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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규제 풀어야 국가경쟁력 생긴다


[문화일보 2007-06-25 14:02:30]


세계는 지금 앞 다퉈 마천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 마천루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를 다녀왔다. 두바이에는 2015년까지 100층이 넘는 건물만 6개나 들어선다고 했다. 물론 초고층 건물만으로 국가 경쟁력을 연결짓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허허벌판 사막의 작은 촌락 두바이, 베두인족이 낙타를 타고 유목생활을 하던 척박한 땅이 1971년 영연방에서 독립한 지 30여년 만에 ‘중동의 뉴욕’으로 탈바꿈된 곳이 아닌가. 인구 140여만명에 불과한 도시국가가 말이다.

이곳에 세워지는 건물에는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건축 예술가들이 참여해 첨단 건축물의 패션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인공 수로를 끌어들여야만 나무 한 그루를 키울 수 있는 아라비아풍 고급 빌라 사이의 초고층 빌딩 숲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사막에 스키장을 만들고 바다를 모래로 메워, 야자수 나무를 닮은 새로운 땅을 창조해 나간다. 지금도 건설 현장엔 전 세계 크레인의 16%가 모여 땅을 파고 건자재를 들어올리며 분주히 새로운 도시를 일궈 나가고 있다.

이런 두바이를 한국은 물론 전세계의 지도자들이 앞다퉈 방문하는 이유는 뭘까. 다름 아닌 역발상의 창의와 혁신적 비전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자함일 것이다. 세계화 시대 비전의 핵심은 창조력이다. 두바이유로 불리는 석유는 미래를 위해 숨겨놓고, 사막에 골프장을 만들고 흔들리는 촛불 형태의 초고층을 짓는 등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공격적 마케팅이 오늘의 두바이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 같은 원동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실례로 내년 완공 예정인 세계 최고 높이의 버즈 두바이(160층 이상) 빌딩을 짓기 위해 기존의 항공노선을 바꾸는 두바이 정부의 융통성과 결단이야말로 높이 사야 할 일이다. 잠실 제2롯데월드 부지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발표가 있은 지 수년이 지났다. 서울공항 인근이라는 이유로 공군측이 반대,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종로와 중구 등 도심의 경우 용적률이 600%에 불과하고, 16층 이상은 올릴 수 없어 최근 신축건물을 볼 수 없다. 신축건물을 지으려다 모두들 손들고 만다.

투자자를 끌어들여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규제의 사슬에 얽매여 생산적 투자를 하겠다 해도 못하고 있는 외국 기업이 하나둘이 아니다. 국내 유망 중소기업은 노동력이 저렴한 동남아시아 등지로 떠나고 있다. 국가 대표급 최상위 기업들마저도 베트남 등 보다 편안한 시장을 찾아 나서겠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서 각종 규제 개혁을 유난히 강조해 왔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07 성장 보고서’는 우리 정부의 각종 규제가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아 선진국과의 소득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기업인들 역시 규제에 대해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얼마전 정부의 요청으로 전경련은 회장단 회의를 열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규제개혁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현행 6000여 국내 기업의 규제 전반에 대해 재검토 작업을 벌여 연내에 개선 의견을 정부에 제출키로 했다고 한다.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정부는 기업의 성장 동력을 해치는 각종 규제에 대한 대수술을 단행하기 바란다. 선진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한국’으로 몰려들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두바이를 오늘의 세계 금융 관광의 도시로 탄생시킨 창조력과 비전은 비단 남의 얘기만은 아니지 않은가.

[[이노근 / 서울 노원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