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지난 추석 이후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경기도 과천시. 지난 9월 과천 지역 아파트들의 재건축 추진 기대감에서 촉발한 집값 상승은 이후 서울 전역을 비롯해 수도권 전체로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정부는 부랴부랴 11·15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았고,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 논의가 뜨겁다.

<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우리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군 '부동산 파동'에 대해 2006년 대한민국 집값 폭등의 진원지인 과천 주민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이곳에 거주하는 30~50대 주부 3명의 방담을 마련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차별화 된 의견을 듣기 위해 방담 참석자들을 1가구 1주택자, 아파트 전세 거주자, 일반주택 전세 거주자로 구분했다.

요즘 송년회 자리를 비롯해 3명 이상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게 부동산 이야기이듯, 방담자들은 자리에 앉기 무섭게 자신들이 지닌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집이 있는 이든, 없는 이든 우선 이들 모두는 공통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했다. 방담은 13일 오후 과천 주공2단지 입구 한 중개업소에서 이뤄졌다.

방담 참석자

정연자(54)씨 과천시 주공 6단지 27평형 소유
김병주(36)씨 과천시 주공 2단지 18평형 전세 (최근 아파트 긴급매입)
장은선(34)씨 과천시 부림동 주택단지 전세

"경험상, 정부 정책 믿기 힘들다"



▲ 방담참석자들. 왼쪽부터 정연자, 김병주, 장은선씨.

ⓒ2006 오마이뉴스 김연기

Q. 최근 들어 잠시 주춤하기는 했어도 서울 강남권 이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들썩인 곳이 과천이다. 먼저 어떻게 과천에 살게 됐는지 궁금하다.

"남편 때문에 이사를 오게 됐다."

먼저 정씨가 말문을 열었다. 정씨는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남편이 공무원 상대 특별 임대아파트를 분양 받으면서 지난 83년 과천에 처음 살게 됐다. 정씨가 분양 받은 아파트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만원짜리였다.

이후 88년 과천 주공단지 16평형을 3200만원에 구입해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했다. 그리고 96년에 현재 살고 있는 6단지 27평형으로 평수를 늘려 이사를 했다. 당시 매입가는 1억8000만원.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12억원 대에 달한다. 정씨는 "88 서울올림픽과 97년 대통령선거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두고 집을 매입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강북에 살다가 주변 자연환경이 좋다는 이유로 지난 94년 과천으로 이사를 왔다. 당시 주공2단지 18평형에 전세로 들어와 현재까지 그곳에 살고 있다. 김씨는 지난 10월 평촌에 아파트를 구입해 그곳으로 이사를 갈 계획이다.

장씨는 결혼을 하고 남편 사업지 때문에 지난 2001년 과천으로 이사 왔다. 2000년 이후 과천 지역 집값도 크게 오르면서 장씨는 집을 구입하지 못하고 부림동 일대 주택단지에 전세를 얻어 지금까지 살고 있다.

Q. 참여정부 들어서만 수차례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시장은 이를 비웃듯 거꾸로 움직였다. 최근에도 대책을 내놓고 이번 만큼은 정부가 집값 안정을 이루겠다고 다짐하는데, 과연 정부의 의지대로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나.



▲ 장은선(34)씨.

ⓒ2006 오마이뉴스 김연기
"그동안의 경험을 비춰보면 정부를 믿기 힘들다."

최근 아파트를 매입한 김씨가 불만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동안 정부 말만 믿고 집을 안 사고 기다리고 있다가 낭패를 입었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급등하고 있는 담보대출 금리 때문에 적잖은 이자부담을 지게 된 것도 불만이다.

"은행원인 남편 봉급을 꼬박꼬박 모아서 올 가을에는 과천에 집을 한 칸 마련할 계획이었어요. 그러나 지난 추석 이후 말 그대로 자고나면 '억, 억' 씩 집값이 뛰는 것을 보면서 그저 망연자실했을 뿐이죠. 부랴부랴 지금이라도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과천보다는 시세가 떨어지는 평촌으로 알아봤어요. 결국 지난 10월에 평촌 아파트를 매입했지만 올초에 비하면 1억원 이상은 더 주고 산 셈이죠."

무주택자인 장씨는 차라리 정부가 그냥 내버려뒀으면 싶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매번 집값을 안정시킨다고 정책을 내놓는 게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걸 보면 이 정부가 참 안쓰럽게 여겨지기까지 한다"는 게 장씨의 생각이다. 장씨의 발언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집값 상승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감이 묻어 나왔다.

그렇다고 집을 가지고 있는 정씨에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씨의 첫 마디는 정부가 일단 어떤 정책이든 내놓기만 하면 먼저 "반감이 든다"는 것이었다. 정씨의 경우 지난 96년 1억8000만원에 주고 산 집이 현재 12억원대까지 치솟았다. 무주택자인 장씨나 최근에야 겨우 집 한 칸을 마련한 김씨에겐 질시의 대상일지 몰라도 정작 정씨는 내년부터 중과?세금을 생각 玖？덜컥 겁부터 난다고 했다.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부과 불만"

Q.말이 나온 김에 세금 얘기를 해보자. 그래도 그동안의 시세차익을 감안하면 종부세 부담은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지 않나.



▲ 정연자(54)씨


정씨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손사래부터 쳤다. 과천 주공단지의 경우 지난 가을이후 집값이 급등해 정씨 역시 올해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세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종부세를 내야할 게 확실하다.

정씨는 "남편이 5년 전에 퇴직을 하면서 현재는 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벌어 들이는 수입이 전혀 없는 데다 집도 달랑 이거 한 채 뿐인 우리 같은 경우, 종부세 부담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1가구 1주택자에게(기준시가 6억원 이상)도 종부세를 부과한다는 것에 대해 정씨는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물론 나 역시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1주택이라 하더라도 양도세 중과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팔고 나면 어쨌든 매매 차익이 발생할 테니까. 하지만 종부세는 매매 차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오로지 한 곳에서 수십년 살아온 사람한테도 똑같이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20년 훨씬 전에 이사 와서 수십년간 이곳에만 머물며 겨우 지금 집 한 채 가지고 있다. 이게 그렇게 세금을 떠안아야 할 정도로 나쁜 일인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