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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와 민간주택 분양원가 공개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국회의 움직임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뒤집히고 있다.

올해 초 정부의 잇따른 대책 발표와 지난달 말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면서 가까스로 안정을 찾은 부동산 시장이 또다시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여기에 3월 봄 이사철과 맞물려 매매가의 선행지표인 전세값이 크게 오르면서 앞으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3월 임시국회에서도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주택시장 안정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쏙 들어간 '팔자'] 주택법 처리무산 직후 급매물 사라져

지난달 말을 전후해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 5단지에선 급매물 4건이 추가로 시장에 나왔다. 이후 가격도 소폭 하락세를 탔다. 국회 건교위 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될 무렵이었다. 하지만 개정안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서 매물은 쏙 들어갔다.

개포주공 5단지 제일공인의 고재영 사장은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추가 하락을 우려한 소유주들이 서둘러 집을 내놨지만 임시국회 처리가 물건너가면서 매도 주문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법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된 직후인 지난 6~7일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의 경우 당장 매수자가 나타날 경우 거래가 가능한 매물이 2월 말 전후 12건에서 6일 이후 5~6건으로 줄었다. 개포 주공도 지난달 말과 비교해 매물의 절반 가량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과천의 경우 지난달 말 단지 전체를 통틀어 12~13건이던 매물이 현재 6건으로 줄었다. 과천 주공단지 인근 오렌지컨설팅 박강호 대표는 "집을 2~3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철저하게 심리에 의해 집을 내놓는데, 주택법 개정안이 오락가락하면서 이들 소유주들도 덩달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개내민 '사자'] 3월 이사철 맞물려 잠재수요 확산

매물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는 것과 달리 잠재 수요자들은 속속 매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는 봄 이사철과 맞물린 데다 주택법 개정안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수요자들이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삼호아파트 인근 시티랜드공인 안시찬 대표는 "시기적으로 3월 봄 이사철과 맞물려 주택법 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커지면 주택 잠재 수요자들이 대거 매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흔히 매매가의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전세값의 가파른 상승도 집값 불안 요인이다. 부동산 시세 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2월 중 전국 전세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 올라 2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최근 3년간 가장 큰 오름폭이다.

전세 수요가 활발한 서울 노원구 우성공인의 김평국 대표는 "올 초 전세 시장이 '방학특수'가 실종되면서 물건이 쌓이면서 이후 매매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그러나 최근 전세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앞으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