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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타를 목적으로 한 투기꾼들이 요구
04/30 14:04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최근 66㎡대에서 99㎡대 아파트로 이사한 김모(39•북가좌동)씨는 아파트를 사고 팔면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김씨는 집을 팔기 위해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등록한 뒤 얼마 안 돼 중개업소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3억1000만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3억5000만원까지 계약서를 써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매수자가 시세보다 거래가를 올려 계약서를 쓰는 이른바 ‘업(Up) 계약’을 요구한 것이다.

김씨는 부동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처음엔 거부했지만, 양도소득세 면제 대상인 데다 매수자마다 업 계약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3억1000만원을 받고 3억5000만원짜리 업 계약서를 썼다.

강북지역 업 계약서도 등장

그런데 반대로 김씨가 매입한 115㎡ 아파트의 집주인은 실거래가(4억1000만원)보다 5000만원이나 낮은 3억6000만원짜리 ‘다운(Down) 계약서’를 요구했다. 집주인은 다운 계약서를 써주면 500만원을 깎아 주겠다고 했다. 중개업소에서도 뒤탈 없으니까 걱정 말라고 채근했다.

다운 계약한 만큼 취득•등록세도 줄어 김씨는 결국 다운 계약을 했다. 결국 김씨는 66㎡대에서 99㎡대로 갈아타면서 업•다운 계약서를 동시에 쓰게 된 것이다. 김씨는 “여기저기 물어보니 다들 그렇게 한다고는 하는데 부동산에 잘 알지 못해 사실 지금도 좀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최근 주택 거래가 급증한 강북권을 중심으로 실제보다 매매가를 낮춰 계약하는 ‘다운 계약’에 이어 매매가를 올려 계약하는 ‘업 계약’이 성행하고 있다. 단타(단기 투자)가 목적인 일부 투기꾼들이 양도세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업 계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테면 2억원짜리 집을 2억4000만원에 산 것처럼 계약서를 쓰면 몇 개월 뒤 2000만원든 3000만원이든 웃돈을 붙여 팔아도 계약서상 양도차익이 발생하지 않아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또 계약서보다 더 비싸게 판 경우에는 다운 계약을 요구해 양도세를 피해 가는 수법이다.

집이 해당 아파트 한 채인 매도자가 3년 보유 2년 거주 요건을 채운 경우 양도세가 면제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 경우 매도자는 얼마를 받고 팔던 양도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김씨처럼 대부분 업 계약 요구를 받아준다.

업 계약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거래가 신고제에 따라 계약서 상의 거래가격이 신고되는데 실제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처럼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토부 “강북권 업•다운 계약 집중 단속”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A공인 관계자는 “요즘엔 업•다운 계약서 아니면 거래 자체가 안 된다”며 “이제는 업•다운 계약이 많이 알려져 있어 그게 뭔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귀띔했다.

강북구 번동의 B공인 관계자는 “연초부터 아파트값이 들썩이자 일부 투기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업 계약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 졌다”며 “특히 강북은 실수요자들이 많고 그 때문에 양도세 면제 대상 또한 많아 업 계약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11일 발표한 ‘강북 집값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업•다운 계약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와 함께 합동조사반을 편성해 집값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양도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업•다운 계약서를 쓴 경우 적발되면 거래 당사자들은 취득세의 최대 3배(주택거래신고지역에선 최대 5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또 이를 중개한 중개업자는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 또는 중개업등록 취소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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