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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우리가 변화를 추구할 때 흔히 쓰는 말입니다.
물이 정체되면 썩나니 흐르고 흘러서 그 생명력을 유지하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명박이 이런 자연의 이치를 뒤집고 새로운 이론을 내놨습니다.
물을 가둬둔다고 썩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 예가 가둬놓은 소양강댐 물이 흐르는 팔당호 물보다 더 깨끗하다는 것입니다.
한강물도 수중보로 가둬놓은 물이라고 했던가요?

지난 주에 어항에 키우던 금붕어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물도 갈아주고 폭기 장치를 달아서 산소도 공급해 줬는데 갑자기 죽어버린 것입니다.
마음이 아파서 아직까지 금붕어를 새로 사다 넣지 않고 있는데 빈 어항에는 공기방울만 올라오고 있습니다.
수족관에 문의해 봤더니 정화장치 속의 필터청소를 해주지 않아 물이 썩었다는 것입니다.

소양호의 물이 맑은 것은 소양호가 팔당보다 상류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염 정도를 나타낼 때에는 대개 DO(Dissolved Oxygen 용존산소)나 BOD(Biochemical Oxygen Demand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으로 나타냅니다.

상류 계곡 물이 맑은 것은 대부분 계곡물의 용존 산소가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급경사를 흐르는 물은 폭포도 만나고 돌부리도 만나기 때문에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산소가 녹아듭니다.
더 이상 산소가 녹아들 수 없을만한 상태가 되면 그 물은 깨끗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양강에는 이런 깨끗한 물들이 모이고 상류에는 인적이 비교적 드물기 때문에 외부오염이 적어 그런대로 맑은 물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팔당만 해도 많은 인파가 몰리는 유원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오염물질이 유입됩니다.

오염물질이 유입되면 이를 분해하기 위해 미생물등이 산소를 소비합니다.
미생물이 5일 동안 소비한 산소의 양을 표시한 것이 BOD입니다.
당연히 팔당은 소양호보다 BOD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운하물을 가둬서 배가 다니면 배의 스크류 때문에 물이 맑아진다는 주장은 스크류가 어항의 공기방울 발생기처럼 폭기장치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즉 흐르는 물이 폭포를 만나 떨어지면서 자체 정화를 하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강제로 산소를 주입하는 것이죠.

스크류를 돌려서 인위적으로 물을 깨끗하게 하자고 주장하면서도 이명박은 고인물이 더 깨끗하다는 희한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스크류를 돌린다는 것 자체가 물을 흐르게 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내는 것인데 굳이 물을 가둬놓아야 깨끗해진다니 말의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명박이 DO나 BOD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만 있었더라도 결코 나올 수 없는 망발인 셈인데 자연의 이치를 바꾼 이명박의 발언은 학계에서는 아마 무식의 극치로 기록될 것입니다.

수중보로 가둬 놓은 한강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중보 때문에 유속이 느려지기 때문에 산소 공급량이 줄어듭니다.
느린 유속은 퇴적물을 침전시키기 때문에 오염된 퇴적물을 정기적으로 준설해 주지 않으면 물은 썩고 맙니다.
어항 속의 필터를 청소해 주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어항물이 썩은 것은 산소 공급량보다 먹이나 배설물이 여과기에 쌓여 부패하면서 소비하는 산소량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산소가 없이 진행되는 혐기성 분해를 부패라고 합니다.

요즘 양재천이나 탄천에 나가보면 하천에 억새나 버드나무를 많이 심고 강변을 자연친화적으로 만듭니다.
물이 포말을 일으킬 수 있도록 말뚝도 박고 돌도 놓습니다.
모두 자연정화장치들입니다.
식물을 이용해 과도한 질소화합물이나 인등을 제거하고 여러 시설물을 동원해 강제로 산소를 주입하는 것입니다.
그런 노력 때문에 물고기도 모이고 각종 조류도 많이 눈에 띕니다.
그만큼 물이 맑아진 것이죠.

운하는 기능상 이런 장치들을 만들기가 불가능합니다.
자연친화적으로 만든다더니 이제 와서는 강에다 콘크리트벽을 만들어 이중 수로를 만든답니다.
강 가운데 콘크리트 수로를 만들면 강의 생태계는 완전 분리될 뿐 아니라 주민들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널 수도 없게 됩니다.
강가에 수로를 따로 만들면 이명박이 반대하는 땅파는 운하가 됩니다.
이중수로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건지도 모호합니다.

어떻게 하든 이중수로를 만들면 유람선은 콘크리트 장벽이 끝나는 하류와 상류 두 군데서만 출입이 가능해집니다.
80%는 관광용이라면서 어디에서도 유람선이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쓸모 없는 관광운하가 됩니다.
이 또한 무식의 극치입니다.

이중수로 얘기가 나올 정도면 강의 오염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모양입니다.
강의 오염을 오고가는 배의 스크류를 돌려서 정화시키겠다는 발상은 너무나 유아적인 공상이기 때문에 웃기지도 않습니다.

배 몇 대가 지나다닌다고 정화될 강물이라면 하수처리나 수돗물 만드는 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됩니다.
작은 어항에 폭기 장치를 달아놓아도 물이 썩는데 500Km에 달하는 고인 운하물을 정화하려면 얼마나 많은 전기를 폭기 장치에 써야할지 계산이 안나올 것입니다.

무식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이명박을 보니 대운하는 대재앙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