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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기 부동산시장 이슈

부동산시장 이상 징후들…강북 오르는데 지방은 미분양 넘쳐


요즘 부동산시장은 흡사 ‘휴화산’ 같은 모양새다. 참여정부 시절 집값 급등세를 이끌었던 강남은 세금, 대출 규제로 억눌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거래량이 서서히 늘면서 바닥을 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 틈에서 강북권 집값 급등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시와 한나라당 간 ‘4차 뉴타운’ 개발 논란까지 촉발되면서 집값 상승세에 기름을 붓는 양상이다.

항상 ‘외톨이’ 신세였던 지방은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고 지방 미분양 아파트까지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은 ‘부도 괴담’에 몸을 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심 재개발과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그렇다면 향후 부동산시장 흐름은 어떨까. 매경이코노미는 부동산 전문가 15인의 의견을 들어 혼돈기 부동산시장을 진단해봤다.





요즘 노원구에 중·소형 전세 물건이 많이 나왔지만 거래는 뚝 끊겼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14년째 살고 있는 성은정씨(42)는 이번 강북 집값 폭등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는 올 1월 초 주공 7단지에서 12단지로 이사했다.

성씨가 지난해 말까지 살았던 주공 7단지의 면적은 85㎡(26평), 새로 들어간 12단지는 92㎡(28평)다. 불과 7㎡(2평) 차이지만 방이 한 개 더 있었기 때문에 큰 아이를 위해 이사를 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서 불과 두 달 만에 5000만원까지 뛴 것. 더 늦으면 집을 구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간신히 돈을 맞춰 지난 1월 이사를 감행했다.

그는 “2년 전 72㎡(22평)에서 85㎡로 이사 갈 때만 해도 1500만원이면 충분했는데 고작 7㎡ 늘리는데 5000만원이 더 들었다”고 성토했다.

성씨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만약 이번에 이사를 못했으면 몇 천만원을 더 대출받아야 했기 때문.

상계동 12단지의 아파트는 지난 연말에 비해 현재(4월 18일 기준) 매매가가 4000만원 정도 올랐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3월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 주공 7단지 60㎡(18평)의 매매가는 1월 초 2억6250만원에서 3월 현재 3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2개월 새 무려 5000만원가량 오른 셈이다. 　

강북권 집값 폭등은 경기 의정부 등 수도권 북부까지 영향을 미쳤다.

의정부시 호원동은 올해 2월 25일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집값 상승세는 여전했다. 60㎡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5000만원 이상 올랐다.

회룡역 부근 부동산테크의 최윤희 공인중개사는 “미군부대 철수, 경전철 건설, 외곽순환도로 개통 등 호재가 있는 데다 강북권에서 100㎡(30평대) 이상 아파트를 3억원에 살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의정부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동두천, 연천, 양주 등 인근 지역까지 ‘풍선효과’를 타고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강남 큰손들이요?
실수요자가 대부분이에요”

집값 상승을 피부로 체험하고 있는 현지인들 분위기는 어떨까.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들 백이면 백 이제 노원구가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는 중’이라고 했다. ‘쥐꼬리’만큼 오른 걸 갖고 언론에서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말했다.

“연일 언론에서 이 지역을 집중 보도하면서 ‘담합해 가격을 올린다’ ‘강남 큰손들이 투기한다’ 등 문제가 많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아요. 여기에 의사나 교수 등 전문직종도 많지만 대부분 샐러리맨이 실수요자들이에요. 어딜가나 그런(투기꾼) 사람들이 있게 마련인데 언론은 마치 그들이 집값을 올리는 주범인 양 보도하고 정부도 이에 편승해 단속에 나서고, 강남에 비하면 아직도 가격이 많이 낮아요. 강남 집값 다 올려놓고서 여길 규제하려고 드니 너무 답답합니다.” 중계동에서 6년을 산 주부 P씨의 말이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도 올 초 가격이 급하게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값 찾기 과정’이라고 말한다.

노원역 인근 솔로몬부동산의 조남현 대표 말을 들어보자.







