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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반값` 집착하다 빈민거주지로 전락
매일경제 2006-12-06 20:08:00


◆세계의 공공주택서 배운다 / (3) 프랑스의 뼈저린 실패◆

지난달 30일 낮 초겨울 바람이 매섭게 부는 프랑스 파리시 외곽 한 주차장.


취재를 위해 만난 두 프랑스 여성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집에 대한 불만부터 쏟아낸다. 구청 말단 공무원 일을 하는 프티 셀린 씨(31)와 코레 안셀린 씨(27). 모두 저가 공공주택 공급회사(Habitation a Loyer Modere)가 지은 주택 거주자다.

70년대 초반 입주한 셀린 씨의 보비니 지역 18평(60㎡) 아파트로 이동할 때까지 계속된 그들의 이야기는 공공주택 슬럼화가 사회문제라는 말로 요약됐다.

실제 돌아본 셀린 씨의 보금자리는 1960년대 지은 국내 노후아파트 이상으로 열악했다.

◆ '위험투성이' 공공아파트

= 20층 고층아파트가 밀집한 주거단지에 도착해 가운데 위치한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부터 수리 때문에 인부들이 용접작업을 하고 있어 어수선하다.

셀린 씨가 사는 집은 16층.


좁고 어두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자 벗겨진 벽지와 깨진 바닥타일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규정상 벽지는 20년이 지나야 바꿔주고 대부분 수리는 자비로 해야 빨라요. 깨진 바닥타일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죠. 관리사측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 불편해도 꾹 참고 살 수밖에요." 셀린 씨의 푸념이 이어진다.

최근엔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취재팀이 타고 올라온 엘리베이터에서 한 달 전 다섯 살 어린이가 출입문에 끼여 숨진 것이다. 입주자들이 수차례 위험하다고 진정을 했지만 시정이 안됐었다고 한다.

공공주택 입주 2년차인 안셀린 씨는 시설관리가 문제라고 말했다.

"낡은 시설 때문에 항상 사고 위험이 있어요. 아파트 근처에 일자리를 구할 곳이 없어 입주자 대부분이 실업자 신세인 것도 문제죠. 제가 사는 단지는 중국인 이주자가 80% 이상인데 대부분 프랑스말을 몰라 친해지기도 힘들어요."


실제 외곽 공공주택지는 단지별ㆍ동별로 관리주체가 다르고 관리인력도 전체 단지에 한두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력부족과 관리주체 혼선은 입주민이 수리를 요청해도 처리까지 1년 이상 걸리는 방만한 시설관리로 되돌아왔다.

◆ 70~80년대 대단위 조성 후 관리 손놔

= 사실 프랑스는 공공주택 정책에 있어선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2000년 통계를 봐도 전체 2900만 가구의 주택 중 임대주택(민간포함)이 1100만 가구로 38% 이상이다.

수치상 유럽에서 다섯손가락에 든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매년 30만 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있고 중산층 주거수요에 맞춰 에펠탑 인근 등 고급주거지에도 중대형 임대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다.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회사인 HLM도 전국에 900개의 에이전시와 300개의 공공사무소, 340개의 개인회사가 포진해 있다.

하지만 이런 프랑스도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있다.

셀린 씨와 안셀린 씨가 살고 있는 '고밀도 저가 공공주택단지'가 그것이다.

70~80년대 시 외곽을 둘러 조성된 이들 단지는 파리시 중심에서 10㎞ 안팎에 위치해 프랑스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서민층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셀린 씨도 "어릴 땐 어른들이 희망에 부풀었고 동네 분위기도 정감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문제는 고밀도 개발로 '저가 주택공급'이라는 정책목표를 일단 달성한 후에 벌어졌다. 조성된 단지는 산업기반이 전무한 데다 저소득층만 모여 들었던 탓에 조그만 경기부침에도 급격하게 슬럼화됐다. 하지만 공공주택 건설주체는 제한된 예산과 관리인력 탓에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못했다.

90년대 이후 프랑스의 공공주택 공급은 도심임대와 저밀도 개발로 큰 방향을 잡았지만 외곽 공공주택단지는 아직도 인종갈등과 불평등이라는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 공공주택도 자족 기반 마련돼야

= 현재 프랑스는 외곽 임대단지안 역세권에 상업시설을 조성하고 인근으로 저밀도 친환경 주택을 건설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입주민들의 계층 다양화를 위한 뾰족한 답은 찾지 못했다.

프랑스판 외곽 저가 공공주택지의 '실패'는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먼저 서민층을 위한 대단위 주거지일수록 자체적인 산업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경제확장기가 끝난 90년대 이후부터 단순 베드타운 기능을 하던 공공주택지의 슬럼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거주민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국민임대단지의 경우도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또 사회적인 통합을 위해선 주거지 내에 중산층과 부유층대상 주거지도 함께 자리잡아야 한다.

