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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동 농수산시장 위장경매 기승
상인들 하지도 않은 ‘경매’로 수수료 뜯겨 … 년 수수료만 1천억원대
2007-03-21 오후 12:55:54 게재

대표적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동 농수산시장내에서 이뤄지는 위장경매가 바뀌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형성된 잘못된 경매질서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종 소비자인 주부들의 장바구니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도 않은 경매 한 것처럼 = 가락동시장은 지난 17일 주말인데도 값싼 농수산물을 사러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시장에서 13년째 야채를 팔고 있는 김 모(43)씨는 요즘 장사도 안돼는 데다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경매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어 불만이 크다.
김씨는 “할인매장 등 대형유통업체가 생기면서 이 곳도 예전같지 않다”며 “주요고객인 음식점 주인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사가 안돼 재고만 쌓이는데 경매거래량을 못채우면 여기서 장사를 못할 수도 있다”며 “수수료를 내고 경매를 한 것처럼 일단 채우고 본다”고 말했다.

◆왜곡된 경매질서가 문제 = 위장경매가 이뤄지는 원인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왜곡된 경매질서가 주범이다. 가락시장은 대형 ‘도매시장법인’이 사실상 모든 유통구조를 거머쥐고 있다.
이들을 통해 산지에서 물건이 들어오면 크고 작은 중간급 도매상인이 경매를 통해 필요한 농산물을 사간다. 중도매상은 다시 동네시장의 소매상들에게 상품을 판매하고 이들을 거쳐 소비자의 밥상에 오르게 된다.
가락동 시장은 호두와 밤 등 10% 안팎의 비상장 거래품목을 제외하고 반드시 경매를 통해서 각종 농수산물이 중도매인에게 넘어간다. 이 때 경매에 참여한 중도매상이 대형 도매시장법인에게 납부하는 것이 ‘경매수수료’다.
수산물 시장의 박 모(33)씨는 “수산물은 산지에서 직접 사올 때가 많다”며 “경매를 하지 않고 한 것처럼 수수료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매수수료 매일 4억원 이상 = 이처럼 중간도매상이 지불하는 수수료는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가락동 시장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액수만 평균 106억원에 달한다. 4%의 경매수수료율을 고려하면 매일 4억원 이상의 수수료가 대형도매법인한테 들어가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99년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개정해 ‘시장도매인제도’를 도입했다. 시장도매인제도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으로 이루어진 경매 중심 도매시장의 유통구조를 시장도매인 하나로 통합한 제도다.
이 제도는 지방의 경우 2000년부터 서울은 2005년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도매인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곳은 3년전 문을 연 서울 강서도매시장이 유일하다.
이신우 한국농산물 중도매인조합협의회 사무총장은 “시장도매인 제도가 도입되지 않는 이유는 수수료만 챙기는 도매시장법인 등에서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수산물 도매시장법인협회 관계자는 “시장도매인을 도입하는 것은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 권한”이라며 “일부에서 시장도매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올바른 제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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