“그동안 워낙 쌌던 게 사실이에요. 서울에서 역세권(4, 7호선)에 있으면서 60㎡가 2억원 정도하는 곳은 여기가 유일할 겁니다. 강남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서울시 3.3㎡(1평)당 평균 매매가가 1700만~200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제 1200만~1400만원인 이곳은 아직 평균에도 못 올라왔어요.”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강북권(노원·강북·도봉·성북 등 7곳) 아파트 매매값은 3.3㎡당 1080만원으로 강남구 아파트 가격(평균 3497만원)의 30.9% 수준에 불과했다.

가격을 담합했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상계동 주공아파트에는 부녀회도 없는데, 부녀회가 조직돼 가격을 담합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걸 보고 너무 어이없었어요.” 주민 A씨의 말이다.

의정부 등으로 집값 상승세 확산 중







노원구 집값이 폭등한 데 대한 여러 의견도 있었다. 주식시장 침체와 함께 이사철까지 겹쳐 강북 수요가 급증했다는 지적이다.

조남현 솔로몬부동산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꿈틀대기 시작했다”며 “더군다나 학교가 몰린 이 지역은 1~2월이 대규모 이사철이기 때문에 대기 수요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가격을 덩달아 올렸다”고 분석했다.

강북구 번동 드림랜드 개발 소식이 노원구 가격 상승을 촉발시켰다는 얘기도 나왔다. “드림랜드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지역 집값이 1억원 이상 올랐다고 하는데 막상 가보면 도로나 기반시설, 교육 등에서 노원구보다 나은 게 없어요. 당연히 노원구도 그만큼 올라야 하는 게 아닌가요?” 중계동 P주부 얘기다.

공릉역 주변 반석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도 집값 상승에 편승해 오른다고 하지만 중계동이 2~3%씩 오르는 것보단 못하다”며 “자금조달계획서까지 첨부해야 하는 6억원 이상 아파트가 거의 없는데 주택거래신고제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보다 투자 수요가 많은 건 엄연한 사실이란 얘기도 있었다.

하계동 D공인 대표는 “싼 가격의 주공아파트가 많이 몰려 있기 때문에 다섯 채 이상 보유해 임대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직도 꽤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지난해 (5채 이상 다주택 보유자) 최소 2번 이상 거래했다”고 귀띔했다. 물론 집값이 많이 오른 지금 그런 매수 세력을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당연히 세입자들은 이번 집값 상승이 반가울 리 없다.

상계동 주공아파트에 사는 C씨는 “주민 10명 중 8명은 세입자인 것 같다. 같은 층에 사는 이웃들을 보면 한 집만 빼고 다 월세나 전세 사는 세입자들이다. 집을 사려고 돈을 모았지만 너무 많이 오르는 바람에 포기했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사야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임대사업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지역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은 대부분 신혼부부나 독신자, 노부부 등 실수요자들이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미분양 아파트에서 주택임대 사업은 허용하더라도 대기 수요가 많은 아파트에서 주택임대 사업을 허용하는 것은 다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북권 부동산 시장과는 달리 지방은 요즘 속출하는 미분양 사태로 울상이다.

미분양물량은 국토해양부의 1월 공식집계로 12만가구 정도.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6년 이후 처음 기록하는 수치다. 지난해 10월 10만가구를 넘어선 뒤 12월 11만가구를 돌파하면서 줄곧 상승 곡선을 그렸다. 여기에서 지방은 대부분이 10만가구에 달한다.

곽창석 나비에셋 사장은 “내수경기가 위축되고 인구까지 감소하면서 구조적으로 주택이 과잉되는 사태를 맞아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 설문에 응답해주신 분들 : 고종완 RE멤버스 사장, 길진홍 부동산뱅크 팀장,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 김용길 HB에셋매니지먼트 이사,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봉준호 닥스플랜 사장,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교수,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팀장, 왕세종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 전영진 예스하우스 사장,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교수, 한광호 나비에셋 부동산연구소장, 한태욱 대신증권 센터장 (총 15명, 가나다 순)

[특별취재팀: 김병수(팀장) / 김경민 기자 / 이윤규 기자 / 김충일 기자 /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54호(08.05.07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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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7 09:44:13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