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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ㆍ구기동 빌라가 뜬다

환경선호 30~40대 관심…매매ㆍ전세가 상승세


70억원대 자산가 최 모씨. 요즘 '애물단지' 같던 자식이 간만에 효자 노릇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몇 년간 시세가 꿈쩍도 하지 않던 구기동 빌라 가격이 얼마 전 몇 천만원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큰 폭 상승은 아니지만 몇 년간 제자리걸음이던 집값이 조금이나마 올라 기쁘다"며 "평창동과 구기동으로 이사 오려는 30~40대 젊은 직장인이 많아 전세금도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에서 몇 안 되는 웰빙형 주거단지 종로구 평창동 일대. 북한산과 북악산으로 둘러싸인 빼어난 자연환경과 갤러리 등 문화시설이 풍부해 삶의 질이 높은 대표적 동네로 꼽힌다. 하지만 산과 녹지로 둘러싸인 지역 특성과 각종 규제 탓에 그동안 부동산 가격은 저평가됐었다.

최근 들어 평창동과 부암동, 구기동 등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빌라를 중심으로 매매가와 전세가가 뛰기 시작했다.

22일 현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평창동 금강하이츠빌라 82㎡는 최근 2억원 선으로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시세는 1억5000만~1억6000만원 선이었다.

구기동 현대구기빌라 122㎡ 역시 지난해 말 이후 2000만~3000만원이 뛰어 3억5000만~3억800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특히 전세금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강파크빌라 125㎡는 1억8000만~1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4000만~5000만원이나 올랐다. 평창동 현대빌라 188㎡는 3억~3억5000만원으로 비슷한 기간 5000만~8000만원이나 올랐다.

평창동 OK공인 관계자는 "평창동 빌라 전세는 요즘 매물이 없어 나가지 못할 정도"라며 "단지 규모가 비교적 크고 경비실이 있는 중대형일수록 가격 상승폭이 크다"고 전했다.

뛰어난 주거환경에 비해 저평가돼 있던 이 일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최근 30대 중후반~40대 중반 젊은층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OK공인 관계자는 "녹지 공간이 풍부하고 미술관 등 문화시설이 갖춰진 데다 광화문과 종로 등지 출퇴근 시간도 20분 정도로 매우 가깝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돈 많은 50~60대가 주 고객층이었지만 최근에는 30~40대 수요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인근에 경복고와 청운중 등이 있어 생각 외로 학군도 좋은 편"이라며 "아이들 아토피 치료를 위해 이 동네를 일부러 찾는 젊은 부모도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귀빈공인 관계자는 "서울 시내 접근성이 좋으면서 이 정도 자연환경을 갖춘 동네는 평창동과 구기동, 부암동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저밀도 지역인 데다 최근 공급이 부족한 것도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 중 하나다. 최근 1년 사이에 이 일대에서 신규 분양된 아파트는 112가구 규모 롯데캐슬 로잔이 유일하다.

[이호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