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2~3년 뒤 집값이 걱정되는 이유(한국경제신문 현승윤 차장)
http://www.hankyung.com/board/view.php?id=saengle&no=72

일주일 전에 발표된 1.11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은 민간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고 분양원가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오는 9월 이후 분양되는 민간 아파트가 적용대상이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 시장에 어떤 효과가 있을까.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을까.

이 사안을 따져보기 전에 먼저 풀어야할 문제가 있다. “신규 아파트 공급가격을 낮추면 시장에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가”라는 문제다. 정답은 “단기적으로는 가격안정 효과를 발휘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없다”이다. 아파트 분양가격은 장기적인 시장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우선 단기적으로는 시장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 예컨대 신규분양 가격이 낮다면 수요자들 가운데 일부는 시장에서 구매하지 않고 값싼 신규분양을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수요가 대기수요로 전환되는 효과 때문에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동일한 가격에서 형성되는 수요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문제는 가격의 높고 낮음이 실질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싸게 공급되는 아파트라 하더라도 내게 분양되지 않는다면 ‘그림의 떡’이다. 신규분양가가 낮아서 대기수요로 전환됐던 사람들이 집을 구하지 못하면 시장수요로 바뀌어 집을 사려고 나설 것이다. 신규분양가 인하로 인한 수요위축 효과가 지속될 수 없다는 얘기다.

공급측면에서는 어떨까. 신규분양가가 인하되더라도 이미 땅매입 등을 끝낸 사업자는 아파트 공급을 해야 한다.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분양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사업의 인센티브가 떨어지기 때문에 공급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분양가 인하는 아파트 공급을 줄이는 요인이다.

경제학 원론을 보면 장기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공급량'과 '수요량’이다. 가격이 아니라 물량이 중요하다는 얘기다.신규 공급자가 내놓는 상품의 가격이 싼 것은 첫 수요자가 싸게 살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시장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로부터 값싸게 물건을 산 사람이라 하더라도 정작 팔 때에 값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받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낮았던 1970년대말에도 집값이 폭등했고,1980년대말에도 마찬가지였다. 분양가가 낮으면 값싸게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은 분명하지만,이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의 핵심인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 공개’는 장기적으로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5~6년동안의 집값 상승으로 인해 이제는 하향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는 주택시장에 정부는 다시 불쏘시개를 쑤셔넣고 있는 꼴이다.

이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과 정부가 이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당장의 집값 안정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올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단기대책의 필요성이 절실했을 것이다. 2003년에 발표됐던 10.29 대책 이후 1년 정도 집값이 안정됐던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가 향후 1년정도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도 달성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를 오는 9월 이후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것도 단기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주택대출억제 등이 쏟아지는 것도 단지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들이다.

무주택자들이 싼 값에 집을 분양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순수한 의도도 작용했을 것이다. 지금의 집값으로는 서민이 서울에서 집을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를 통해 한시적(단기적)으로나마 싼 가격에 집을 공급한다는 의미는 적지 않다. 시장가보다 싼 가격에 집을 마련할 기회를 잡는 서민은 횡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왠만한 중산층마저 서울 주택을 사기가 어려울 만큼 주택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한 가지가 있다.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원가공개로 인해 위축되는 공급물량보다 더 많은 아파트 물량을 공공부문에서 공급하는 것이다. 공공부문이 서울과 수도권 등 수요가 많은 지역에 아파트를 충분히 공급할 능력만 있으면 민간아파트 공급이 줄어들더라도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1990년대 5대 신도시를 건설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공공부문은 아파트를 더 많이 공급해야 할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 성남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국방부와 치열하게 싸우면서 주택공급을 늘리려는 공무원들이 많을 리 없고, 환경부와 환경단체들과 투쟁하면서 택지개발지구를 늘리려는 공무원들도 그리 많을 리가 없다. 사업이 성공하거나 말거나 월급이 똑같은 사람들에게 민간부문 이상으로 공급에 헌신적이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는 아닐까. 2~3년 뒤 집값이 걱정되는 이유다.

<약력>1990년 한국경제신문 입사. 산업부 경제부 유통부 증권부 기자 역임
2002-2004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국세청 담당기자
현재 한국은행 담당기자
저서 <독일과 영국을 통해 진단한 노무현 경제 희망찾기>
<경제기사는 하나다(공저)> <보수 진보의 논쟁을 넘어서>
<유쾌하게 돈 버는 법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