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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풀기 어려운 부동산시장 규제

"지방에서는 지금 미분양 아파트를 2000만~3000만원씩 할인판매하고 있습니다. 5년 할부 판매도 많아요. 그래도 대출 묶어 놨지, 양도세 해결 안 되지 아무도 안 삽니다. 대형 건설사가 한둘 무너져야 조치를 취하려나,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중소 건설사들만 무너지니까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대형 A건설사 임원)

"전문 건설업체들은 하루에도 두세 곳씩 무너져요. 엊그제도 당장 파일공사 하는 협력업체가 부도 나서 공사가 중단됐습니다."(중견 B건설사 관계자)

"집 팔려고 내놓은 지 다섯 달이 넘었어요. 시세보다 1억5000만원이나 싸게 내놨는 데도 다섯 달 동안 고작 두 명이 와서 보고는 끝이에요. 진짜 밤에 잠이 안 와요."(신 모씨, 일산 대화동)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얼마 안 돼 '전봇대'가 화제였다. 5년간 꿈쩍 않던 전봇대가 뽑혔다느니, 이참에 규제의 전봇대를 다 뽑아야 한다느니 기대와 설렘이 적지 않았다.

참여정부 5년간 부동산 시장만큼 새로운 규제를 많이 만들었던 분야가 또 있을까.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 하나로 서너 달 간격으로 '대책'이 쏟아졌던 게 참여정부 5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새 정부 들어 규제 완화에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당장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 문제를 처리한 방식에서 그 단초가 엿보였다.

양도세를 필두로 한 부동산 세금 완화는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그런데 막상 대선 후에는 눈치 보며 후퇴를 거듭하더니 결국 20년 이상 장기 보유자로 국한시켜 버렸다. 실제 혜택을 보는 가구는 6만~7만가구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자 정부는 단 1%라도 혜택을 보는 가구는 23만가구에 달한다고 우겼다.

현실적으로 15~20년씩 한 집에 눌러앉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혼하고 애 낳고 초등학교 가고, 중학교 가고 고비고비마다 집을 옮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시장과 상식을 무시하고 궤변과 고집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참여정부의 특허인 줄 알았는데 새 정부의 행태가 어찌 과거에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을 일으킨다.

아니나 다를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매도자도 매수자도 꿈쩍 안 하고 지난해부터 계속된 거래 두절 현상은 한층 심해졌다.

"총선 끝나고 나면 뭔가 제대로 된 조치가 나오겠거니…." 부질없는 관망세만 짙어진다.

종부세, 양도세,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 청약가점제…. 참여정부가 인정사정없이 얽어 놓은 규제의 밧줄이 시장의 숨통을 꽉 조이고 있는 데도 새 정부는 단지 시장 안정을 우선한다는 이유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지금 시장이 안정돼 보이는 것은 거래가 안 돼서 가격이 오르지 않는 듯이 보이는 것일 뿐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앞으로 2~3년간 민간 주택 공급은 거의 끊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3~4년간 부동산 시장 호황 국면에서 이뤄졌던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지급보증을 섰던 대형 시공사들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을 제대로 하는 정부라면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책을 펴는 것이 정답이다.

경제를 화두로 집권한 새 정부에 요즘의 대내외 경제 환경은 유난히 가혹하다.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과 호황이 끝나고 하필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파장 시점에 집권한 것이 불운이라면 불운이다. 지난 정부의 몽니 탓에 국무회의마저도 파행이다.

그러니 너무 조바심치거나 몰아붙이지는 말자. 하지만 시장이 언제까지나 기다려주지 않는다. 얄팍한 정치셈법에 휘둘려서는 결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오랜 기간 과도하게 억눌렸던 만큼 부작용은 있을 수밖에 없다. 부작용이 무서워 수술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꼬인 매듭을 일일이 풀고 있을 시간이 없다. 시장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반시장적인 규제들은 너무 늦지 않게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부동산부 = 채경옥 차장 cha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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