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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정부 부동산정책，그 나물에 그 밥

2008-04-13 20:38:09


‘새 정부엔 부동산 대책이 없다?’

친시장주의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면서 새 정부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부동산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새 정부 및 여당이 추진키로 한 부동산 정책이 대부분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참여정부의 대책을 답습하거나 뒷북대책,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 등이 대부분이어서 부동산 거래정상화 등 시장 기능회복에 제기능을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공급대책 숫자 놀음

우선 한나라당이 공약집에서 제시한 이명박 정부의 연간 50만가구 주택공급 계획(수도권 30만가구, 지방 20만가구)은 사실상 주택공급 확대 계획이 아니라 축소 계획이다. 수도권 공급 계획만 봐도 참여정부에선 연평균 40만가구 수준의 공급을 계획했었다. 참여정부가 2006년 11·15대책에서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로드맵’에 따르면 수도권 공급 목표는 올해 38만2000가구, 2009년 36만4000가구, 2010년 40만3000가구다.

그런데 새 정부는 ‘1000명 당 주택 수를 현재 285.3가구에서 2012년까지 320가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참여정부가 2004년 초 내놓은 ‘2004년 주택종합계획’에서 제시한 ‘2012년 인구 1000명당 320가구로 증가’ 계획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참여정부 계획과 비교해 매년 주택 공급 목표는 작지만 2012년까지 중장기 목표는 똑같아 앞뒤가 안맞는다.

이 계획은 특히 민간 건설사들의 공급 계획은 거의 반영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많은 건설사가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올해 하반기 이후 주택 공급량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분양가상제가 실시되는 한 국내 시장에서 주택 공급을 적극 펼치긴 어렵다”면서 “당분간 해외 사업에 매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없는 참여정부 정책 답습

새 정부에서 오는 6월 임시국회를 통해 가장 빠르게 추진할 전망인 ‘주택 거래세 인하’는 사실 이미 참여정부 때부터 진행되던 것이다. 참여정부는 2005년 1월, 2006년 1월과 9월 3차례에 걸쳐 3.5%이던 취득·등록세를 2%까지 내렸다. 새 정부에서도 거래세를 1%까지 추가로 내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래세 인하는 침체된 주택거래를 살리는 데는 미흡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참여정부가 거래세 인하를 추진했을 때도 그 효과는 별로 크지 않았다. 수천만원에서서 수억원 떨어진 급매물도 잘 안팔리는 상황에서 10억원짜리 집을 거래해도 2000만원 수준인 거래세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매매가 늘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지방 미분양 대책은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미분양 대책으로 ‘지방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부담 완화’ ‘공공택지내 주택 전매제한 완화 내지 폐지’ ‘지방 소재 주택 대출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참여정부가 대부분 지방에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풀면서 이미 사라진 규제다. 지방에선 이미 3억원 이하 주택 거래시 다주택 중과 규제가 없고 전매제한도 대부분 풀렸다. 투기지역에서 풀리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대출규제도 사실상 사라졌다.

주택공사의 지방 미분양 주택 2만5000가구 매입 계획도 참여정부가 세운 목표로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려고 하면서 비판을 받은 계획이다.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는한 사실상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운 계획인 셈이다.

■실천 가능한 부동산 정책, 정말 없나

여대야소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주택신용부 보금자리론90’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확대, 주택담보대출을 집값의 70%로 늘리고 20%는 주택신용보증으로 채워 집값의 10%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인데 현재 진행중인 LTV 규제와 배치된다. 구입자 입장에서 이자 및 원금 상환 부담이 커 ‘한국판 서브프라임’ 위기를 불러올 위험한 발상이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추진될 경우 금융권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밖에 대부분 언론 조사에서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는 ‘대운하 사업’, 투자자 모집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지분형 분양주택제도’, 출산 정책이라고 비판받는 ‘신혼부부용 주택’ 공급 등이 모두 논란이 심화되고 있어 후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종합부동산세 대상 축소’나 ‘재건축 규제완화’ ‘양도소득세 인하 방안’ 등은 ‘선 시장 안정 후 규제완화’라는 새 정부의 기본 방침에 밀려 적극 추진되기 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