'소셜 프랑스, `반값` 집착하다 빈민거주지로 전락
매일경제 2006-12-06 20:08:00


◆세계의 공공주택서 배운다 / (3) 프랑스의 뼈저린 실패◆

지난달 30일 낮 초겨울 바람이 매섭게 부는 프랑스 파리시 외곽 한 주차장.


취재를 위해 만난 두 프랑스 여성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집에 대한 불만부터 쏟아낸다. 구청 말단 공무원 일을 하는 프티 셀린 씨(31)와 코레 안셀린 씨(27). 모두 저가 공공주택 공급회사(Habitation a Loyer Modere)가 지은 주택 거주자다.

70년대 초반 입주한 셀린 씨의 보비니 지역 18평(60㎡) 아파트로 이동할 때까지 계속된 그들의 이야기는 공공주택 슬럼화가 사회문제라는 말로 요약됐다.

실제 돌아본 셀린 씨의 보금자리는 1960년대 지은 국내 노후아파트 이상으로 열악했다.

◆ '위험투성이' 공공아파트

= 20층 고층아파트가 밀집한 주거단지에 도착해 가운데 위치한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부터 수리 때문에 인부들이 용접작업을 하고 있어 어수선하다.

셀린 씨가 사는 집은 16층.


좁고 어두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자 벗겨진 벽지와 깨진 바닥타일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규정상 벽지는 20년이 지나야 바꿔주고 대부분 수리는 자비로 해야 빨라요. 깨진 바닥타일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죠. 관리사측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 불편해도 꾹 참고 살 수밖에요." 셀린 씨의 푸념이 이어진다.

최근엔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취재팀이 타고 올라온 엘리베이터에서 한 달 전 다섯 살 어린이가 출입문에 끼여 숨진 것이다. 입주자들이 수차례 위험하다고 진정을 했지만 시정이 안됐었다고 한다.

공공주택 입주 2년차인 안셀린 씨는 시설관리가 문제라고 말했다.

"낡은 시설 때문에 항상 사고 위험이 있어요. 아파트 근처에 일자리를 구할 곳이 없어 입주자 대부분이 실업자 신세인 것도 문제죠. 제가 사는 단지는 중국인 이주자가 80% 이상인데 대부분 프랑스말을 몰라 친해지기도 힘들어요."


실제 외곽 공공주택지는 단지별ㆍ동별로 관리주체가 다르고 관리인력도 전체 단지에 한두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력부족과 관리주체 혼선은 입주민이 수리를 요청해도 처리까지 1년 이상 걸리는 방만한 시설관리로 되돌아왔다.

◆ 70~80년대 대단위 조성 후 관리 손놔

= 사실 프랑스는 공공주택 정책에 있어선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2000년 통계를 봐도 전체 2900만 가구의 주택 중 임대주택(민간포함)이 1100만 가구로 38% 이상이다.

수치상 유럽에서 다섯손가락에 든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매년 30만 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있고 중산층 주거수요에 맞춰 에펠탑 인근 등 고급주거지에도 중대형 임대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다.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회사인 HLM도 전국에 900개의 에이전시와 300개의 공공사무소, 340개의 개인회사가 포진해 있다.

하지만 이런 프랑스도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있다.

셀린 씨와 안셀린 씨가 살고 있는 '고밀도 저가 공공주택단지'가 그것이다.

70~80년대 시 외곽을 둘러 조성된 이들 단지는 파리시 중심에서 10㎞ 안팎에 위치해 프랑스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서민층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셀린 씨도 "어릴 땐 어른들이 희망에 부풀었고 동네 분위기도 정감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문제는 고밀도 개발로 '저가 주택공급'이라는 정책목표를 일단 달성한 후에 벌어졌다. 조성된 단지는 산업기반이 전무한 데다 저소득층만 모여 들었던 탓에 조그만 경기부침에도 급격하게 슬럼화됐다. 하지만 공공주택 건설주체는 제한된 예산과 관리인력 탓에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못했다.

90년대 이후 프랑스의 공공주택 공급은 도심임대와 저밀도 개발로 큰 방향을 잡았지만 외곽 공공주택단지는 아직도 인종갈등과 불평등이라는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 공공주택도 자족 기반 마련돼야

= 현재 프랑스는 외곽 임대단지안 역세권에 상업시설을 조성하고 인근으로 저밀도 친환경 주택을 건설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입주민들의 계층 다양화를 위한 뾰족한 답은 찾지 못했다.

프랑스판 외곽 저가 공공주택지의 '실패'는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먼저 서민층을 위한 대단위 주거지일수록 자체적인 산업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경제확장기가 끝난 90년대 이후부터 단순 베드타운 기능을 하던 공공주택지의 슬럼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거주민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국민임대단지의 경우도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또 사회적인 통합을 위해선 주거지 내에 중산층과 부유층대상 주거지도 함께 자리잡아야 한다.

'소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