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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집값 상승 계속될까


[매일경제] 2008년 05월 04일(일) 오전 08:10 가 가| 이메일| 프린트
‘노도강’ ‘비발디4계’….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요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들이다. 전자는 집값이 급등한 노원·도봉·강북구를, 후자는 노원구 상계·중계·하계·월계동을 일컫는다.

강북권 집값 상승세가 그치질 않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집값 상승의 주축인 노원구는 올 1분기 아파트값 상승률(7.28%)이 지난 한 해 전체 상승률(6.56%)보다 높았다. 급기야 정부는 강북권 일대를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집값 안정대책 발표 시점인 4월 11일 이후 일주일 동안 노원구(0.46%), 도봉구(0.52%), 강북구(0.28%) 등 강북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여전히 서울 평균치인 0.08%를 크게 웃돌았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아파트 등을 사고팔 때 주거 전용면적이 60㎡를 초과하는 아파트의 경우 15일 안에 관할 시군구에 실거래가격을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값 상승의 진원지는 대체로 전용면적이 60㎡를 넘지 못하는 소형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도 실효성이 없다 보니 최근 집값 상승세가 동대문, 성북, 중랑구 등 강남권을 제외한 서울 전 지역으로 퍼지는 추세다.

강북3구 주변 지역 국지적 강세 예상
실수요자들의 최대 궁금증은 강북발 집값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이번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강북 집값 상승세가 최소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 15명 중 절반에 달하는 7명이 이 같은 답변을 택했다. ‘오히려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답변을 한 응답자는 1명에 불과했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교수는 “연말까지는 집값이 오르다가 규제 완화 정책이 서서히 나온다면 관심이 다른 인기지역으로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를 넘겨 멀리는 2010년까지 강북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김용길 HB에셋매니지먼트 이사는 “정부 부동산대책의 주요 골격 중 하나가 도심재개발이고 그 주요 대상이 강북지역”이라며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에 최소 3년 동안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강북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멈추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세.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강남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보상심리’가 영향을 미쳤다. 가격이 낮은 데다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는 뉴타운 등의 개발 호재가 풍부하다는 생각에서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심리까지 겹쳐 투자 수요를 자극하면서 당분간 가격 불안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국내 증시가 불안해진 것도 한몫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부동산이 이 틈을 타고 대체 투자상품으로 떠오른 것도 한몫했다.

‘장기적 집값 안정’ 한목소리
물론 지금 같은 강북 집값 상승세가 오래 지속되긴 힘들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봉준호 닥스플랜 사장은 “규제가 적은 탓에 강북 소형 아파트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며 “종부세로 눌려 있는 강남의 평당 가격 대비 한계점까지 올라 더 이상의 상승 여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역시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수요만으로 가격 상승을 이끌어왔던 강북권 빌라나 다세대주택은 곧 조정기를 맞을 것”이라며 “뉴타운, 재개발이 된다 치더라도 본질 가치에 비해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강북 집값 불안은 피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론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번에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 15명 중 9명 즉 60%가 전체 집값이 ‘5% 미만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북 일대만 집값이 들썩이고 있을 뿐 강남, 신도시, 지방은 안정 혹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대체적으로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로 공급이 늘면서 시장 안정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용화 외환은행 부동산팀장은 “재개발, 재건축 예정지를 제외하면 대체로 집값이 약세 혹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출, 세금 등 규제가 이미 나올 만큼 나왔고 집값 상승을 유도할 만한 위험요소가 없어 집값은 앞으로 안정세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킬 해결책은 어떤 게 있을까. 무엇보다 거래를 풀어주기 위해 세제 이외에 6억원 이상의 주택에 현실적인 대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일괄적인 총부채상환비율(DTI) 40% 적용 기준을 일부 완화해주거나 고가 주택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을 50% 선으로 맞추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강북 집값이 계속 급등하면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는 만 ？서민 중심 공급 대책도 절실하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청약제도 개편으로 시작된 전세난은 소형 아파트값 강세로 이어졌고 또다시 대형 아파트값 상승세를 불러올 것”이라며 “서민을 위해 장기전세주택이나 소형 아파트 공급 확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 강북 중산층, 강남으로 이동할까 】
◆ 강북 집 팔고 강남 가면 ‘후회’?
= 한때 강남 집값이 오르면서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 주민들도 ‘강남 입성’을 일종의 꿈처럼 여겼다. 집이 2~3채인 사람 역시 강남 집은 끝까지 팔지 않고 강북 등지의 저렴한 주택을 매도하는 경우가 흔했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동안 들썩였던 강남 집값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반대로 강북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강남·북 아파트 매매가 차이가 꾸준히 줄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4월 22일 현재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과 강북권(강북, 노원, 도봉, 동대문, 성북, 은평, 중랑구) 아파트값 차이는 3.3㎡당 1661만원이었다. 차이가 가장 컸던 2006년 11월(1927만원)에 비해 300여만원이나 줄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또다시 강남 입성 기회를 노리고 있을까.

사례 하나를 보자.

서울 노원구 중계동 청구아파트에 사는 박모씨(47)는 지난해 12월, 잠실로 이사 가기 위해 집을 내놓았다가 단 하루 만에 취소하고 말았다. 잔금까지 주겠다며 찾아온 계약자를 보는 순간 마음이 바뀐 것.

“친정이 잠실인 데다 내년(2009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애를 고려해 강남 이사를 오랫동안 고려해 왔어요. 근데 막상 팔려고 보니까 이건 아니다 싶은 거예요. 이 지역 교육 여건이야 강남이 부럽지 않을 정도고 업무시설이 없다는 것 빼고는 주거환경이나 쇼핑 등 강남보다 뒤떨어질 것이 없잖아요. 게다가 경전철, 창동 차량기지 이전, 당현천 개발 등 다양한 호재들로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 갈 이유가 없죠.”
박씨가 강남으로 가기 위해 봐둔 집은 잠실 진주아파트. 이 아파트는 올림픽공원 맞은편에 있는 데다 지하철역과도 가까워 부근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지난해 12월 박씨가 이 집을 알아볼 때만 해도 100㎡ 매매가는 9억6000만원 선이었다. 현재 그가 살고 있는 같은 평형대의 중계동 아파트는 최근 가격이 올라 7억원에 육박한다. 시세차는 불과 2억~3억원. 박씨에게 전세나 대출을 끼고 잠실로 가는 건 이젠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그는 고민 끝에 강남 진출을 접었다. 대신 노원구로 다시 눈을 돌렸다. 지난 12월, 그는 상계동 주공 7단지 80㎡대의 아파트를 1억원 후반대에 샀다. 4월 현재 이곳은 2억원 중반을 호가한다.

반면, 올 1월 중계동 신동아아파트를 팔고 방배동으로 간 L씨(51)는 요즘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지난 10년 넘게 살면서 집값이 제대로 오른 적이 없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자녀 교육 때문에 여기 남았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작 다른 곳으로 갔을 거예요. 2003년경 용인에 갈 기회도 있었지만 참고 기다렸다가 이번에 강남으로 이사 갔는데, 조금만 더 참고 있을 걸 그랬어요.”
이는 어디까지나 사례일 뿐 강남 진입 수요는 분명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광역학군제가 시행되고 강북 뉴타운 개발로 도심 재건사업이 활성화된다면 강남 이사 수요가 크게 늘어나긴 힘들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았다.

[특별취재팀: 김병수(팀장) / 김경민 기자 / 이윤규 기자 / 김충일 기자 /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54호(08.05.07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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