20년이 넘은 최근에야 완공됐다고 한다.

"불과 10년 사이에 한강변 풍경이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상하이 푸둥이나 홍콩 못지않은데…."
스코필드는 "그렇게 답답하고 단조롭던 한강변 스카이라인이 이렇게 조화롭고 멋지게 변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