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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세금 논쟁'은 盧 대통령의 꽃놀이패 2006/01/20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절체절명의 과제로 내세우면서 이를 위해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를 해봐도 세금을 올리자는 사람은 없다"며 정치적으로는 득표에 도움도 안 되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한다는 듯한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금 인상 논란이 노 대통령에게 정말로 불리한 것일까요? 우선, '여론조사를 해봐도 세금 올리자는 사람은 없다'는 말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세금을 올릴까요? 아니면 내릴까요?'라고 단순하게 물어본다면 결과는 뻔하겠지요. 그런데 이날 연설은 무턱대고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양극화 해소'란 커다란 사회 현안을 제시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세금 인상을 거론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엔 '양극화 해소 또는 사회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걷어도 될까요?'란 질문이 적절하겠지요. 이런 여론조사에선 노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그렇다면 세금을 더 걷어도 좋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한국갤럽이 2002년부터 3년간 연속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세금을 더 많이 걷어서라도 국민복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에 동의가 32%→39%→43%로 늘어났습니다. 반면, 반대 의견은 44%→45%→39%로 줄어드는 추세였습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2004년 11월 조사에서도 '세금을 더 내고 사회복지를 늘려야 한다'가 51%로 '세금을 덜 내고 개인소득을 늘려야 한다'의 45%보다 높았습니다. 갈수록 경제가 나빠지고 빈부격차가 커지다 보니까 세금을 더 걷어서라도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는 것에 대해 찬성하냐'고 묻는다면 전폭적인 지지를 얻게 됩니다. 2003년 9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대부분인 89%가 우리 사회에서 빈부격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고, 빈부격차 원인으로 82%가 '불공정한 세금과세'를 꼽았습니다.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아 빈부의 대물림이 굳어지고 있다는 불신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또, 2004년 11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집 또는 땅을 많이 가진 사람이 높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찬성이 87%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최근에 주식폭락의 원인이 된 루머로 눈길을 끌었던 '주식양도차익 과세'도 여론은 호의적입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작년 10월 조사에서 '개인이 상장 주식을 팔 경우 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방안'에 대해 66%가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반면 '주식시장이 안정화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시기상조다'란 반대 의견은 29%에 그쳤습니다. 370여만명이란 주식투자 인구가 전체 성인인구의 10% 가량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식양도차익 과세'에 국민의 다수가 호의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쯤 되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세금을 더 걷자'는 것은 바둑으로 치면 손해볼 것 없는 '꽃놀이패'인 셈입니다. 따라서, 세금 인상이 정책적으로 유용한지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정치적 이벤트가 되어 편가르기 싸움이 벌어진다면 승패는 쉽게 판가름 날 수도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정말로 이 같은 여론을 모르고 "여론조사를 해봐도 세금을 올리자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을까요?

그런데, 국회운영위원회 의뢰로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가 지난해 10월에 실시한 조사에선 정부의 세금 집행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83%)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세금을 더 달라'고 하기 이전에 '정부가 과연 세금을 제대로 쓸 것인지' 못미더워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먼저 주는게 순서가 맞는 것 같습니다.