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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값만 올린 판교 주공·토공만 재미

[중앙일보 2006-09-0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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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민석.김은하.강승민] 서울 바로 옆 100만 평의 녹지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 땅엔 2만6000가구의 새집이 지어질 예정이다. 그런데 왠지 반기는 사람은 드물다. 몇 년을 끄는 동안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곳에 지어질 중대형 아파트는 웬만한 중산층에도 '그림의 떡'이다. 집이 많아지면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해 값이 떨어져야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정부가 분양가를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엄청난 혜택을 보는 곳도 생겼다. 막대한 개발이익을 손에 쥐게 된 토지공사.주택공사 같은 공기업들이다. 그럴바에야 뭣하러 금싸라기 같은 녹지만 없앴나. 판교 이야기다. 채권입찰제가 도입된 2차 분양이 시작되면서 '판교 신도시 실패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원대 홍종학(경제학) 교수는 "집값 안정 효과도 없고 가격도 높아 실수요자가 살 수 있는 여건도 안 된다"고 말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조주현 교수는 "판교는 부동산값 안정에 기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동산값을 올린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녹지를 강제 수용하면서 거액의 토지 보상비가 풀렸고, 이 돈이 다시 강남.분당 등지로 흘러 들어가 아파트값을 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취재팀이 입수한 토공의 '판교 토지 소유 현황'자료에 따르면 토공이 땅 임자들에게 지급한 보상비는 1조3000억원. 이 중 75%인 9800억원이 외지인 소유자들 몫이었고, 외지인의 절반 이상이 서울 강남.분당 거주자였다.

저금리로 갈 곳을 찾지 못한 보상금은 대부분 부동산으로 몰렸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조경태 의원은 "이 돈이 강남 등 '버블 세븐'의 집값을 올리고, 오른 집값이 다시 판교 신도시 분양가 기준(분당 시세의 90%)이 되면서 판교 분양가를 올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취재팀이 판교 토지 보상 전후 집값을 비교한 결과 2003년 11월 아파트 가격지수는 서울 강남(102.4)과 전국 평균(101.6)이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판교 보상이 마무리된 2006년 4월의 지수는 강남이 130.1로 전국 평균(109.4)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토공 등은 녹지를 택지로 바꾸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토공은 1000억원대라고 주장하지만 경실련은 개발이익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업계에선 2조원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탐사기획 부문=강민석.김은하.강승민 기자 dee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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