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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평행선이 유지되어 온 두 축이 있었다.

강남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구애하듯 제2의 강남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두 곳.
강남 이남과 강남 이북

출발은 당연히 강남 이남이 먼저였다.
판교발 상승세를 시작으로 용인과 분당, 나중에는 동탄, 심지어는 천안 아산 신도시까지
끊임없는 남쪽으로의 확장은 경부벨트가 대세임이 분명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그 와중에도 무언가 반전의 기운은 있었으니 그 곳이 바로 용산이다.

용산 민족공원이라는 호재와 한남뉴타운을 기치로 경부라인의 대세에 도전장을 냈지만 용산 혼자서 이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원이라고 해보았자, 돈많고 자녀 다 키운 노년층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집값상승의 가장 큰 근원인 일반 중산층에게 어필할 반듯한 주거지는 아니었기 때문.

실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과서적인 주거지를 용산에서 찾기는 사실 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용산이나 서울숲 같은 초부유층의 별장같은 아파트만으로 강남의 아성을 흔들기는 어렵다.
택지지구 내 반듯한 도로, 뛰어난 학원인프라와 대형할인점 등 무언가 땅에 발을 붙일 수 있는 그러한 생활적인 힘으로 강북이 일어나야 진정한 제2의 강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때는 이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지만 지금은 여건이 되었다고 보고 말한다.
난 강북대세론의 선두에 용산이나 뚝섬이 아닌 노원이 있다고 본다.

노원은 용산과는 달리 목동이나 잠실처럼 실수요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근원적인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뉴타운이다, 재개발이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구불구불하고 협소한 도로, 기존에 들어선 유흥시설과 혐오시설 등을 모두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노원은 목동이나 잠실보다 더 좋은 자연적 여건을 가지고 있다.

도봉산과 불암산, 수락산과 중랑천을 끼고 있는 배산임수의 거대한 마들평야 평지에 자리잡은 주거지가 바로 노원이다.

소형평형 위주라는 이전의 핸디캡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것은 상계주공 전체 아파트들의 재건축과 관련된 정책적인 뒷받침만 된다면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니까

이전에는 이렇게 좋은 여건을 가진 곳이 단지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영원히 서민들의 보금자리로 끝날 것 같아 안타까웠다.

단지 내가 이 곳에 거주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좋은 지정학적 위치를 가지고 있는 노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 사회적 비용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강남 강북의 상대적인 불균형은 서울 동북부에 있는 노원의 거점화, 고급화를 통해 주변에 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는 서울 균형발전의 가장 큰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의 집중적인 홍보를 통해 노원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확대재생산되는 상황을 보면서 앞으로 노원의 개발밀도나 개발가치에 대한 집중화의 압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동기지창에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들어서고, 상계뉴타운이 완공되고, 노원역세권과 창동역세권이 고층건물의 상업지역으로 거듭날 때.

대학로, 종로, 강남 등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동부간선도로 확장, 내부순환로, 지하철1,4,6,7호선과 거미줄처럼 엮여갈 경천철이 자리잡을 때,

노원의 교육인프라, 학원인프라가 주변 강북구, 도봉구, 의정부와 진접 신도시의 부족한 학원수요를 충족시키는 부도심기능을 제대로 해 줄 때,

그 때가 되면 정부 입장에서도 이러한 고밀도의 효용을 가진 곳을 다시금 소형평형으로 재건축하는 우를 범하지는 못할 것이다.

적재적소 , 즉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하여야 하고, 강북권 최고의 수요는 노원역 주변이 될 수 밖에 없다.

목동의 교육, 문화, 학원 인프라가 주변 신도림동과 영등포, 구로구 등지의 배후로 역할하면서 이들 서남부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주거가치를 향상시켰듯, 노원구 중계, 상계의 교육, 문화인프라가 주변 도봉, 강북, 의정부, 진접 등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주거가치를 향상시킬 것이며,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강북의 힘을 더욱 강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서울 강남 인접한 용산의 집값 상승은 강남의 확장이지만 서울 동북부 끝쪽에 있는 노원의 집값 상승은 강북 자체의 독립적인 변수로서 강남과 연계되지 않는 강북의 힘을 보다 강력하게 상징한다.

이제까지는 분양이 많이 되는 곳이 집값상승이 높았다.

분양을 하기 위해서 건설사는 언론을 이용해야 하고, 언론의 계속적인 보도는 사람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실 경부축 대세론이니, 뭐니 하는 것은 판교를 위시하여 용인 동백지구, 동천지구, 성복, 신봉 지구 등 계속적인 아파트 공급을 해대던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언론 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 수요적 뒷받침이 약해 가수요가 많은 곳은 결국 종말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1세대 2주택 중과세, 금융대출규제를 통해 출구와 입구를 막아놓은 상태에서, 종부세를 통해 투매를 압박하는 제도의 시행으로 이러한 결과는 예정되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최근에는 노원에도 투자수요가 일부 들어왔지만 실수요자가 주축인 노원 등지에서는 위와 같은 제도적 불리함을 극복한 채 그 힘을 발휘했고, 용인 등 가수요가 상당수인 이 곳은 점차 그 힘을 잃고 흔들렸다.

지금 노원의 상승은 투기적 가수요의 종말이요. 실수요자에 의한 집값상승의 출발로 인한 당연한 귀착지이다.

사실 집값상승의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 정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근저의 원인은 사람들의 심리다.

그리고 돈만큼이나 자존심과 서열을 더 중시하는 우리네 사람들의 관념화된 가치관도 집값가격의 서열에는 상당히 큰 역할을 한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강북이 상승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서울이라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자부심이라고 본다.

한 때 분당의 파크뷰 33평형이 10억원을 넘어섰던 적이 있다.
당시 33평형이 10억을 넘는 것은 강남에도 유래가 없는 것이어서 강남에서도 제법 위협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압구정동에서 나온 한마디, “경기도에서도 10억인데 우리 아파트가 그보다 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 한마디에 의한 인식의 통일이 순식간에 압구정 현대 33평의 시세를 12억으로 올려놓았다.

이것은 당시 언론에도 보도되었던 내용으로 사람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주거가치의 서열이 집값의 상승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노원이 서울 변두리다 어쩌고, 해도 그래도 서울이고, 그렇기 때문에 강남권 다음의 시세는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 힘이 점점 강력해져 최근의 이러한 결과를 맞이했다고 난 믿는다.

차라리 소형평형이라도 출퇴근이 편하고 가까운 서울 시내를 고집할 정도로 서울의 인프라는 강해지고 있으며, 앞으로 강북에도 중대형평형이 계속 공급된다면 결국 경부축보다는 강북이 제2의 강남으로 자리잡을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거대한 부동산시장의 방향이며, 또한 나의 판단이다.

노원은 강북 부동산시장 전체에 하나의 큰 변수가 될 것이며 앞으로도 은평뉴타운과 함께 계속 강북 업그레이드의 선봉에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