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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내 센텀고 신축 예정부지의 공사 중단은 부산시와 센텀시티(주)의 무사안일한 행정이 빚은 예견된 사태였다. 센텀고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지난 1970년대 중반에 쓰레기 하치장으로 사용됐다고 증언하고 있어 부산시 등이 사전 입지 조사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무사안일이 화 불러=센텀고는 부산시교육청이 센텀시티 내 입주민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오는 2008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신축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은 센텀시티 측에 부지 확보를 요구했고, 부산시가 국·시유지, 사유지로 뒤섞여 있는 4272평을 90억 원에 확보해 센텀시티 측에서 부지를 조성, 교육청에 매각토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27일부터 부지 조성 공사가 시작됐으나 폐기물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착공 두 달 만에 결국 공사가 중단됐다. 센텀시티는 당초 파일을 박기 전 지질조사에서 쓰레기가 나온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렇게 많은 양이 출토될 줄은 몰랐다고 밝혀 사전에 적정성 조사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동해남부선 철도 방향쪽 부지의 경우 폐기물을 제대로 치우지 않고 길이 150m 폭 5m의 옹벽 조성을 위한 기반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공사를 끝낸 뒤 교육청에 매각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센텀시티 측은 콘크리트 밑에 매설된 폐기물을 모두 치우겠다는 입장이어서 재시공을 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이르고 있다.

▲개교 차질, 학생 피해 불가피=시교육청은 센텀고에 24학급 800여 명의 학생을 수용할 예정이지만 현재 드러난 폐기물만 3000여 t에 이르고 앞으로 엄청나게 더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공사 차질에 따른 개교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시교육청 관계자는 "한 줌의 폐기물도 남아 있는 한 현 부지를 매입할 수 없다"고 밝혀 최악의 경우 학교 부지를 이전하는 사태까지 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시교육청은 인근에 올해 개교한 연제고(연산6동)와 해강고(우2동)에 학생들을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현재 연제고에는 24학급 정원에 8학급이 수용됐으며, 해강고는 42학급 정원에 13학급이 운용 중이다. 하지만 센텀고의 개교 예정일인 2008년 3월에는 이들 학교의 학급 수가 정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현재 학급당 적정 정원인 35명을 뛰어넘는 과밀학급이 될 수밖에 없다.

▲누가 왜 버렸나=센텀고 예정 부지 인근에 사는 재송동 주민들은 1970년대 중반 대규모로 폐기물이 불법매립됐다고 증언하고 있다. 당시 수개월간 수천 대의 대형 화물차량이 폐기물을 싣고 드나들었으며 이로 인해 파리와 모기떼가 극성을 부렸다고 전했다. 당시 주민들은 심한 악취 때문에 가정집 문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는 것. 주민 박모(여·65) 씨는 "당시는 입이 있어도 함부로 말을 하지 못할 때"라며 "누가 무엇을 버리는지 감히 물어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 30년 이상을 산 주민 박진수(73) 씨도 "이곳은 당시 해운대지역의 쓰레기 하치장으로 이용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누가 쓰레기를 투기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수만t의 쓰레기가 매립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사 현장에서 생활쓰레기가 다수 발견된 점으로 미뤄 쓰레기 업무를 처리하는 기관이거나 쓰레기 발생업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현진 김선호 기자


최현진 김선호 기자 (국제신문)

기사등록일자 [2006/06/27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