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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아니라 현실임

실거래가 공개, 집값 상승 빌미

[파이낸셜뉴스] 2006년 12월 05일(화) 오후 03:05

건설교통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실거래가 공개가 되레 집값 상승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교부의 실거래가가 시세보다 오히려 높게 잡히면서 비슷한 아파트들의 호가도 경쟁적으로 높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집값 거품의 핵심지역으로 지목한 강남권에서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차이가 커 ‘정부가 집값 상승을 공인해 주는 것아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두건에 불과한 실거래가를 공개하면서 이들 가격이 시장에서는 전체들 대변하는 가격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강남권 집값 상승에 대해 “투기세력에 의한 일부 몇건의 거래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정부가 몇건의 거래를 공식가격으로 발표하면서 ‘호가상승→한두건 거래→시세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인정하는 꼴이됐다.

■실거래가-시세, 최고 5억원까지 차이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55평형의 실거래가는 지난 7월 25억원에서 9월 32억원으로 두개원만에 5억원이나 뛰었다. 올 3·4분기동안 최고 가격 상승을 보인 이 아파트는 강남권에서도 최고급 단지에 속하면서 주변 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이번 실거래가는 국민은행 시세와 5억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7월과 9월 가격은 각각 28억원이다. 건교부 실거래가와 달리 같은 기간내 상승없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건교부의 실거래가가 단 한건의 거래를 바탕으로 이뤄졌고 이 가격이 다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삼성동의 한 업소관계자는 “아아파크 55평형의 전체 가구수는 110가구이지만 거래는 좀처럼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정부가 발표한 가격은 거의 상한가에 가까운 것이지만 집주인들은 이에 맞춰 가격을 정하려 한다”고 전했다. 지난 9월에 거래된 이 아파트는 매수자의 입주가 급해서 매도사 우위에서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45평형도 3·4분기 중 9월에 단 한건이 20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국민은행 시세는 19억5000만원이다. 압구정 현대1차 43평형도 실거래가는 8월 15억5000만원에서 9월 16억6000만원으로 1억원이상 올랐다. 하지만 국민은행 시세은 15억8000만원에게 제자리 걸음이다.

비교적 거래가 활발했던 대치도 은마아파트 31평형도 9월 실거래가는 10억1000만원으로 시세 9억6000만원보다 비싸다.

■호가상승 막으려다 고가 거래 인정건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실거래가는 국민은행 통계에 비해 약 2주 정도 선행하여 움직이며 그 흐름은 거의 유사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건교부의 실거래가는 대부분 국민은행 시세의 상한가에 해당된다. 정부가 표본이 약한 실거래가를 발표하면서 오히려 시세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때분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매매가 적다보니 단 한 건의 거래가 시세를 좌우하는 현상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뒷바침해주는 셈이 됐다”면서 “실거래가 발표전부터 이미 예정된 부작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실거래가를 공개해 매매없는 호가상승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거래가 많지 않아 극소수의 고가 거래를 정식으로 인정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나홀로 단지까지 실거래가를 공개하다보니 한두건의 거래로 정해진 실거래가도 적지 않다”고 인정하면서 “하지만 모든 아파트의 가격 공개를 원하는 여론이 있어 모든 거래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실수요자들이 꼭 이 가격으로 거래를 하라는 것은 아니고 참고하라는 의미가 강하다”면서 “실거래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향·내부수리 등 변수를 공개해야하지만 행정력 부족으로 당장은 어렵다”고 해명했다.

/steel@fnnews.com 정영철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영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